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하 결정이 오히려 역효과를 내고 있다. 사태의 심각성에 대한 공포심리가 확산되면서 오히려 미 증시가 가라앉는 모양새다.

연준은 3일(현지시간) 긴급성명을 내고 코로나19 리스크 대응을 위해 기준금리를 1.50~1.75%에서 1.00~1.25%로 0.50%포인트 인하한다고 밝혔다. 연준이 FOMC 정례회의 전 금리인하를 단행한 것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며, 0.50%포인트의 인하폭 또한 2008년 이후 최대다. 

문제는 연준의 코로나19 처방전이 오히려 역풍을 불러왔다는 것. 연준의 긴급성명 이후 뉴욕증시는 잠시 반등했으나, 결국 3대 지수가 3% 가량 하락하며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785.91포인트(2.94%) 하락한 2만5917.41로 마감했으며, S&P(스탠다드앤푸어스) 500 지수는 86.86포인트(2.81%) 내린 3003.37, 나스닥종합지수도 268.07포인트(2.99%) 내린 8684.09로 각각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이날 증시가 급락한 것에 대해, 연준의 금리인하가 오히려 시장에 부정적인 시그널을 보냈기 때문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FOMC 정례회의를 2주 남겨둔 상황에서 긴급 금리인하를 단행한 것을 지켜본 투자자들이 실물경기가 생각보다 더 악화됐다는 의구심을 가지게 됐다는 것.

CNBC ‘매드머니’의 진행자 짐 크레이머는 이날 연준의 금리인하에 대해 “연준이 (코로나19) 사태가 악화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은 좋다. 하지만 (연준의 금리인하로 인해) 나는 ‘세상에, 내 생각보다 상황이 더 나쁜 것이 분명해’라고 생각하게 됐다”며 “금리인하 이전보다 오히려 더 불안감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연준의 금리인하 이후 나온 WHO의 입장 발표도 악재였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현지시간 3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코로나19라는 미지의 영역에 들어섰다. 이전에는 지역사회 전체에 확산될 수 있는 호흡기 질환을 본 적이 없다”며 코로나19의 세계적 위험도를 ‘높음’에서 ‘매우 높음’으로 상향했다.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올바른 조치를 통해 코로나19를 억제할 수 있다며 아직 팬데믹으로 볼 단계는 아니라고 밝혔으나, 증거가 확실하면 팬데믹 선언을 망설이지 않겠다고 말했다. 

주요 국가들의 구체적인 정책 공조 방안이 발표되지 않은 것도 증시 하락을 막지 못한 원인일 수 있다.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는 3일 컨퍼런스콜을 마치고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코로나19가 세계 경제 성장에 미치는 잠재적 충격을 감안해, 하방위험에 대응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유지하기 위한 모든 적절한 정책 수단을 사용할 것을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적절한 재정·통화정책을 시행하겠다는 다짐일 뿐, 구체적인 내용이 빠져 있어 코로나19에 대한 시장의 불안감을 가라앉히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특히, 유럽중앙은행(ECB) 내부에서는 추가 금리인하에 대한 반대 의견도 나오고 있어, 주요 국가들의 정책 공조가 어려운 것 아니냐는 전망도 제기된다. 

시장의 불안감이 해소되기 위해서는 금리인하와 같은 긴급처방보다 실질적인 사태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실제 연준은 지난 2008년 10월 금융위기에 대응해 긴급 금리인하(-0.5%p)를 단행했으나, 계속된 증시 하락세를 막지는 못했다.  

메리츠종금증권 하인환 연구원은 4일 “과거 사례를 보면, 금리 인하 자체보다는 충격의 원인이 해소되는지 여부가 주식시장의 방향성을 결정했다”며 “코로나19는 구조적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사태가 진정될 시 빠르게 회복이 가능하지만, 장기화될 경우, 의 구조적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을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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