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NH투자증권 홈페이지 갈무리
자료=NH투자증권 홈페이지 갈무리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원유 가격과 연동된 파생결합증권(DLS) 일부가 녹인(Knock-in, 원금손실구간)에 진입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NH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등은 최근 국제유가와 연동된 DLS 총 129개에서 원금 손실 조건이 발생했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했다. 원금 손실 구간에 진입한 DLS 129개의 미상환 잔액은 총 1533억원에 달한다.

증권사별로는 NH투자증권이 38개(818억원)로 가장 많았으며, 그 뒤는 미래에셋대우 20개 344억원, 한국투자증권 54개 279억원, 삼성증권 17개 92억원 등의 순이었다.

DLS는 주가지수나 국제유가 등을 기초자산으로 삼아, 가격이 특정 범위 내에서 움직이면 투자자에게 약정된 수익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해당 DLS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및 브렌트유와 연동돼있으며, 대부분 45~50% 수준에서 녹인이 설정돼있다. 즉, 유가가 DLS 발행 당시보다 50% 이하로 하락하지만 않으면 원금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최근 주요 산유국들의 감산합의에 실패로 인해 배럴당 50~60달러에 거래되던 원유가 30달러 초반까지 급락하면서 일부 원유 DLS가 원금 손실 구간에 진입하게 됐다.

물론 녹인 구간에 진입했다고 해소 무조건 원금 손실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삼성증권은 10일 홈페이지를 통해 “만기 시 원금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생겼다는 의미로서 손실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며 “최종만기일까지 기초자산의 가격이 일정 수준 이상 회복되지 않을 경우에는 손실이 발생할 수 있으나, 일정 수준 이상으로 다시 상승하여 수익확정요건이 충족된다면 약정된 수익을 지급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향후 추가적인 국제유가 하락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것.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업체 아람코는 지난 10일(현지시간) 내달 1일부터 일일 원유 생산량을 2월 대비 27% 증가한 1230만 배럴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사우디와 대립하고 있는 러시아 또한 일일 생산량을 기존 1130만 배럴에서 1180만 배럴로 늘리겠다며 맞불을 놓고 있다. 자칫 양국 간의 갈등이 장기화된다면 원금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아직 협상의 문이 열려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에너지부 장관은 10일 기자들과 만나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함께 원유 시장 안정화를 위한 조치를 취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10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10.4%(배럴당 3.23달러) 급등한 34.36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러시아가 감산 협상 재개 의사를 밝힌 것이 반등세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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