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사랑이법' 김지환 대표, 정훈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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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사랑이법' 김지환 대표, 정훈태 변호사
  • 임해원 기자
  • 승인 2020.02.28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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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부 문제 해결 위해선 가족관계등록법 근본적 개정 절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복지제도가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수많은 저출산 논의 가운데 이미 태어난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고 있는지에 대한 반성은 주변으로 밀려나고 있다. <이코리아>는 미혼부도 쉽게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한 ‘사랑이법’의 주인공인 김지환 한국미혼부가정지원협회 대표와, 그와 함께 한부모가족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위한 새로운 해법을 모색하는 정훈태 법률사무소 승소 대표변호사를 만났다.

김지환 한국미혼부가정지원협회 대표(왼쪽)와 정훈태 법률사무소 승소 대표변호사(오른쪽).
김지환 한국미혼부가정지원협회 대표(왼쪽)와 정훈태 법률사무소 승소 대표변호사(오른쪽). 두 사람은 한부모 지원 및 관련 법ㆍ제도 개선을 위한 단체 'SPFO(Single Parents Family Organization)' 설립을 준비 중이다.

“모의 성명ㆍ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에는 부의 등록기준지 또는 주소지를 관할하는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제1항에 따른 신고를 할 수 있다”

지난 2015년 5월 18일 신설된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57조 2항, 일명 ‘사랑이법’은 “혼인 외 출생자의 신고는 모가 하여야 한다”는 동법 46조 2항 때문에 출생신고조차 하지 못한 채 고통받는 미혼부와 아이들에게 삶의 희망을 열어준 법이다. 이 법은 미혼부가 생모의 인적사항을 모르더라도 유전자 검사 등을 통해 친아빠라는 사실이 인정되면 직접 아이의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사랑이법’ 신설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사랑이 아빠’ 김지환 대표는 법이 시행된 지 4년이 지난 지금도 한국미혼부가정지원협회를 이끌며 미혼부가정과 그 아이들을 돕기위한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있다. 그가 자신의 문제가 해결된 뒤에도 활동을 계속 하게 된 이유는, 도움을 구하는 미혼부들의 품에 안긴 갓난아이들의 모습을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사랑이 출생신고를 마치고 난 뒤 해남에 사는 미혼부 한 분에게 연락을 받았습니다. 미혼부로서 출생신고를 해봤으니 방법을 좀 알려달라는 것이었죠. 사랑이법이 시행된 후에도 그분처럼 조언을 구하는 연락을 많이 받았어요. 제가 먼저 찾아 간 것이 아니라 그분들이 물어물어 제 연락처를 찾아낸 겁니다. 법률적인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힘든 상황의 미혼부들이었어요”

김 대표는 사랑이법 시행 뒤에도 출생신고 절차를 몰라 헤매는 미혼부들에게 어떤 행정기관에서 어떤 서류를 발급받아야 하는지, 비협조적인 행정기관에는 어떤 방식으로 대응해야 하는데, 법원에 제출할 진술서는 어떻게 작성해야 하는지 등을 조언하면서 주변에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미혼부가정이 많다는 것, 그들에게 도움의 손길이 절실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사랑이가 네 살이 됐을 때 한부모 지원 이벤트에 당첨돼 같이 제주도 여행을 간 적이 있어요. 그 전까지는 제가 함께 해주는 것만으로도 사랑이가 이렇게 행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는데 여행가서 전에는 보지 못했던 사랑이의 밝은 모습을 보고 반성을 많이 했죠. 그저 국가에서 지원을 받는 가난한 삶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아이에게 좀 더 많은 것을 해줄 수 있도록 내 삶을 발전시켜야겠다는 희망이 강해졌습니다. 그리고 이런 희망을 저뿐만 아니라 제가 만났던 다른 한부모들도 가지게 된다면 얼마나 힘이 될까 생각했죠”

김지환 한국미혼부가정지원협회 대표가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미혼부가정지원협회 제공
김지환 한국미혼부가정지원협회 대표가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미혼부가정지원협회 제공

