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기본소득 실효성 검증] ② 호주 '현금 보조금'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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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기본소득 실효성 검증] ② 호주 '현금 보조금' 정책
  • 임해원 기자
  • 승인 2020.03.16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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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시의회는 지난 13일 약 5만명에게 50여 만원을 지급하는 재난기본소득 예산안을 편성했다. 사진=뉴시스
전주시의회는 지난 13일 약 5만명에게 50여 만원을 지급하는 재난기본소득 예산안을 편성했다. 사진=뉴시스

코로나19 확산으로 글로벌 경제가 위기에 빠지면서, 각국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통화정책을 검토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계소득을 지탱하고 소비 둔화를 막기 위해 현금을 직접 지급하는 ‘재난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이미 호주·홍콩·대만 등에서 경제위기에 대응해 국민들에게 현금이나 현금성 바우처를 지급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홍콩은 18세 이상 영주권자 약 700만명에게 1만 홍콩달러(약 157만원)을 지급하기로 했으며, 대만은 현금성 바우처를 전 국민에게 지급하되 용도를 제한하는 계획을 검토 중이다.

국내에서도 이미 전주시가 1인당 52만7158원의 재난 기본소득 지원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대상은 실업자, 비정규직 등 약 5만명으로 체크카드 형태로 지급되며 전주지역에서 3개월 내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재난기본소득의 실효성에 대한 논쟁은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재난기본소득의 경기부양효과가 미미하다며 포퓰리즘 정책으로 재정 부담을 늘려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다른 한 편에서는 극단적인 금융위기 시에는 기본소득의 효과가 더 커질 수 있다며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실제 재난기본소득이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까? <이코리아>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호주 정부의 재정정책을 통해 재난기본소득이 실행된 경우의 부작용과, 실행하지 않은 경우의 문제점에 대해 짚어봤다. 

◇ 금융위기 대응위해 104억 호주달러 푼 호주 정부

호주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경제 침체를 막기 위해 기준금리 인하 등 통화정책을 통해 대응에 나섰으나, 별다른 효과가 없자 2008년 10월 104억 호주달러(69억 미국 달러) 규모의 경제 안정 정책 패키지(Economic Security Strategy)를 발표했다. 이는 당시 호주 GDP의 1%에 해당하는 것으로, 87억 호주달러의 가계보조금과 15억 호주달러의 주택 구입 지원금, 1억8700만 호주달러의 직업훈련 지원금으로 구성됐다.

다만 이중 재난기본소득 재원에 해당하는 87억 호주달러는 현재 국내에서 논의되는 것과는 달리, 연금생활자 및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일회성 보조금이었다. 연금생활자 및 생활보호대상자의 경우 독신은 1400 호주달러, 배우자가 있으면 가구당 2100 호주달러를 받았다. 또한 가족구성원 중 장애아동 또는 중환자가 있어 간호수당(Carer Allowance)을 받고 있는 가구와 자녀가 있어 세금 감면 혜택(FTB-A)을 받는 가구에게도 간병 대상 및 자녀 수에 따라 1인당 1000 호주달러가 지급됐다. 생애 첫 주택 구입자 또한 기존 주택의 경우 1만4000 호주달러, 신규주택의 경우 2만1000 호주달러의 지원금을 지급받았다.

지급 기준에 따른 선별적 보조금이지만 실제 FTB-A를 받고 있는 가구가 90%에 달해, 금액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호주 국민들이 보조금을 받을 수 있었다. 세계은행그룹이 지난해 11월 출간한 ‘보편적 기본소득 탐구(Exploring Universal Basic Income)’에 따르면, 호주 정부의 평균 1600 호주달러의 일회성 보조금이 전체 가구의 90% 및 노동인구의 80%에게 지급됐다.

◇ GDP 2% 현금 푼 호주, 인플레이션은?

이처럼 막대한 현금을 푼 호주에 급격한 물가상승과 같은 부작용은 없었을까? 그간의 연구결과들은 호주 정부의 극단적인 경제 활성화 정책에 따른 부작용은 크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 세계은행그룹은 “호주 정부의 현금보조금(1600 호주달러)은 개인 소득의 4~5%에 해당하며, 전체 보조금은 GDP의 2%에 달한다”며 “소비자물가지수를 분석한 결과 보조금이 인플레이션에 미친 뚜렷한 영향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세계은행그룹은 “지역 차원에서 가격 상승 효과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단서를 달았다.

실제 호주 정부가 경기활성화 패키지를 시행한 후 소비자물가지수는 오히려 소폭 감소했다. 2008년 호주의 소비자물가지수는 패키지 시행 직전(9월) 92.7에서 패키지 시행 직후 92.4로 낮아졌으며, 2009년 6월(92.9)에야 패키지 시행 전 수준을 회복했다. 호주의 소비자물가지수가 본격적으로 상승한 것은 패키지가 시행된 지 1년이 지난 2010년(연간 96.1)부터다. 

자료=노스-사우스 인스티튜트
인베스트 빅토리아의 크리스 배럿 CEO가 분석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호주 재정정책의 효과. 파란선과 점선은 각각 공격적 재정정책이 시행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시뮬레이션해 도출한 GDP 추세를 나타낸다. 자료=더 노스-사우스 인스티튜트

◇ 현금 보조금 정책, 금융위기 극복에 도움 

만약 호주 정부가 현금보조금 지급 정책을 시행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굳이 현금 지급이라는 포퓰리즘 정책 없이도 금융위기 대응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이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뉴질랜드 빅토리아대학교(Victoria University of Wellington)의 딘 히슬롭 교수는 호주 정부의 대응방식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히슬롭 교수가 2014년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소득 감소 효과는 약 –6.3%로 이중 호주 정부가 지급한 현금보조금이 1.6% 가량을 상쇄한 것으로 나타났다. 

히슬롭 교수는 “현금보조금이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소득감소 효과를 어느 정도 상쇄했다”며 “호주 정부의 재정적 대책이 없었다면 금융위기는 개인 및 가구 소득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호주 투자회사 인베스트 빅토리아의 크리스 배럿 최고경영자(CEO) 또한 당시 호주 정부의 대응을 필수적인 조치였다고 평가했다. 배럿 CEO는 2011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호주 경제는 2008년 12월 급격한 침체기를 겪었을 뿐 불황에 빠진 적이 없다”며 “금융위기 이후 호주 경제의 놀라운 성장 때문인지, 당시 재정적 대응이 불필요했으며 느슨한 통화정책이나 금리 인하로도 충분했던 것 아니냐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배럿 CEO는 이어 “하지만 내 분석에 따르면, 당시와 같은 재정적 대응이 없었더라면 호주 경제는 적어도 2분기 동안 큰 침체기를 겪었을 것”이라며 현금보조금 지급 등 적시에 시행된 재정적 대책이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을 줄이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 호주 정부, 코로나19에 맞서 또 현금보조금 준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공격적인 재정정책으로 극복한 호주 정부는 이번 코로나19 금융쇼크에 대해서도 같은 방식의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12일 176억2900만 호주달러 규모의 재정부양책을 발표했는데, 이는 호주 GDP의 1.2%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2008년과 마찬가지로 이번 재정정책 패키지에도 현금 보조금이 포함돼있는데, 약 650만명의 사회수당 수혜자를 대상으로 1인당 750 호주달러(약 58만원)을 지급한다. 

호주 정부의 재정부양책에 대한 금융권의 평가는 일단 긍정적이다. JP모건의 샐리 올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호주 정부의 대응으로 2분기 호주 GDP가 유의미한 성장을 보일 것이라며, 현금보조금은 즉각적인 소비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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