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기생충' 축하 논평에 누리꾼 “좌파 영화라더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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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기생충' 축하 논평에 누리꾼 “좌파 영화라더니 ”
  • 임해원 기자
  • 승인 2020.02.11 17: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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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이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뒤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아카데미 시상식 트위터 공식 계정 갈무리
봉준호 감독이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뒤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아카데미 시상식 트위터 공식 계정 갈무리

“염치가 없다”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4관왕 수상 소식을 축하하는 자유한국당 논평에 한 누리꾼이 내린 평이다. 아카데미 시상식 전후 기생충에 대한 태도가 180도 바뀐 한국당의 모습을 꼬집은 것.

아카데미 시상식 전 기생충을 향한 한국당의 태도는 ‘무시’에 가까웠다. 지난해 5월 기생충이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을 당시 여야 정당이 모두 축하 논평을 냈지만, 한국당은 단 한 줄의 논평도 내지 않았다. 

당 차원의 공식적인 논평은 없었지만 소속 의원들의 기생충에 대한 평가 또한 부정적이었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지난달 15일 기자간담회에서 기생충을 관람했냐는 질문을 받자 “기생충 같은 영화는 보지 않는다”고 답한 바 있다. 한 한국당 의원 또한 기생충을 관람한 후 ““너무나 잘 만들어서 소름 끼치는 작품”이라며 “체제 전복의 내용을 담고 있는 전형적인 좌파 영화”라는 평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페이스북을 통해 기생충의 황금종려상 수상을 축하한 민경욱 의원도 부적절한 발언으로 누리꾼의 비판을 받았다. 축하의 말 뒤에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영화를 보시겠다는데 갑자기 겁이 나네. 또 원전의 병폐 같은 주제가 들어가 있는 건 아니겠지? 미리 보고 대비하는 게 상책이겠다”라며 영화 내용과 무관한 당파적 발언을 덧붙였기 때문. 민 의원은 아카데미 시상식 후에도 페이스북에 축하의 말을 남겼으나, 이후 “영화 기생충이 상 네 개를 탔다고 난리들이던데...”라며 20대 국회 동안 자신이 받은 상들을 과시해 누리꾼의 빈축을 샀다. 

사진=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사진=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하지만 기생충이 역사적인 아카데미 4관왕을 달성하며 당파를 초월한 축하가 쏟아지자, 그동안 적대적인 태도를 보였던 한국당도 축하 논평을 내지 않을 수 없는 멋쩍은 상황이 됐다. 박용찬 대변인은 10일 “전 세계에 한국 영화, 한국 문화의 힘을 알린 기념비적인 사건”이라며 “세계 주류 영화계에 우뚝 선 한국 영화가 한류의 새로운 동력이 돼 세계 곳곳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오길 기대한다”는 논평을 냈다.

한국당의 태도 변화에 대한 여론의 반응은 부정적인 편이다. 한 누리꾼은 “좌파 영화라며 보지도 않겠다더니 무슨 축하 논평인가”라며 “이제 와서 축하한다니 어처구니가 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다른 누리꾼은 “기생충과 봉준호 감독에 대한 과거의 발언에 대해 최소한의 반성이라도 담겨 있길 바랬다”며 한국당 논평에 대해 “감을 잃었다”고 평가했다.

한국당의 축하 논평이 비판을 받는 것은 단순히 일부 의원들의 과거 발언 때문만은 아니다. 누리꾼들은 한국당이 집권여당이었던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 봉준호 감독을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포함시키는 등 예술계를 통제하려했던 사실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시기 국정원이 작성한 문화계 블랙리스트에는 봉준호 감독을 포함해 52명의 영화감독이 포함돼 있다. 봉 감독은 특히 과거 민주노동당 당원 경력 및 정부 비판 발언으로 인해 강성 인사로 분류됐다.

지난해 5월 칸 국제영화제에 참석한 봉 감독은 프랑스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대해 ‘트라우마’라고 표현했다. 봉 감독은 “지난 몇 년은 많은 한국 예술가들을 깊은 트라우마에 빠뜨린 악몽 같은 시간이었다”라며 “지금도 그 트라우마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사람이 많다”고 밝혔다.

자료=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자료=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앞서 봉 감독은 지난해 1월 tbs FM ‘최일구의 허리케인 라디오’에 출연해 “(블랙리스트로 인해) 당시 영화 제작에 심각하게 지장 받은 것은 없다”면서도 “하지만 리스트를 만드는 것 자체가 죄악”이라고 말했다. 봉 감독은 이어 “연극이나 소설 등 국가적 지원이  필요한 분들이 힘든 시절을 보냈다”며 “그분들에게는 큰 트라우마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정권 지지 여부에 따라 예술가의 성향을 나누고 자유로운 예술활동을 억압하기 위해 만들어진 블랙리스트는 봉 감독을 비롯해 많은 예술가들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 하지만 한국당은 논평에 그에 대한 반성과 사과를 담지 못했다. 

한국당은 논평에서 “문화는 국민 모두가 함께 공유하는 국민적 양식이며 산업이다. 창작자와 소비자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고, 사회 전체를 밝고 건강하게 만드는 힘을 가진 것이 바로 영화이고 문화”라며 “자유한국당은 앞으로도 문화예술 분야를 지원하는 정책을 마련하고 지원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블랙리스트에 대한 반성 없이 문화예술 지원을 다짐하는 한국당의 논평에 국민들이 진정성을 느낄 것이라 확신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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