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풀리아주 미켈레 에밀리아노 주지사가 8일(현지시간) 북부 지역 주민들에게 남부로의 이동을 자제해달라고 호소했다. 사진=미켈레 에밀리아노 주지사 페이스북 갈무리
이탈리아 풀리아주 미켈레 에밀리아노 주지사가 8일(현지시간) 북부 지역 주민들에게 남부로의 이동을 자제해달라고 호소했다. 사진=미켈레 에밀리아노 주지사 페이스북 갈무리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이탈리아 정부의 북부 지역 봉쇄 계획이 사전에 유출되면서, 수천 명이 남부로 탈출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앞서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 7일(현지시간) 롬바르디아주 및 밀라노, 베네치아 등을 포함해 확진자가 다수 발생한 북부 14개 지자체를 오는 4월 3일까지 ‘레드존’에 포함한다고 발표했다. 레드존에 포함된 지역 주민은 다른 지역으로의 이동이 제한되며, 외부에서 해당 지역을 방문하는 것도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금지된다. 이는 사실상의 지역봉쇄 조치로 이탈리아 인구의 4분의 1인 약 1600만명이 이번 조치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이탈리아 정부의 지역봉쇄 조치가 시행 전 현지 언론을 통해 유출됐다는 것. 7일 오후 이탈리아 일간매체 코리에레 델라 세라(Corriere della Sera)가 구체적인 봉쇄 계획에 대해 보도했고, 이를 확인한 해당 지역 주민 다수가 기차 및 자가용 등을 통해 레드존 탈출을 시도했다.

8일 영국 일간 매체 가디언지에 따르면 이탈리아 내 코로나19 확진자의 약 85%, 사망자의 90%가 북부의 롬바르디아, 에밀리아로마냐, 베네토 등 3개 주에서 발생했다. 해당 지역 주민들이 대거 남부 지역으로 탈출했다면, 코로나19 확산 속도를 억제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탈리아 정부의 지역봉쇄 조치는 중앙정부에서 지자체로 전달되는 과정에서 언론에 유출된 것으로 보인다. 해당 조치에 서명한 의료자문팀 소속 발테르 리시아르디(Walter Ricciardi)는 이날 가디언지와의 인터뷰에서 “주세페 콘테(Giuseppe Conte) 총리가 각 지자체에 봉쇄조치에 대한 동의를 요청하며 초안을 회람하는 과정에서 정보가 유출됐을 것”이라며 “지자체와 언론은 아무런 책임감이 없다”고 비판했다.

사태가 악화되자 남부 지역에서는 레드존 내 지역 주민들에게 이동을 자제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풀리아주 미켈레 에밀리아노(Michele Emiliano) 주지사는 8일 페이스북을 통해 “내 형제, 자녀, 손자와 같은 여러분들에게 말한다”며 “롬바르디아와 에밀리아로마냐를 덮친 전염병을 풀리아로 가져오지 말라”고 호소했다. 

에밀리아노 주지사는 “당신들은 이탈리아 북부 보건시스템을 마비시킨 바이러스를 운반하려 하고 있다”며 “대탈주는 여러분을 돕지 못하며 다치게 할 뿐이다. 또한 당신들을 사랑하며 기다리는 풀리아 주민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탈리아 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8일(현지시간) 오후 6시 기준 7357명, 누적 사망자는 366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일 대비 확진자는 25%(1492명), 사망자는 57%(133명) 증가한 수치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