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급락하며 1690선이 붕괴된 13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코스피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급락하며 1690선이 붕괴된 13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금융쇼크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자칫 2008년 금융위기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과거 다른 ‘팬데믹(pandemic, 세계적 유행병)’이 발생했을 때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금융시장의 반응이 더 부정적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12일 세계증시는 코로나19 사태 악화로 인한 공포 속에 급락세를 보이며 ‘검은 목요일’을 맞았다. 이날 두 차례의 서킷브레이커(주가 급변으로 인한 일시적 거래중단)를 겪은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지수는 전일 대비 9.99%(2352.60포인트) 하락한 2만1200.62, S&P500 지수는 9.51%(260.74포인트) 하락한 2480.64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1987년 ‘검은 월요일’ 이후 최대 하락폭을 기록한 것이다. 

국내 증시도 8년 5개월 만에 사이드카(선물시장 급변에 따른 거래 제한)가 발동되는 등 ‘역대급’ 쇼크를 겪었다. 지난 12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3.87%(73.94포인트) 하락한 1834.33, 코스닥은 5.39% 하락한 563.49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와 코스닥은 13일 개장 후에도 각각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며 하락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금융권에서는 과거 다른 감염병이 세계적으로 확산됐을 때보다, 코로나19로 인한 금융쇼크가 더 심각하다고 진단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12일 발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코로나19 확산 이후 국내 금융시장은 주가와 장기금리가 모두 큰 폭 하락하며 변동성이 확대됐다”며 “이번 코로나19 확산 이후 금융시장 가격변수의 반응 정도는 과거 사례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편”이라고 지적했다.

사스(2003년 3월), 신종플루(2009년 4월), 메르스(2015년 5월) 등 전 세계적으로 유행한 감염병은 대부분 단기적인 금융시장 불안정을 초래한다. 과거 사스 발생 당시에도 코스피는 최대 9.3% 하락하며 부진을 겪은 바 있다. 

주요 감염병 확산 이후 코스피 변화. 자료=한국은행
주요 감염병 확산 이후 코스피 변화. 자료=한국은행

문제는 코로나19로 인한 금융쇼크가 다른 감염병보다 금융시장에 더욱 치명적인 타격을 입히고 있다는 것. 한은이 지난 5일까지 코스피 및 국고채 금리(10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코스피 최대 하락률은 11.5%, 국고채 금리 최대 하락폭은 47bp로 사스·신종플루·메르스 평균(코스피 –5.6%, 국고채 금리 –22bp)보다 심각했다. 5일 이후에도 하락장이 계속된 점을 고려하면 격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시장의 회복속도 또한 과거 감염병 사례와 전혀 다르다. 한은은 “과거 감염병 확산 시에는 금융시장 가격변수들이 사스 2차 직후의 장기금리를 제외하면 충격 발생 후 13거래일 이내에 직전 수준을 회복했다”며 “이번 코로나19 확산 이후에는 주가와 장기금리 모두 33거래일이 지난 3월 9일까지도 직전 수준을 하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시장이 예전보다 감염병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은은 “중국의 세계 경제 및 글로벌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비중, 우리나라 경제와의 연관성 등이 과거보다 크게 높아진 가운데 예상과 달리 감염병이 지역사회 감염으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실물경제에 대한 부정적 영향이 커질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가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중국 수요 위축으로 실물경제가 먼저 타격을 받으면서 비관적 전망이 금융시장까지 전파됐다는 것.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중국 경제가 언제 회복세에 들어설 것인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유럽 등이 재정·통화정책을 통한 코로나19 금융쇼크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중국 경제 침체라는 근원적 불안정성이 해결돼야 하기 때문. 현재 중국은 2월 자동차 판매량과 휴대폰 판매량이 각각 79%, 56% 하락하는 등 코로나19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중국 내에서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어느 정도 진정 국면에 들어선 만큼, 중국 경제의 회복을 기대해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메리츠종금증권 이진우 연구원은 12일 “후베이성을 제외한 중국 다른 지역은 한 달 전에 비해 정상화가 빠르게 진행 중이다. CERI 지수 기준으로 보면 작년에 비해 70% 가량의 회복율을 보이고 있다”며 “극심한 공포가 지배하고 있는 시장이지만 회복의 징후도 보이기 시작한다”고 밝혔다. CERI(China Economic Recovery Index) 지수는 생산·소비 측면의 모빌리티 데이터에 기반해 중국의 인터넷은행 위뱅크(WeBank)가 만든 지표로 물동량과 유사한 개념이다. 

한편, 한은은 “코로나19 확산의 빠른 진행과 높은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시장 심리가 취약해져 있어 앞으로도 금융시장이 작은 충격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며 “시장 상황을 보다 주의 깊게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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