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붕구 키코(KIKO) 공동대책위원회 위원장이 지난해 12월13일 키코 분쟁조정 결정을 발표한 금융감독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붕구 키코(KIKO) 공동대책위원회 위원장이 지난해 12월13일 키코 분쟁조정 결정을 발표한 금융감독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금융감독원의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피해 배상 권고에 대한 시중 은행들의 눈치보기가 심해지면서 비판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배상 권고를 거부하기로 결정한 한국씨티은행과 산업은행에 대한 투자자 및 시민단체의 비판이 거세지는 분위기다.

키코 공동대책위원회는 11일 성명을 내고 한국씨티은행과 산업은행이 금감원의 분쟁조정안을 수용하지 않기로 한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 고객기만행위”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앞서 두 은행은 지난 5일 금감원의 키코 배상 권고에 대해 불수용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산업은행은 법률 검토 결과 금감원이 배상 근거로 삼은 적합성의 원칙 및 설명의무 사실관계에서 법리적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씨티은행은 피해기업인 일성하이스코에 대해 배상액(6억원)을 초과하는 규모의 미수채권을 감면해줬다며, 추가 배상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공대위는 “산업은행은 국책은행으로서의 본분을 망각한 채 조정안에 대한 이사회 논의조차 없이 단박에 거부했다”며 “씨티은행은 키코 상품을 본격적으로 국내에 들여와 키코사태를 일으킨 장본인으로서 일말의 반성도 없는 부도덕한 행태를 여실히 보여줬다”고 말했다.

특히, 공대위는 은행들이 배상 권고 수용을 망설이는 이유인 ‘업무상 배임’ 우려에 대해서도 ‘핑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은행들은 이미 손해액 청구권 소멸시효(10년)이 지나고 대법원 판결까지 난 사안에 대해 배상하는 것은 자칫 주주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공대위는 “배상결정이 은행 경영진의 사익을 위한 것이 아닐 뿐 아니라, 고객 신뢰 회복과 지속적 거래관계 유지, 평판개선, 은행의 공공적 성격 등을 고려할 때 대법원이 인정하고 있는 경영판단의 범위에 속하며, 은행에게 일방적으로 손해만을 입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은행이 키코 피해기업에 대한 배상으로 소멸시효 완성의 이익을 포기하더라도 배임에 해당될 가능성은 낮다”고 반박했다. 

피해자 단체뿐만 아니라 시민단체들도 은행들의 소극적인 태도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금융정의연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주빌리은행,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한국파산회생변호사회 등은 지난 10일 공동 성명에서 “은행은 피해기업 경영권 회복을 위해 실질적 배상 즉각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분쟁조정 대상은 법원에서 확정 판결을 받지 않은 기업에 한정하였고, 금감원은 대법원 판례에서 유형별로 인정된 불완전판매에 대해서만 심의하였으며, 법원 판례에 따르면 소멸시효가 완성된 건이라도 임의변제가 가능하다”며 “은행들이 ‘배임’을 운운하며 분쟁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궁색한 변명”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키코 배상은) 은행에 대한 신뢰 문제이기도 하며, 자본주의 사회에서 금융질서를 어지럽히고 금융공공성을 해친 것에 대한 책임이기도 하다”며 “더 이상 책임회피를 위한 변명거리 찾기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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