13일 오전 세종시 어진동 해양수산부 앞에 설치된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13일 오전 세종시 어진동 해양수산부 앞에 설치된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산속도가 점차 둔화되고 사망률도 낮은 수준에 머물자, 해외 역학전문가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뉴욕 메모리얼 슬로안 케터링 암센터의 전염병 전문가인 켄트 셉코위츠는 17일(현지시간) CNN에 기고한 글에서 한국과 이탈리아의 상황을 비교하며 높은 검사율이 방역대책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셉코위츠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한국은 100만명 당 3692명에 대해 코로나19 진단을 실시했지만, 이탈리아는 826명을 검사하는 데 그쳤다. 검사율만 따지면 한국이 이탈리아의 네 배가 넘는 셈이다. 

공격적 검사는 사망률의 차이로 연결된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17일 기준 양국의 코로나19 사망률은 한국 0.9%, 이탈리아 7.7%로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한국의 사망률은 주요 국가 중 최저 수준인 반면, 이탈리아의 사망률은 중국(4.0%), 이란(5.7%) 등에 비해서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 공격적 검사가 사망률 낮춰

검사율과 사망률의 밀접한 관계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셉코위츠는 공격적인 검사가 사망률을 낮추는 이유는 “의료진이 개별 환자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어서가 아니라, 추가 감염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코로나19는 현재 특별한 치료법이 없는 상태”라며 “조기 치료 패러다임은 효과적인 치료제가 있는 경우에만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공격적인 검사는 완치를 보장할 수는 없지만, 증상이 나타난 확진자를 조기에 격리시킴으로서 코로나19 확산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셉코위츠는 증상이 나타난 사람들조차 검사키트가 부족하거나, 검사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코로나19 진단을 받지 못하는 미국의 상황을 언급하며, 검사 부족으로 사망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염병 전문가인 켄트 셉코위츠는 17일 CNN에 기고한 글에서, 한국의 낮은 코로나19 사망률의 원인으로 공격적 검사 및 환자군의 인구학적 특성 등을 지목했다. 자료=뉴욕 메모리얼 슬로안 케터링 암센터
전염병 전문가인 켄트 셉코위츠는 17일 CNN에 기고한 글에서, 한국의 낮은 코로나19 사망률의 원인으로 공격적 검사 및 환자군의 인구학적 특성 등을 지목했다. 자료=뉴욕 메모리얼 슬로안 케터링 암센터

◇ 한국·이탈리아 사망률 차이는 '인구학적 특성'과 연관

셉코위츠는 또한 코로나19 환자군의 서로 다른 특성이 두 국가의 사망률 차이를 설명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엔(UN)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코로나19 확진자 중 28.6%가 60세 이상으로 일본(33%)에 이어 노년층 환자 비율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다. 코로나19에 취약한 노년층이 환자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면 사망률도 더욱 높아질 수 밖에 없다. 

반면, 한국은 60대 이상 확진자 비중이 17일 기준 22.19%로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지만, 20대는 28%로 전 연령층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검사율의 차이뿐만 아니라 환자군의 특성 또한 한국과 이탈리아의 사망률 격차를 설명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한국과 이탈리아는 코로나19 환자군의 성별 구성 또한 다르다. 중국 자료에 따르면, 성별에 따른 코로나19 사망률은 남성 4.7%, 여성 2.8%로 큰 차이를 보인다. 만약 남성이 코로나19에 더 취약하다면, 높은 남성 환자 비율은 사망률의 차이로 이어질 수 있다. 이탈리아는 아직 코로나19 환자군의 성별 구성을 확인할 수 없지만, 전 세계적으로 확진자의 성별 구성은 5대5에 가깝다. 반면, 한국 내 확진자 중 남성 비중은 17일 기준 38.46%에 불과하다. 

셉코위츠는 성별에 따른 코로나19 사망률 격차와 흡연율이 관련돼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2018년 기준 한국의 성인 흡연율은 22.4%로 이탈리아(15세 이상 23.7%, 2016년 기준)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남성 흡연율은 36.7%인 반면, 여성 흡연율은 7.5%로 큰 차이를 보인다. 만약 흡연 여부가 코로나19 감염에 따른 사망률에 영향을 미친다면, 흡연율이 낮은 여성 환자 비중이 60% 이상인 한국의 낮은 사망률도 설명이 가능하다. 

셉코위츠는 “한국은 젊고 비흡연자인 여성들 위주로 코로나19가 발병했다면, 이탈리아는 노인과 흡연인구를 중심으로 발생했다”며 “기초적인 인구학적 차이가 두 국가의 사망률 차이를 설명한다”고 말했다. 

◇ 환자군 특성에 맞춰 최적의 치료해야

검사 역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코로나19의 확산 속도를 늦출 수 없다면, 가장 절실한 대책은 환자의 생존률을 높이는 것이다. 셉코위츠는 이를 위해 환자군의 인구학적 특성을 정확하기 파악하고 그에 따른 최적의 치료를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셉코위츠는 “미국 내 효과적 검사 프로그램의 부족은 명백한 실패이며, 더 많은 코로나19 감염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생존은 (감염 방지)와 완전히 다른 문제이며, 전혀 다른 방식의 투자와 훈련, 전문 지식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며 “연령과 성별에 대한 정보를 포함해 매일 개별 사례들을 업데이트하고 현재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충분한 특수 병상 확보 ▲환자의 특수성을 잘 이해하는 의료진의 충원 등이 필요하다며, 이미 감염이 확산되기 시작한 미국의 상황을 고려할 때 수많은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는 검사 확대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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