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대한호국단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1월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에서 열린 중국인 입국금지를 촉구하는 집회에 참석해 손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자유대한호국단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1월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에서 열린 중국인 입국금지를 촉구하는 집회에 참석해 손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중국인 입국금지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입국금지 조치의 실효성을 두고 정치권은 물론 의료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지난달 2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중국인 입국 금지 요청’이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중국발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북한마저도 중국인 입국을 금지하는데 춘절 기간 동안이라도 한시적 입국 금지를 요청한다”며 “이미 우리나라 상륙한 뒤에는 늦지 않겠나.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반면, 정부는 중국인 입국금지 조치에 대해 실효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정부는 지난달 2일 중국 후베이(湖北)성을 방문했던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막는 부분적 입국 금지 조치를 취했으나, 중국인 또는 중국 방문 외국인 전체에 대한 입국금지 조치는 아직까지 취하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또한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열린 여야 4당 대표 회동에서 “후베이성 이외의 나머지 지역에 대해서는 지난 2월4일 이후 특별입국절차를 만들어 특별 검역을 실시하고 있으며, 이후 중국인 입국자 관리가 철저히 이루어지고 있다”며 “중국인 입국자 자체가 크게 줄어 하루 2만여 명씩 들어왔으나 지금은 1000명대로 급락한 상황이기 때문에 지금 시점에서 실효성 있거나 시급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지난 1월 2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중국인 입국금지 조치를 시행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갈무리
지난 1월 2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중국인 입국금지 조치를 시행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갈무리

◇ 2009 신종플루, 여행제한 조치 효과는?

“입국금지 등의 조치가 전염병 확산을 억제하는데 효과적이다”라는 주장에 대해 해외 의료계는 비교적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2009년 신종플루(H1N1) 발병 당시 다수의 국가들이 여행제한(travel restrictions) 조치를 시행했으나, 다수의 연구결과는 해당 조치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표하고 있다.

2011년 미국·유럽의 역학 전문가들이 발표한 ‘인간 이동 네트워크, 여행제한과 2009년 H1N1의 전 세계적 확산(Human Mobility Networks, Travel Restrictions, and the Global Spread of 2009 H1N1 Pandemic)’ 논문에 따르면, 신종플루 발병 당시 다수의 국가에서 최초 발병지인 멕시코에 대한 입국금지 및 제한조치를 시행하면서 당해 5월 멕시코 항공교통량의 40%가 감소했지만 감염 확산을 억제하는 효과는 미미했다.

이들은 “인구 이동 경로는 매우 다양하며, 이 때문에 여행 제한 조치를 통해 감염 확산을 억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항공기를 통한 여행을 금지하는 것은 전염병의 국제적 확산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작다”고 강조했다. 

실제 연구결과에 따르면 멕시코를 출입하는 항공교통량의 40%가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신종플루가 다른 국가로 전파되는 시기를 지연시키는 효과는 겨우 3일에도 미치지 못했다. 감소 효과가 90%로 유지됐다고 가정하고 시행한 시뮬레이션에서는 지연 효과가 약 2주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2주는 감시체계 강화 및 의료자원 배분 등 공공 의료 인프라를 통한 대응을 준비할 시간으로는 충분하지만 백신 개발 및 분배에는 부족한 시간”이라며, “점증하는 인구 이동을 고려할 때 향후 전염병 발생 시 여행 제한 조치가 효과를 발휘할 가능성은 없다”고 지적했다. 

2014년 영국에서 발표된 ‘빠른 인플루엔자 억제에 대한 여행 제한 조치의 효과(Effectiveness of travel restrictions in the rapid containment of human influenza)’ 논문에서도 비슷한 결론이 나왔다. 연구팀은 신종플루 관련 여행제한 조치에 대한 23개의 연구결과를 분석했는데, 여행제한 조치에 따른 감염 확산 억제 효과는 3%에 불과했으며, 대도시에서는 그보다도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항공이나 해로를 통한 여행제한뿐만 아니라 육로를 통한 여행제한조차도 감염 확산 둔화에 제한적인 영향을 미칠 뿐”이라며 “여행제한 조치 그 자체로는 충분한 감염 확산 억제 효과를 낼 수 없으며, 정책적 기여 또한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28일 여야 4당 대표 회동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언하는 모습.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갈무리
지난달 28일 여야 4당 대표 회동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언하는 모습.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갈무리

◇ 중국 전면 입국금지? 국내 의료계는 의견 분분

한편, 국내 의료계 내부에서는 입국금지 조치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은 분분한 상황이다. 대한감염학회는 지난달 2일 발표한 대정부 권고안에서 “후베이성 외의 중국지역에서 발생하는 사례가 40%를 차지하여 후베이성 제한만으로는 부족한 상황”이라며 “모든 중국발 입국자들(2주 이내 중국 거주자 포함)의 입국 후 2주간의 자발적인 자가격리를 권고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학회 측은 “우리나라는 인구 밀도가 높고 유동인구가 많은 도시에 밀집되어 살고 있는 특성 때문에 잠재적인 감염자가 평상시대로 유입된다면 누적되는 확진자들의 역학조사와 접촉자 감시를 위한 노력과 인력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훨씬 더 많이 필요하다”며 “우리 사회의 지속적인 안전을 위하여 위험군의 유입 차단 전략이 필요한 단계다. 주변 국가의 유행이 적절히 통제되기 전까지는 위험지역에서 오는 입국자들의 제한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중국 전역에 대한 입국제한 조치 확대가 과도한 조치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한예방의학회‧한국역학회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대책위원회는 지난달 10일 공동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에 대한) 과도한 불안을 조장하거나 효과 없는 과잉대응을 조장해서는 안 된다”며 “외국인 입국 제한에 있어서는 국가 간 상호주의 원칙에 입각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예방의학과 교수 또한 지난달 6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금까지 발생한 환자들을 봐도 중국에서 오신 한국인에 의해서 2차 감염, 3차 감염이 일어났지 중국에서 온 중국인에 의해서 2차 감염, 3차 감염이 일어난 환자가 없다”며 “비유를 하자면 전쟁의 전선이 지금 거기(중국) 있는 게 아니고 이미 안으로 들어왔기 때문에, 저는 전선을 내려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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