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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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의 ‘안전자산’ 지위에 금이 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와 유가 급락으로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위험 회피 수단으로 투자자들에게 선택받아온 비트코인마저 가격이 폭락하고 있기 때문. 

10일 오후 4시 암호화폐 시황중계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전일 대비 0.23% 오른 7938.17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8일까지만 해도 약 9100달러를 기록하며 횡보세를 유지 중이었다. 불과 이틀 만에 10% 이상 가격이 급락한 셈이다.

암호화폐의 가격 변동폭은 다른 자산과 달리 매우 큰 만큼 이틀간 10%의 가격 하락은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문제는 가격 하락의 타이밍이다. 투자자들에게 위험회피 수단으로 선호받고 있는 비트코인은 국제적인 위기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가격이 오르는 경향을 보였다. 실제 지난 1월 3일 미군 공습으로 이란혁명수비대의 거셈 솔레이마니 총사령관이 사망한 뒤, 비트코인 가격은 5일 만에 7000달러에서 8300달러까지 수직 상승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동아시아 지역 확진자 수가 급증하는 과정에서도 비트코인 가격 상승세는 계속 이어졌다. 지난달 12일에는 약 5개월만에 1만 달러를 돌파하며 기세를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북미 및 유럽까지 확대되고 글로벌 증시가 하락세를 보이는 데다, 주요 산유국들간의 감산합의가 무산되면서 유가까지 급락하자 비트코인도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 실제 비트코인은 지난 2월 중순 올해 최고가인 1만423달러를 기록한 뒤 완만한 하락세를 보이다, 이달 초 석유 감산합의가 무산되고 유가가 폭락하기 시작하자 8000달러 아래로 수직 하락했다. 

사진=피터 시프 유로퍼시픽캐피탈 대표 트위터 갈무리
사진=피터 시프 유로퍼시픽캐피탈 대표 트위터 갈무리

글로벌 경제 위기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비트코인 가격이 오히려 예상과 달리 하락하자, 암호화폐가 더 이상 안전자산의 역할을 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를 예측해 유명세를 탄 유로퍼시픽캐피탈의 피터 시프 대표는 9일 트위터를 통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탄생한 비트코인은 보유자들에게 안전자산으로 여겨지지만, 그들의 생각이 틀린 것 같다”며 “만약 비트코인이 화폐도, 가치저장고(store of value)도, 안전자산도 아니라면, 비트코인은 대체 무엇이고 그것을 소유해야 하는 이유는 뭔가?”라고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리트홀츠자산운용의 배리 리트홀츠 투자책임자(CIO) 또한 “나는 암호화폐를 ‘밀레니얼 황금(Millenial Gold)’이라고 불러왔다. 하지만 비트코인이 8000달러 이하로 내려간 데다 암호화폐가 거래되는 방식을 보니 내 가설이 틀렸다”며 “암호화폐는 다른 투기적 자산과 다를 바 없이 움직이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최근 비트코인 가격 급락의 원인을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한다는 반론도 나온다. 9일 암호화폐 전문매체 ‘코인데스크’는 중국의 암호화폐 다단계 사기 프로젝트 ‘플러스토큰(PlusToken)’을 비트코인 가격 하락의 이유로 지목했다. 플러스토큰이 보유한 비트코인이 시장에 대량으로 유입되면서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는 것. 

실제 블록체인 보안업체 펙실드(PeckShield)에 따르면 지난 6일 플러스토큰이 소유한 것으로 의심되는 지갑 주소에서 비트코인 1만3112개가 여러 개의 지갑으로 분산해 이동했다. 만약 플러스토큰이 비트코인 현금화에 나섰다면, 최근 발생한 시세 하락의 원인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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