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핑안보험그룹 '핑안굿닥터' 코로나 바이러스 의료상담 App 화면 및 상담중인 소속 의료진. 자료=보험개발원
중국 핑안보험그룹의 원격의료 플랫폼 '핑안굿닥터' 코로나 바이러스 의료상담 앱(App) 화면 및 상담중인 소속 의료진. 자료=보험개발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됨에 따라 보험업계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대면채널 의존도가 높은 보험업계 특성 상 영업 위축을 피할 수 없기 때문. 반면 코로나19 사태로 보험업계가 입을 단기적 타격보다 장기적인 수요 증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 코로나19 확산에 대면채널 판매 위축

최근 핀테크 활성화에 따라 은행권을 비롯한 금융업계의 비대면채널 비중이 높아지고 있지만, 보험업계의 대면채널 의존도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상품구조가 복잡해 보험설계사의 직접적인 설명과 권유 없이는 신계약 유치가 어렵기 때문. 

실제 지난해 11월 기준 생명보험사의 초회보험료 중 대면채널 비중은 무려 약 98%에 달한다. 텔레마케팅(TM) 채널은 1.9%, 사이버마케팅(CM) 채널은 겨우 0.3% 수준이다. 상대적으로 비대면채널 비중이 높은 손해보험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10월 기준 국내 손보업계 상위 10개사의 초회보험료 중 비대면채녈 비중은 각각 TM 6.4%, CM 4.9%에 그친 반면, 대면채널 비중은 88.8%였다.

이처럼 대면채널 의존도가 높은 보험사에게 코로나19는 심각한 악재다. 불필요한 만남과 외출을 자제하려는 경향이 확산될수록 대면채널을 통한 판매는 급감할 수밖에 없기 때문. 확진자 수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1대1 대면영업뿐만 아니라 브리핑이나 세미나 등 단체영업은 아예 불가능한 상황이다. 특히, 보험업계 대목인 1/4분기 영업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경우 올해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 손해율 개선, 건보 수요 증가 등 장기적 개선 전망

반면 코로나19가 암울한 보험업계에 장기적으로는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보험연구원 손민숙 연구원은 1일 발표한 ‘코로나19의 현황 및 보험산업 영향’ 보고서에서 “단기적으로 생명보험 손해율 증가가 나타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건강보험 수요 증가로 인한 건강보험료 수입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중국 규제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03년 사스(SARS) 유행 이후 중국 건강보험료 수입은 340억 위안을 기록하여 전년 대비 70% 급증했다. 또한, 생명보험회사들의 보험료 수입도 3011억 위안으로 전년 대비 32% 증가했다. 

손 연구원은 “치료비 및 사망 보험금의 지급으로 생명보험에 단기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전망되나, 치사율이 높지 않을 경우 생명보험의 손해율 증가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코로나19 이후에 건강보험 수요 증가로 인한 보험료 수입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손보업계도 코로나19로 인한 손해율 개선으로, 대면채널 위축에 따른 손실을 일부 상쇄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외출을 자제하면서 자동차 이용이나 병원 방문이 줄어들어 자동차보험료 및 실손보험료 지급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 

실제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등 9개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평균 92% 수준으로 지난해 12월(123%) 대비 31%포인트 감소했다. 손 연구원은 “손해보험의 경우 장거리 차량 운행 및 의료기관 이용 감소로 자동차보험 및 건강보험 손해율의 일시적인 개선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 코로나19, 보험업계 전환점 될까?

일각에서는 코로나19를 계기로 대면채널에 집중해온 보험업계 영업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중국 보험업계는 코로나19 사태를 비대면채널 강화 및 신수요 확보의 전환점으로 삼고 있다.

보험개발원은 최근 발표한 ‘중국 보험회사의 코로나 바이러스 대응 현황’ 보고서에서 “특히, 다수의 보험회사가 일부 고객에게만 제공되던 모바일 원격 의료상담 서비스를 전면 무료로 제공하여 이용자 확보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중국 핑안보험그룹은 ‘핑안굿닥터’ 앱(App)을 통해 24시간 무료 모바일 의료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우한·허페이 등 지역정부 보건당국과도 감염병 방지 무료 온라인 진료소를 개설해 전화 문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인공지능(AI) 챗봇인 애스크밥(AskBob)을 통해 간단한 자가진단 기능, 증상, 의약품, 확진자 이동경로 안내 등의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핑안보험그룹 계열사들은 의료서비스뿐만 ▲아니라 24시간 모바일 보험 가입 ▲자동 언더라이팅(계약심사) ▲전문 보상진과의 온라인 보상시스템 운영 등 비대면 보험상품 판매채널도 강화하고 있다. 특히, 핑안손해보험은 농업보험 가입자에게 모바일로 보험 목적물의 이미지를 올려 가입신청을 하도록하고, 언더라이팅 담당자가 드론을 활용해 이를 확인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보험개발원은 “중국의 주요 보험회사는 전염병 확산이라는 국가재난 상태에서 보장이라는 보험 본연의 역할을 발휘하면서, 그동안 추진해온 모바일상의 신사업을 적극 홍보하는 기회로도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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