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국가고시 연기 여론 확산
상태바
코로나19에 국가고시 연기 여론 확산
  • 임해원 기자
  • 승인 2020.02.24 17: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55회 공인회계사(CPA) 1차시험이 열린 23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학교에 위치한 시험장에서 코로나 19 확산 방지를 위해 마스크를 쓰고 방호복을 입은 관계자의 통제하에 응시생들이 내부로 입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55회 공인회계사(CPA) 1차시험이 열린 23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학교에 위치한 시험장에서 코로나 19 확산 방지를 위해 마스크를 쓰고 방호복을 입은 관계자의 통제하에 응시생들이 내부로 입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국가고시 일정을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지난 23일 공인회계사 시험을 일정대로해 응시생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3일 시행된 공인회계사 1차 시험의 응시율은 83.3%로 전년 대비 4.7%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한 대구지역의 응시율은 전년 대비 11.9%포인트 하락한 77.7%로 응시지역 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시험 일정을 강행한 영향이 응시율에서 그대로 드러난 셈.

앞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22일 “공인회계사 1차 시험은 당초 일정대로 정상적으로 시행하되, 수험생의 불안을 덜기 위해 행정안전부 대책본부의 운영지침보다 강화된 추가 조치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금융당국은 시험장별로 방역 횟수를 2회에서 3회를 확대하고, 대구시험장의 경우 응시자 간격을 다른 시험장보다 넓게 배치하겠다고 설명했다. 또한 시험장 입구에 열감지 카메라를 설치해 37.5℃ 이상의 고열로 확인된 응시자는 예비시험실에서 응시하도록 조치하겠다고 덧붙였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갈무리
지난 21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공무원 시험 일정을 연기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갈무리

하지만 공인회계사 응시생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강화된 예방대책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이 시험 일정을 강행한 것은 위험한 결정이었다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한 응시생은 “수험생뿐만 아니라 감독관, 학부모 등등 유동인구가 많을 텐데, 여기서 확진자가 안 나오길 단순히 바라는 건 도박”이라며 “치사율이 점점 올라가고 있는데 시험을 연기하지 않는다는 것은 (응시생에게) 사망할 확률을 감수하라는 것과 다름없다”고 금융당국의 결정을 비판했다.

또 다른 응시생은 “1차에 합격하더라도 시험장에서 코로나에 감염돼면 2차 준비가 어렵지 않나”라며 “아직 응시생 중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아서 다행이긴 하지만 금융당국이 위험한 결정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22일 서울고에서 법원 9급 공무원 시험을 보던 한 응시생이 1교시 중 발열을 이유로 시험을 포기하고 서초보건소로 이송돼 검사를 받기도 했다. 다행히 예비시험장에서 혼자 시험을 치러 다른 수험생과의 접촉이 없었던 데다,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 판정이 나왔다. 

23일 회계사 시험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지역에서 시험을 치른 한 응시생은 이날 오후 커뮤니티에 남긴 후기에서, 3교시 전 한 응시생이 발열 증상이 있어 예비시험장으로 격리되고, 급하게 해당 시험장에 대한 방역이 시행됐다고 전했다. 

당국이 적절한 격리 및 방역 조치를 이행했더라도 사태가 악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한 응시생은 “코로나라고 해서 별다른 점은 없었다. 1교시가 지나자 다들 마스크를 벗고 시험을 봤다”고 시험장 상황을 전했다. 밀집된 공간에서 시험에 집중한 응시생들이 매 순간 예방조치를 지킬 것이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열상 스캐너로는 아직 증상이 발현되지 않은 코로나19 감염자를 가려낼 수 없다. 자료=세계보건기구(WHO)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열상 스캐너로는 아직 증상이 발현되지 않은 코로나19 감염자를 가려낼 수 없다. 자료=세계보건기구(WHO)

열감지 카메라를 통한 감염 의심자 격리 조치도 완벽한 대안으로 보기 어렵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열상 스캐너(thermal scanner)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돼 발열 증상이 나타난 사람을 감지하는데 효과적이다”라면서도 “하지만 감염됐음에도 발열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사람을 감지할 수는 없다. 감염 후 발열 증상이 나타나기까지는 2~10일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공인회계사 시험이 치러진 지난 23일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위기경보 단계를 ‘심각’으로 격상했다. 국회 본회의를 비롯해 초중고 개학 일정도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연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분위기와는 달리 정부는 공무원 시험은 예정된 일정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24일 “현재로서는 시험을 연기할 계획이 없다”며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되 앞서 마련한 응시자 안전대책을 더욱 강화해 변동없이 시험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사처에 따르면, 지난 2015년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에도 공무원 시험이 연기된 적은 없었다.

다만,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수험생 안전을 위해 연기된 적이 있다. 지난 2018학년도 수능은 2017년 11월 16일 실시될 예정이었으나, 하루 전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인해 1주일 연기됐다.

한편, 오는 29일에는 국가공무원 5급 공채 및 외교관 후보자 선발 1차 시험이 예정돼있다. 정부가 전대미문의 공무원시험 연기를 결정할지, 예정된 일정을 강행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