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정치인' 국내에서도 등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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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정치인' 국내에서도 등장할까
  • 임해원 기자
  • 승인 2020.02.19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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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소프트뱅크가 개발한 인공지능 로봇 '나오(NAO)'. 사진=소프트뱅크 로보틱스 홈페이지 갈무리
일본 소프트뱅크가 개발한 인공지능 로봇 '나오(NAO)'. 사진=소프트뱅크 로보틱스 홈페이지 갈무리

4·15 총선이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여야 정당들이 다양한 정치적 의제와 지역 밀착 공약을 내세우며 한 표를 호소하지만 표심의 향방은 그 어느 때보다 예측하기 어렵다. 선거철이 다가올 때마다 들리는 “찍을 사람이 없다”, “그놈이 그놈이다”라는 한탄 또한 어김없이 반복된다.

정말 “찍을 사람이 없다”면 인공지능(AI) 정치인을 대안으로 고민해볼 수 없을까?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AI가 다양한 일자리를 대체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회의원만 예외라고 볼 이유는 없다. 오히려 인간적인 감정에 휘둘리거나 사익을 추구하지 않는 공정한 정치는 AI를 통해 실현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나는 인간 정치인과 달리 사리사욕이나 계파도 없어 중립적이다. 최적의 결과를 예측해 정책을 펴겠다”

일본 소프트뱅크가 제작한 AI 로봇 ‘나오(NAO)’는 지난해 12월 동국대학교에서 열린 ‘인공지능사회에서 정치는 AI의 몫인가, 여전히 인간의 역할인가?’라는 주제의 강연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나오는 “AI가 정치를 하면 인공지능을 활용해 불필요한 예산을 줄일 수 있으며, 시내버스의 노선을 시민들의 이동행태에 따라 최적화할 수 있다”며 인공지능 정치의 필요성을 알렸다. 

 

뉴질랜드에서는 지난 2017년 세계 최초의 AI 정치인 '샘(SAM)'이 대중에게 선보였다. 샘은 2020년 뉴질랜드 총선 출마를 목표로 하고 있다. 사진=SAM 페이스북 갈무리
뉴질랜드에서는 지난 2017년 세계 최초의 AI 정치인 '샘(SAM)'이 대중에게 선보였다. 샘은 2020년 뉴질랜드 총선 출마를 목표로 하고 있다. 사진=SAM 페이스북 갈무리

그렇다면 실제로 ‘정치인’을 대체할 목적으로 개발된 AI가 있을까? 지난 2017년 11월 뉴질랜드에서는 세계 최초의 AI 정치인 ‘샘(SAM)’이 공개됐다. 세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샘은 “내 기억력은 무한하기 때문에, 당신들이 말한 어떤 것도 잊거나 무시하지 않는다”며 “나는 편견 없이 모두의 입장을 고려해 결정을 내린다”고 자신했다.

샘의 홈페이지에서는 직접 샘에게 메시지를 보내거나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뉴질랜드인들의 참여를 통해 다양한 정치적 의견을 습득해, 향후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뉴질랜드인 전체를 대변할 수 있는 ‘정치 기계’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샘을 개발한 닉 게릿센(Nick Gerritsen)은 올해 뉴질랜드 총선에 출마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18년 일본 도쿄도 타마시 시장선거에 출마한 AI 후보자의 선거포스터. 인공지능은 아직 법적으로 피선거권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마츠다 미치히토씨가 대리로 후보 등록을 했다.  사진=마츠다 미치히토 트위터 갈무리
2018년 일본 도쿄도 타마시 시장선거에 출마한 AI 후보자의 선거포스터. 인공지능은 아직 법적으로 피선거권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마츠다 미치히토씨가 대리로 후보 등록을 했다. 사진=마츠다 미치히토 트위터 갈무리

