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여부를 두고 예금보험공사(이하 ‘예보’)와 국민연금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예보는 이미 손 회장 연임에 대해 찬성 입장을 밝혔지만,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판매 사태의 책임을 물어 연임에 반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12일 논평을 내고, 예금보험공사와 국민연금이 오는 25일 우리금융 주주 총회에서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안건에 반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예보와 국민연금은 각각 우리금융지주 지분 17.25%, 8.82%를 보유하고 있다. 둘을 합치면 26.07%로 푸본생명 등 과점주주들이 보유한 지분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비록 2022년까지 완전 민영화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정부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 

경제개혁연대는 이날 논평에서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금융지주) 주식은 국민 세금을 출연한 것”이라며 “기금의 의결권 행사는 납세자, 또는 기금 가입자 및 수혜자의 이익 향상과 주주가치 증대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손태승 회장은 은행장으로서 사모펀드 위주의 외형성장 극대화 전략을 추구하면서 DLF 등 사모펀드를 공모펀드처럼 일반 투자자들에게 판매할 수 있도록 상품 출시 및 판매를 독려한 반면,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내부통제기준을 실효성 있게 마련하지 않았다는 사유로 문책경고 제재를 받았다”며 “이러한 상황은 2018년부터 2019년 상반기까지 이어졌는데 내부통제 부실을 장기간 방치한 것 역시 최고경영자인 손태승 회장의 책임”이라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는 결국 납세자의 이익에 반하고 공적 기금에 손실을 끼친 것이며, 우리금융지주의 주주가치를 훼손한 것이므로 예금보험공사는 손태승 회장의 재선임을 반대해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정부가 우리금융의 완전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 2016년 우리은행 민영화 이후 경영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예보 또한 오는 2022년까지 보유 지분을 모두 매각해 우리금융을 민간의 품으로 돌려보낸다는 계획이다. 예보 입장에서는 손 회장 연임을 지지하는 이사회와 반대편에 섰다가, 자칫 경영 불개입 원칙을 깼다는 오해를 살 수 있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실제 예보는 지난 1월 2일 “공사는 2016년 과점주주 매각 당시 과점주주 추천 사외이사들을 중심으로 은행장(CEO) 선임의 자율성을 보장할 것이라는 원칙에 따라 CEO 선임의 자율성을 보장해오고 있다”며 “이번 이사회에서도 이러한 원칙을 따랐다”고 밝혔다. 직접 의견을 내기보다는, 손 회장을 지지하는 이사회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것. 

반면, 경제개혁연대는 예보의 ‘경영 불개입’ 방침에 대해 “손태승 회장 건은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으로 경영 개입이나 경영권과 관련된 사안으로 보기 어렵다”며 예보에게 거듭 반대표를 행사할 것을 촉구했다. 경제개혁연대는 “논란이 될 것을 의식한다면 찬성표를 던지지 말고 기권을 하거나 중립투표를 하라”며 “”만약 찬성한다면 이는 납세자와 주주의 이익을 저버리는 것일 뿐만 아니라 민영화된 은행 경영에 잘못된 방향으로 개입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제개혁연대는 또한 8.82%의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에게도 연임안에 반대표를 던질 것을 요청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스튜어드십 코드에 가입한 기관투자자들은 자체적으로 의결권 행사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여 이사 후보에 대한 반대 사유를 규정하고 있는데, 법령상 이사로서의 결격사유가 있는 경우, 기업가치의 훼손・주주권익의 침해에 책임이 있는 경우 등이 포함된다”며 “이에 대한 판단은 법원의 확정판결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국민연금은 지난해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 1심 재판이 진행 중이었음에도 반대 의결권을 행사한 바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우리은행은 개인정보 도용 문제로 추가 제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라임펀드와 관련해서는 검찰 수사까지 진행되고 있다. 여기서도 손태승 회장의 책임이 문제될 경우에는 CEO 리스크가 더욱 커질 수 있다”며 “이러한 점들을 모두 고려하여 예금보험공사와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은 가처분 결과와 상관없이 납세자의 이익과 주주가치를 위해 주주총회에서 반대표를 행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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