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환자가 방문한 것으로 파악된 부산 동래구 메가마트 동래점이 일시 휴점에 들어간 22일 오후 동래구 보건소 관계자들이 매장에 대한 방역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환자가 방문한 것으로 파악된 부산 동래구 메가마트 동래점이 일시 휴점에 들어간 22일 오후 동래구 보건소 관계자들이 매장에 대한 방역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사람 간의 접촉을 피하려는 성향이 확산하면서, 소비 패턴 또한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소비패턴 변화의 가장 큰 특징은 ‘언택트(Untact, 비대면)’ 소비의 확산이다. 당초 언택트 소비는 1인 가구의 증가와 개인주의적 소비성향에 따른 온라인 쇼핑 및 배달서비스 등의 성장을 의미하는 용어였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감염에 대한 공포가 언택트 소비패턴으로의 변화가 급격하게 빨라지고 있다. 

특히, 감염 우려로 사람이 많은 곳에서의 외식이나 쇼핑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퍼지면서 많은 사람이 모이는 대형마트·백화점 등 오프라인 유통채널은 비상이 걸렸다. 1월 설 특수 효과로는 메우기 어려울 정도의 매출 감소가 예상되기 때문.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2월이었던 설 연휴가 올해는 1월로 옮기면서 대형마트·백화점·편의점 등의 1월 오프라인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4.1% 증가했다. 

하지만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2월 매출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 오프라인 유통업체 매출을 살펴보면 확산 정도와 반비례하는 경향을 보인다. 2015년 6월 대형마트와 백화점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각각 10.2%, 11.9% 감소했는데, 특히 확산 우려가 높았던 1~2주차에 매출 하락이 두드러졌다. 대형마트의 당시 매출 추이를 살펴보면 6월 1~2주에는 –14.5%의 증감률을 기록한 반면, 3~4주에는 –5.5%로 감소세가 둔화됐다.

코로나19의 경우 지난 2월 18일 대구에서 31번째 확진자가 발견된 이후 감염에 대한 우려가 크게 확산됐다. 마스크, 손소독제 등 일부 보건용품 매출이 늘어나기는 했지만, 대형마트·백화점의 2월 3~4주차 매출은 크게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대인 접촉 기피 현상으로 오히려 매출이 늘어나는 유통채널도 있다. 지난 메르스 사태 당시에는 편의점, 기업형 슈퍼마켓(SSM) 등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매장이 반사이익을 봤다. 2015년 6월 SSM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3.7% 상승했으며, 편의점은 담뱃값 인상 등의 영향까지 더해져 29.0%나 증가했다.

지난 20일 사진=쿠팡 홈페이지
지난 20일 온라인 주문이 급증으로 인해 쿠팡 앱에서 일시적인 접속장애가 발생했다. 사진=쿠팡 홈페이지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반사이익은 온라인 유통채널을 향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일부터 23일까지 국내 8개 전업 카드사(KB국민·신한·우리·하나·삼성·롯데·현대·BC)의 이용실적을 분석한 결과 온라인 결제 비율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확진자가 2명에서 11명까지 늘어난 1월 5주차의 경우 전주(17.5%)보다 6.5%포인트 증가한 24.0%의 결제비율을 기록했다. 또한 ‘슈퍼전파자’로 지목받는 31번째 확진자가 발견된 2월 3주차의 경우 온라인 결제비율이 23.9%로 전주(21.0%) 대비 2.9%포인트 상승했다. 감염에 대한 공포심이 확산될 때마다 온라인으로 치우친 소비경향 또한 심화된 것.

국가적 수준의 전염병 확산에 따른 온라인 유통업체의 성장은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메리츠종금증권 이진우 연구원은 26일 “2003년 사스(SARS)가 지금의 알리바바를 탄생시켰다”며 “당시 사스의 공포는 중화권 온라인 쇼핑이 크게 성장하게 된 계기였고 그 중심에는 알리바바, JD.com와 같은 기업이 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도 메르스 사태 이후 ‘쿠팡’의 매출액이 크게 늘었다. 2014년 3485억원이었던 쿠팡 매출액은 메르스가 발병한 2015년 1조1338억원으로 세 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 연구원은 “급격한 매출 성장에는 여러 요인들이 더해진 것도 있지만 ‘메르스’가 쏘아 올린 공포가 온라인 소비의 성장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며 “소프트뱅크의 손정희 회장이 쿠팡에 투자한 시기는 2015년 6월이다. 메르스와 온라인 시장의 성장이 우연의 일치는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온라인 유통채널의 매출은 코로나19 확산 초기에도 오프라인 대비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기 시작한 2월 매출 통계가 발표되면, 오프라인과 온라인 유통채널의 대비는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사태로 높아진 ‘언택트’ 소비심리가 국내 유통 트렌드의 중심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놓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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