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사진=뉴시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사진=뉴시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금융감독원의 중징계에 맞서 소송전을 선택하면서, 향후 법리 다툼이 어떻게 전개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9일 서울행정법원은 금감원의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관련 징계(문책경고) 취소를 위해 손 회장이 낸 소송 및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접수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5일 손 회장에게 징계 결과를 통보한 바 있다. 문책경고의 경우 3년간 금융사 취업이 제한되기 때문에, 오는 25일 주총에서 연임을 확정하려는 손 회장으로서는 연임을 포기하지 않는 한 법적 대응이 불가피하다.

◇ 가처분 신청 인용 가능성은?

가처분 신청은 본안소송 전 급박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징계의 효력을 잠정적으로 정지해달라는 요청이다. 따라서, 25일 주총에서 연임 확정을 앞둔 손 회장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본안소송의 승패보다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인용하느냐다. 법원이 우리금융 주총 전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다면, 손 회장의 연임 안건 의결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

다만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인용하려면 손 회장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소명해야 한다. 행정소송법 23조 2항에 따르면, “처분 등이나 그 집행 또는 절차의 속행으로 인하여 생길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할 때” 행정처분의 효력을 정지시킬 수 있다.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금전 보상이 불가능하며, 당사자가 참고 견디기 어려운 유·무형의 손해를 의미한다. 손 회장의 경우 금감원의 처분이 바로 집행되면 연임이 무산돼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법원이 손 회장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연임이 무산될 경우 손 회장이 장기전이 될 본안소송에서 이긴다고 해도 돌이킬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금전적으로 보상할 성격의 손해도 아니기 때문. 다만, 법원에서 손 회장이 금감원 징계의 효력을 정지하는 것이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가처분 신청이 기각될 가능성도 있다. 

◇ 본안소송, 쟁점은 ‘내부통제’ 책임

법원이 손 회장이 낸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다고 해도 징계 취소를 위한 본안소송과는 별개의 문제다. 본안소송에서는 금감원이 손 회장 징계 근거로 내세운 ‘내부통제 부실’이 관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손 회장에 대한 금감원 징계의 근거 법령은 금융회사지배구조법 24조로 “금융회사는 법령을 준수하고, 경영을 건전하게 하며, 주주 및 이해관계자 등을 보호하기 위하여 금융회사의 임직원이 직무를 수행할 때 준수하여야 할 기준 및 절차(내부통제기준)를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실제 금감원은 지난 2018년 삼성증권 배당사고 당시 구성훈 전 대표에게 내부통제 기준 마련 위반을 이유로 직무정지 3개월의 징계를 처분한 바 있다. 만약 법원이 본안소송에서 금감원 손을 들어준다면 손 회장은 같은 이유로 징계를 받은 최초의 은행권 CEO가 된다.

해당 조항에 대한 금감원과 우리금융의 해석이 엇갈리고 있어 본안소송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예측하기는 어렵다. 우리금융 측은 삼성증권 배당사고와 우리은행 DLF 사태는 성격이 다르다는 입장이다. 삼성증권의 경우 내부통제 기준 자체가 없었던 반면, 우리은행은 상품 판매 절차와 관련해 내부통제 기준이 이미 마련돼있었다는 것. 

반면 금감원은 내부통제 기준의 유무뿐만 아니라 실효성도 따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시행령 19조에는 금융사의 내부통제가 실효성 있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기준에 포함돼야 할 여러 사항이 규정돼있다. 법원이 우리은행의 내부통제 기준에 대해 필수적인 사항이 빠져 있어 실효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한다면 금감원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다.

또 다른 쟁점은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의 준수 여부를 금융사 CEO 개인에 대한 징계 근거로 볼 수 있는지다. 금감원은 이를 법규 위반으로 해석해 손 회장에 대한 중징계의 근거로 삼았으나, 우리금융 측은 과도한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다. 해당 조항은 내부통제 기준 마련을 권고하는 조항이지, 경영진 개인에 대한 제재 근거라고 볼 수 없다는 것.

◇ DLF대책위, “손 회장 가처분 신청 기각하라”

일반적으로 법원의 가처분 신청 인용 여부가 7~10일 내 결론이 난다는 점에서 손 회장의 연임 여부는 주총 전 판가름날 것으로 예상된다.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할 경우 손 회장이 연임할 가능성은 높지만, 금감원과의 갈등 및 여론의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우리은행 고객 비밀번호 무단 도용 사건 및 라임 사태 등으로 금융당국과 검찰의 조사를 받는 상황에서 금감원과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우리금융으로서도 적지 않은 부담이다.

DLF 피해자들의 비판도 거세다. 9일 금융정의연대와 DLF피해자대책위원회는 공동논평을 내고 “DLF사태에 책임을 지고 고객들에게 사죄해도 모자랄 판국에, 금감원의 중징계 행정처분에 대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 것은 후안무치한 행태”라며 “법원은 DLF사태로 우리은행 고객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힌 우리은행 책임자 손태승 은행장의 문책성경고의 적법성을 인정하고 가처분 신청을 기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