‘사랑이법’도 미혼부가정에 희망을 전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지만, 미혼부와 아이들이 겪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문제들을 모두 해소하지는 못한다. 김 대표는 “소송을 통해 출생신고를 해야 하는 경우가 100가지라면 그중 사랑이법으로 해결되는 경우는 30~40가지밖에 안 돼요”라며 ‘사랑이법’ 이상의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김 대표를 도와 미혼부가정에 대한 법률 지원을 제공하고 있는 정훈태 변호사는 사랑이법이 미혼부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사랑이법’은 친엄마의 이름이나 주민등록번호 등을 모르는 제한적인 경우에 한해 친아빠가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만든 법입니다. 하지만 친엄마의 인적사항 중 하나라도 알게 되면 적용이 되지 않습니다. 법원에서도 친엄마를 찾아 출생신고를 하라고 권하구요. 사랑이법도 부족한 부분이 많습니다”

실제 ‘사랑이법’은 “모의 성명ㆍ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로 미혼부의 출생신고 조건을 제한하고 있다. 엄마를 몰라도 출생신고를 할 수 있는 법이 아니라 엄마를 몰라야 출생신고를 할 수 있는 법이 된 셈이다. 

정 변호사는 “친부도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하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이유는 하나다. 일단 출생신고를 먼저 할 수 있도록 해야, 아이의 기본권 보장이라는 가장 시급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법 체계는 아이의 출생과 관련된 모든 법적 문제를 다 해결하고 나서 출생신고를 하라는 식입니다. 문제는 그렇게 하면 출생신고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고, 그 시간동안 아이는 사회적 보호와 혜택에서 배제된다는 거죠. 일단 출생신고를 먼저 할 수 있도록 하고, 법적인 문제들은 그 뒤에 풀도록 하자는 것이 저와 김 대표님의 주장입니다”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이들은 사실상 ‘투명인간’과 마찬가지다. 아이가 아파도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으며, 아동학대가 의심돼도 수사기관이나 자치단체가 조치를 취하기 어렵다. ‘사랑이법’은 아이들이 투명인간이 되지 않도록 막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미혼부가 처한 현실은 ‘사랑이법’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예를 들어 가정폭력 등으로 사실상 혼인 파탄 상태의 여성이 오랜 별거 기간 중 다른 남성을 만나 아이를 출산할 수 있다. 이 경우 태어난 아이는 친아빠가 아닌 친엄마의 법적인 남편의 친자식으로 인정된다. “아내가 혼인 중에 임신한 자녀는 남편의 자녀로 추정한다”는 민법 844조 1항 때문이다.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여성들은 이혼소송을 위한 상해진단서 등의 증거를 갖추지 못한 채 급하게 탈출해서, 오랜 기간 법적 이혼절차를 밟지 않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친엄마가 사라질 경우 출생신고를 할 방법이 없다. 친아빠가 출생신고를 하고 아이를 키우고 싶어도 법적으로는 전남편의 아이이기 때문에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최근 늘어가는 다문화가족에서 태어나는 혼외자들도 ‘사랑이법’만으로 보호하기 어려운 경우다. 외국인 여성이 한국 남성과 만나 출산한 뒤 고향으로 돌아가버린 뒤, 남겨진 남성이 친엄마의 이름을 안다는 이유로 출생신고를 하지 못하는 사례는 생각보다 흔하다. 친아빠는 아이의 출생신고를 하기 위해 외국까지 나가서 친엄마를 찾아야 한다. 이 때문에 다문화가족의 혼외자 출생신고는 더 많은 비용과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물론 그 오랜 시간동안 아이는 복지의 사각지대에서 방치될 수밖에 없다. 