이미 선거에 출마해 유의미한 득표율을 기록한 AI 후보자도 있다. 지난 2018년 일본 도쿄도 타마시(多摩市) 시장선거에 AI 후보자가 시장 후보자로 출마해 4013표를 얻은 바 있다. 재선에 성공한 아베 히로유키 타마 시장의 3만4603표에 비하면 적은 수치지만, 2위가 타카하시 토시히코 후보가 4457표에 그친 것을 고려하면 유권자들이 AI 후보자의 출마를 장난으로만 받아들이지는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법적으로 인공지능은 피선거권이 없기 때문에 당시 44세였던 통신회사 직원 마츠다 미치히토가 AI를 대신해 무소속 후보로 출마했다. 대신 마츠다 후보는 선거포스터 등에도 자신이 아닌 AI로봇의 사진을 인쇄하는 등 자신이 아닌 AI가 후보자임을 분명히 밝혔다.

당시 AI 후보자가 내건 공약은 ▲인공지능을 통한 불필요한 예산 삭감 ▲시내버스 노선의 효율화 및 자율주행 버스 도입 ▲기존 행정문서 검토를 통한 지방의회 비용지출 개혁 ▲과거 행정자료를 데이터화해 최적의 정책 도출 등이었다. 

타마시 시장선거에 도전한 AI후보자의 공약은 모두 인공지능을 통해 정치적 의사결정 과정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개선하겠다는 내용이다. 이는 세계 곳곳에서 개발되고 있는 AI 정책결정 프로그램의 공통된 목표이기도 하다. AI 로봇 ‘소피아’ 개발로 잘 알려진 벤 괴르첼 싱귤레리티넷 대표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이름을 딴 ‘로바마(ROBAMA)’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행정자료의 규모를 고려할 때, 인간이 이를 모두 검토해 매번 가장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린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난 2016년 한국에서 강연회를 연 괴르첼 대표는 정부와 의회를 대체할 수 있는 인공지능 정책결정 시스템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2025년까지 인간을 닮은 종합인공지능(AGI)가 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교토대 히로이 요시노리 교수팀이 진행한 ‘2050년 AI가 도출한 일본 사회의 지속가능 방안’ 연구 프로젝트 개요. 교토대학  자료=세종연구소
2017년 교토대 히로이 요시노리 교수팀이 진행한 ‘2050년 AI가 도출한 일본 사회의 지속가능 방안’ 연구 프로젝트 개요. 교토대학 자료=세종연구소

최초의 AI 후보자가 등장한 일본에서도 정책결정 시스템에 AI를 적용하려는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고선규 와세다대학교 연구위원이 지난 17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5월 기준 일본 광역시도 자치단체의 36%, 정령지정도시 자치단체의 60%, 구시군 자치단체의 4% 가량이 인공지능을 업무에 도입한 것으로 집계됐다. 

가장 구체적으로 AI를 정책결정에 활용한 곳은 일본 최장수 지역으로 알려진 나가노(長野)현이다. 고령화와 인구감소, 지역경제 위축 등 다양한 문제에 대응하고 지속가능한 지역사회 실현을 위해 가장 시급한 현안이 무엇인지 AI모델을 통해 도출한 것. 지역 내 인구·경제 데이터 등을 입력하고 각 요인의 인과관계를 설정한 뒤 계산을 시작하자, AI모델은 약 2만개의 미래 시나리오를 도출했다. 이를 기반으로 지자체 관계자와 전문가들이 논의를 거쳐 시나리오를 종합해 ‘지역 관광 투자 및 교통망 정비’라는 정책적 결론을 내렸다. 

물론 AI가 경제가 아닌 정치의 영역까지 침투하는 것이 올바른 일이냐는 우려도 있다. 소수의 의견도 소중하게 생각해야 하는 민주주의 정치가 효율을 최우선으로 하는 AI를 통해 구현될 수 있을지도 아직 확실하지 않다.

다만, 정치권의 부패·비리 문제가 반복되는 한 AI 정치시스템 개발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이 사그라드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4·15 총선을 통해 국내에서도 AI를 정치적 의제로 제시하며 유권자들의 시선을 끌 후보자가 등장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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