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국내 보험업계 손익 현황. 자료=금융감독원
2019년 국내 보험업계 손익 현황. 자료=금융감독원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각국 중앙은행에 연이어 금리 인하를 선언하면서 지난해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보험업계가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 최악의 2019년 보낸 보험사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보험사들의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1조9496억원(26.8%) 감소한 5조3367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직후인 2009년(3조9천963억원) 이후 가장 작은 수치다.

생명보험사 순익은 3조1140억원으로 전년 대비 22.8% 감소했다. 금리하락으로 인한 보증준비금 증가로 인해 보험영업손실이 7820억원 늘었고, 2018년 삼성전자 주식처분이익에 대한 기저효과 등으로 투자영업이익도 2115억원 하락했다.

손해보험사 순익은 2조2227억원으로 전년 대비 31.7%나 감소했다. 투자영업이익은 1조3932억원이나 증가했지만, 장기보험 사업비 증가 및 자동차보험 손해율 악화 등으로 보험영업손실이 2조8890억원이나 늘어난 탓이다. 

수익성 지표 또한 악화됐다. 지난해 국내 보험사의 총자산이익률(ROA)과 자기자본이익률(ROE)은 0.45% 및 4.41%로 전년 대비 각각 0.19%p, 2.25%p 하락했다. 

◇ ‘제로금리’ 시대, 보험사 수익성 악화 불가피

문제는 작년이 보험업계 최악의 해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되면서 손해율이 일부 개선됐지만, 대면채널 영업 위축에 따른 실적 악화와 저금리 기조에 따른 수익성 하락에 직면한 보험사들은 ‘첩첩산중’의 상황이다. 

특히 16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 금리를 100bp나 인하하면서 제로금리 시대를 선언한 것이 치명적이다. 한국은행 또한 연준을 뒤따라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로 50bp 하향 조정했다. 

가입자에게 받은 수입보험료를 운용해 이익을 얻는 보험사에게 금리는 매우 민감한 문제다. 특히 보험사들은 안정적 자산운용을 위해 주로 국공채에 투자하는데, 금리가 이처럼 하락하면 채권수익률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과거 기준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았던 시기에 판매한 고금리 확정형 상품의 손해가 누적되는 것도 문제다. 저금리로 인해 운용수익률은 낮아지는데, 이미 판매한 상품이 보장하는 이자율은 높아 이차 역마진이 발생하면서 매년 손해가 쌓이고 있다는 것.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올해 보험업계 주가 또한 휘청이고 있다. 과거에는 보험 관련 주식이 말그대로 하락장의 ‘보험’ 역할을 하며 강세를 보였다. 하지만 최근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로 인해 보험업계 수익 개선의 전망이 어둡다는 판단이 퍼지면서, 코로나19로 인한 하락장에서는 힘을 쓰지 못하 있다. 

17일 오후 3시 기준 삼성생명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8.68% 하락한 3만9450원에 거래되고 있다. 한화생명과 동양생명 또한 전일 대비 각각 9.33%, 2.74% 하락한 1020원, 2310원에 거래되는 중이다. 손보업계 또한 삼성화재가 전 거래일 대비 5.99% 하락한 14만9000원, 현대해상은 4.19% 하락한 1만8300원, DB손보는 8.01% 하락한 2만7550원에 거래되는 등 보험업계 전체가 하락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계속 악화될 경우 일부 보험사들은 신용등급이 하향조정될 우려도 있다. 실제 무디스는 지난 16일 한화생명의 ‘A1’ 보험지급능력 평가 등급(IFRS)과 ‘A3’ 후순위 자본증권 신용등급에 대한 하향조정 검토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한화손보 또한 ‘A2’ 보험금 지급능력 평가 등급이 하향 검토 대상이다.

◇ 해외투자한도 확대해야, 목소리도

보험업계가 전반적인 부진에 빠진 가운데, 그나마 긍정적인 소식이 있다면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이 오는 2023년으로 1년 추가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보험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IFRS17이 도입될 경우 보험사들의 재무건전성 지표가 악화되는 것은 불가피하다.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는 오늘 저녁 영국 런던에서 이사회를 열고 IFRS17 도입 연기를 논의할 방침이다. 보험업계에서는 최근 저금리 기조로 보험사 수익성이 전반적으로 악화된 데다, IASB 또한 이미 추가 연기를 시사한 적이 있다는 점에서 2023년 도입이 확실하다고 전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보험사의 해외투자 한도를 기존 30%에서 50%로 확대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절실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제로금리 시대에 진입하면서 위험성이 낮은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지만, 국내시장의 경우 초장기채가 부족해 보험사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어렵기 때문. 해당 법안은 현재 국회 계류 중이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국회 일정이 지연돼 20대 국회 임기 내 통과를 확신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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