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손소독제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관련 용품의 수요 급증으로 인한 사재기가 극성을 부리자 6일 오후 경기 용인시 처인구 한 마스크 판매업체 창고에서 정부합동단속단이 마스크 매점매석 등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해 단속을 벌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마스크, 손소독제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관련 용품의 수요 급증으로 인한 사재기가 극성을 부리자 6일 오후 경기 용인시 처인구 한 마스크 판매업체 창고에서 정부합동단속단이 마스크 매점매석 등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해 단속을 벌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마스크, 손 소독제 등의 품귀현상이 벌어지면서, 법의 빈틈을 노려 이득을 취하려는 유통업자들의 위법행위가 문제가 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자칫 국가적 재난으로 발전할 수도 있는 위기를 이윤창출의 기회로 삼는 비인간적인 영업 방식에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17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마스크 수급 불안정에 대응하기 위한 온라인 유통 분야 현장 점검 결과, 마스크 재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품절됐다며 소비자 주문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후 가격을 인상해 재판매한 것으로 판단되는 업체 3곳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지난 4일부터 마스크와 관련해 소비자 불만이 집중 제기되고 있는 4개 온라인 쇼핑몰과, 주문 취소율이 높고 민원이 잦은 14개 판매업체를 대상으로 현장 조사를 진행해왔다. 현재까지 약 60명의 조사 인력이 투입돼 15개 업체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간점검 결과 소비자 기만행위가 적발된 업체는 총 3곳. 한 판매업체는 온라인 쇼핑몰 G마켓에서 지난달 20일부터 2월 4일까지 총 11만9450개의 마스크 주문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뒤, 가격을 인상해 다른 소비자에게 판매했다가 공정위의 감시망에 걸렸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간 계속되면서 마스크와 손 소독제 등을 둘러싸고 담합, 사재기 등의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KF94 마스크가 지난해 4월 평균가격(1182원) 대비 70~240% 상승한 2000~4000원에 판매되는 등 마스크 품귀현상으로 인한 가격 오름세가 이어지자, 일부 유통업체들이 매점매석에 나서거나 과도하게 가격을 올리는 등 비윤리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

지난 13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1일부터 이달 10일까지 411만개의 마스크를 사재기한 경기 광주시 소재의 유통업체를 적발하기도 했다. 이들이 사재기한 411만개는 무려 국내 하루 최대 생산량(1000만개)의 41%로 시가 73억원 상당이다.

제조업체와 유통업체 간의 불협화음도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지난 12일 중앙일보에 따르면, 유통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지난달 30일 마스크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B씨와 개당 312원에 200만개를 공급받기로 계약했으나, 3일 뒤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당했다. 중국인 도매상이 개당 900원에 500만개를 공급해달라고 B씨에게 요청해왔다는 것. B씨는 “일생 일대의 기회”라며 법적 책임을 지고 위약금을 물더라도 기존 계약을 이행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13일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마스크 매점매석 의심 사례 115건을 적발해 7건을 고발했으며 70건은 추가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가 긴급수급조정조치를 시행해 마스크 제조 및 유통과정에 대한 감시를 강화했지만, 재난을 기회삼아 ‘한탕’을 노리는 불법 행위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서울 양천구는 대일고등학교 생명과학동아리 BLC가 지난 14일 신월 6동 주민센터를 방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저소득층에 마스크 16박스를 기부했다고 17일 밝혔다. 사진=뉴시스
서울 양천구는 대일고등학교 생명과학동아리 BLC가 지난 14일 신월 6동 주민센터를 방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저소득층에 마스크 16박스를 기부했다고 17일 밝혔다. 사진=뉴시스

어른들이 타인의 불행을 발판 삼아 성공을 좇는 동안, 어린 학생들은 마스크 기부에 나서며 철없는 어른들을 부끄럽게 하고 있다. 대일고등학교 생명과학동아리 BLC는 지난 14일 신월 6동 주민센터를 방문, 저소득층을 위해 마스크 16박스를 기부했다. 동아리 회장 안재승 학생(18)은 “축제 때 간식 열심히 팔아서 마련한 수익금 기부할 곳을 찾다가 마스크를 구입해서 어려운 이웃에게 기부하는 데 뜻깊게 쓰면 좋겠다 싶었다”며 기부 취지를 밝혔다. 마스크 사재기로 얼룩진 현실에 간식을 팔아 마스크를 기부한다는 어린 학생들이 던지는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한편, 공정위는 향후 이러한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요 온라인 쇼핑몰과 협조하고 민원 동향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등 점검을 계속해나갈 계획이다. 또한, 민원 다발 7개 온라인 쇼핑몰을 대상으로 공문을 발송하여 소비자 피해 예방을 위한 입점 판매업체 계도 및 내부 정책 마련 등 자율 규제를 강화할 것을 촉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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