정훈태 법률사무소 '승소' 대표변호사가 한부모가족 법률 지원을 검토하는 모습. 사진=한국미혼부가정지원협회 제공
정훈태 법률사무소 '승소' 대표변호사가 한부모가족 법률 지원을 검토하는 모습. 사진=한국미혼부가정지원협회 제공

정 변호사는 이 때문에 ‘사랑이법’의 개선이 아닌 가족관계등록법의 근본적인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현행법은 유전자검사가 대중화되기 이전에 만들어진 겁니다. 친엄마만 출생신고를 하도록 한 것도 아빠는 불확실하지만 엄마가 누구인지는 확실하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지금은 아빠가 누군지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시대가 됐습니다. 그런데 법은 여전히 시대에 뒤떨어진 채 같은 자리에 머물러있어요”

“친생 추정의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전에는 여성이 법적으로 혼인한 상태에서 출산하면 혼인 관계에서 나온 아이라고 추정하는 것이 원칙이었습니다. 물론 태어난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서 이렇게 한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변했고 사람들도 점차 혼인관계에서 자유로워지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혼인관계가 아닌 다양한 관계에서 아이들이 태어나고 있는데, 혼인관계를 우선해서 만들어진 기존의 법과 제도는 이런 아이들을 포용하지 못하게 되는 거죠”

김 대표는 친부의 출생신고를 허용하는 방식의 전면적인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을 위해서는 국회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며, 관심을 보이는 의원들이 많지 않다고 아쉬워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남인순, 서영교 의원 등이 관심을 보였지만 국회 전반으로 논의가 확산되지는 못하고 있다는 것.

특히 김 대표와 정 변호사의 주장대로 친부의 출생신고를 허용하는 방식의 법 개정에는 서영교 의원만이 공감하고 있다. 서 의원은 지난 1월 9일 가족관계등록법 46조 2항의 “혼인 외 출생자의 신고는 모가 하여야 한다”는 조항을 “부 또는 모”로 개정하고, ‘사랑이법’으로 알려진 57조 2항은 삭제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 대표는 여성가족부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국회가 먼저 나서서 관계부처에 한부모 지원을 위한 새로운 정책을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성가족부가 미혼부 지원을 위해 새로운 제도를 만들고 예산을 편성하려면 보건복지부나 교육부같은 관계부처와의 협의도 해야 하지만, 무엇보다 국회의 승인이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새로운 시도를 해도 가장 예산이 반영되지 않는 곳이 여가부에요. 인력과 예산도 적은데 여가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습니다. 여가부가 목소리를 내도 국회에서는 표와 상관없는 문제라면 관심을 잘 가지지 않더라구요”

사진=한국미혼부가정지원협회
지난해 11월 19일 김지환 한국미혼부가정지원협회 대표(사진 오른쪽 두번째)가 '미혼부자녀 출생신고의 현황과 개선방안' 토론회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미혼부가정지원협회

현재 김 대표와 정 변호사는 'SPFO(Single Parents Family Organization)'라는 가칭을 정하고 한부모가족 지원을 위한 새로운 단체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두 사람은 우선 미혼부 문제 해결을 위해 친부의 출생신고 허용을 위한 법 개정 등 제도 개선 및 정책 제안에 중점을 두고 활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SPFO는 한부모를 지원하는 단체가 아니라 가난하고 위험해 처한 아이들을 돕는 단체가 될 것입니다. 아이를 지키는 것이 우선이고 그 다음은 아이를 키울 한부모가 바로 설 수 있도록 돕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SPFO를 한부모지원단체가 아니라 아동인권단체라고 불러주셨으면 좋겠어요”

김 대표가 굳이 새 단체 이름을 한글이 아니라 SPFO라는 영어로 지은 것은, 국내 한부모가족의 자립뿐만 아니라 해외 한부모가족에 대한 지원까지 꿈꾸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남자로서 부끄러운 일 중 하나가 베트남, 필리핀에서 자라고 있는 ‘코피노’, ‘라이따이한’ 아이들의 문제입니다. 이미 그 아이들을 돕고 있는 단체가 있지만, 한국의 한부모가족이 그들을 응원하고 지지한다는 것이 그 아이들에게는 남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질 것 같아요. 아직 큰 도움을 줄 자신은 없지만, SPFO가 그 아이들에게 1년에 영양제 한 병이라도 보낼 수 있는 단체로 성장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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