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트위터 갈무리
사진=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트위터 갈무리

100만명에게 간이 코로나19 검사 기회를 무료 제공하겠다고 나섰다가 오히려 빈축을 산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이번에는 마스크를 100만장 기부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여전히 일본 여론은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손 회장은 12일 트위터에 “해봅시다. 마스크 100만장을 기부합니다. 문을 연 병원과 간호시설에 (마스크를) 조달하기 위한 주문을 마쳤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앞서 손 회장은 11일 3년 만에 트위터 활동을 재개하면서, 무료 코로나19 간이 검사를 제안한 바 있다. 검사를 받지 못해 불안한 사람들을 위해 선의로 제안한 것이지만, 예상과는 달리 검사 수가 증가하면 의료시스템이 붕괴할 수 있다는 비판이 빗발쳤다. 일방적인 비난이 계속되자 손 회장도 결국 “평판이 나쁘니 그만두겠다”며 물러섰다. 

손 회장이 마스크 기부로 선회한 것은 무료 검사에 대한 비난 여론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실제 손 회장이 무료 검사를 제안한 트윗에는 “그 정도의 자금력과 행동력이 있다면 의료시설에 마스크를 지원하는 데 사용하라”, “도울 생각이라면 국내에 마스크 공장을 세워달라” 등 마스크와 관련된 댓글이 다수 달렸다.

문제는 손 회장의 통 큰 마스크 기부 약속에도 일본 여론이 돌아서지 않았다는 것. 손 회장의 마스크 기부에 대해 일본 누리꾼들은 “소프트뱅크가 마스크를 사재기하면 일반인에 대한 공급이 지연된다”, “마스크 살 정도의 돈은 있다. 괜한 일을 벌여 품귀현상을 일으키지 말라” 등의 댓글을 달고 있다. 

마스크 100만장 기부 약속이 ‘사재기’로 몰리자 손 회장은 마스크 기부를 약속한 지 두 시간 만에 “해외 공장에 직접 주문했다”며 다시 트윗을 작성했다. 시중에 풀린 마스크를 구매해 다시 배포하는 것이 아니라 해외에서 들여오는 만큼, 일본 내 마스크 수급 불안정을 악화시키지는 않을 것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손 회장의 기부 약속에 대한 여론은 여전히 냉담하다. 손 회장의 해명 트윗에는 “설마 중국인가” “믿을 수 있는 나라에서 구매하는 것이냐”, “위생 관리도 제대로 하지 않는 해외 공장에서 생산된 마스크를 들여오면 오히려 감염 우려가 있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일본에 마스크를 들여오면, 마스크를 주문한 국가에 사는 사람들에게 돌아갈 마스크가 부족해질 수 있다”며 ‘세계시민주의’적 비판을 제기하는 누리꾼도 발견된다.

손 회장의 마스크 기부 약속이 비판을 받는 배경에는, 이미 무료 검사 제안으로 인해 부정적으로 돌아선 여론뿐만 아니라, 불안정한 일본 내 마스크 수급 상황도 놓여있다. 일본 미디어포탈 BCN에 따르면, 한 쇼핑몰에서 판매되는 부직포 재질의 일회용 마스크의 50매들이 1상자의 가격은 2010년 39엔에서 2월 3980엔, 3월에는 8000엔까지 200배나 급등했다. 해외 직구업체 또한 50매를 5달러에 판매한다고 홍보한 뒤 별도로 배송비를 추가하는 식의 얌체 영업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의료시설 종사자 등이 마스크를 빼돌려 판매하는 사건도 발생하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와테현 소재의 현립 의료기관 니노헤 병원의 임시직원이 일회용 마스크 60장들이 8상자를 빼돌려 병원 측 구매가격의 10배인 1만5000엔에 판매한 사실이 적발됐다. 시즈오카현 의회 모로타 히로유키 의원은 자신이 경영하는 무역상사를 통해 중국에서 수입한 마스크 재고 중 10%를 온라인 경매사이트를 통해 판매했다가, 지난 9일 사과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이처럼 마스크 수급 불안정이 계속되다 보니, 일본 누리꾼들도 손 회장의 100만장 기부 약속에 대해 자칫 품귀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게 된 것으로 보인다.

무료 검사에 이어 마스크 기부까지 연이어 비난을 받게 된 손 회장에 대한 동정 여론도 나오고 있다. 자신을 의사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댓글을 보니 무엇을 해도 비판을 하는 사람들이 있어 힘들 것 같다”라며 “무료 검사에는 반대 입장이지만, (손 회장이)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고 정책을 변경해준 것에 대해서는 훌륭하다고 생각한다”고 지지 입장을 밝혔다. 

한편 손 회장은 12일 오후 해외에서 마스크를 주문했다는 내용의 해명 트윗을 올린 뒤, 현재까지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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