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이 지난 2016년 대림산업 정기주주총회장에서 운전기사 상습 폭언 및 폭행 등 갑질 논란에 대한 사과문을 읽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이 지난 2016년 대림산업 정기주주총회장에서 운전기사 상습 폭언 및 폭행 등 갑질 논란에 대한 사과문을 읽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림산업 이해욱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건이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통과되기 어렵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로 경영권을 상실한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례가 재현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0일 대신지배구조연구소는 ‘2020년 주주총회, 주요 그룹 지배주주 등의 재선임 현황’ 보고서에서 “과거 사회적 이슈가 있었던 지배주주의 2020년 주총 재선임 안건이 안정적으로 통과되기에는 어려움이 예상될 수도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내다봤다.

보고서는 이러한 판단의 근거로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와 일반투자자의 의결권행사와 관련된 환경 변화”를 꼽았다. 국민연금은 지난 2018년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 주주권익에 따른 의결권 행사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최근 전자투표 활성화 관련 법령(상법 개정안)이 확정되면서 일반 주주의 주총 참여도 활발해질 예정이다. 

이런 '변화'는 갑질 및 사익편취 논란에 휩싸인 이 회장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다. 앞서 국민연금은 지난해 3월 11.5%의 지분을 보유한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에 반대한 바 있다. 조 회장 일가의 각종 갑질 논란으로 기업가치가 훼손되고 주주권익이 침해됐다는 것.

이 회장 또한 당시 조 회장과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이 회장은 현재 사익편취 행위와 관련해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대림산업 호텔 브랜드인 ‘GLAD’의 상표권을 이 회장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 ‘APD’에 넘긴 후 대림산업이 상표권 사용료를 지급하도록 했다는 것. 

이 회장은 지난 2015년 운전기사가 운전을 제대로 못한다고 욕설하며 운전 중인 기사의 어깨 등을 주먹으로 때린 혐의로 기소돼 벌금 1500만 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그 밖에도 사이드미러를 접고 운전을 하라고 강요하거나 1년 동안 약 40명의 운전기사를 교체하는 등의 ‘갑질’이 공개되며 여론이 악화하자 이사회를 통해 대표이사직에서 해임되기도 했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대림산업 지분은 약 12%. 국민연금이 이 회장의 과거 갑질 논란과 현재 진행 중인 사익편취 관련 수사를 이유로 반대의견을 낸다면 이 회장의 이사 연임에는 최대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보고서는 “최근 갑질, 법령위반 등 사회적 이슈와 관련이 있었던 대림, 효성, 롯데그룹 및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한진그룹 지배주주의 재선임안은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활동 강화, 국민연금의 의결권 위임, 전자투표 편의성 제고 등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국민연금이 이 회장의 이사 연임 안건에 반대해야 한다는 시민단체의 압력도 높아지고 있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인 이상훈 변호사는 지난 7일 “이해욱 회장이 APD를 통해 대림산업으로부터 수십억 원의 상표권 사용료를 받은 기간은 2016년 1월부터 2018년 7월까지로 이해욱 회장이 주주총회에서 자숙한다고 사과한 시기와 겹친다”며 “이해욱 회장은 대외적으로는 반성하는 기미를 보이면서 비판 여론을 잠재운 후, 내부적으로는 여전히 회사로 돌아가야 할 수익을 개인적으로 빼돌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이어 “자신이 아무리 돈이 많아도 사회에서 요구하는 규범을 맞추지 못한다면 언제든지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공정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며 “12%의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이 이해욱 회장의 이사 연임이 부적절하다는 목소리를 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국민연금이 이 회장 연임 반대를 위해 주주 제안을 하려면 최소 주총 6주 전까지 주주 제안을 의결하고 이사회에 통보해야 한다. 주주총회가 3월 24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민연금에게는 오는 2월 13일까지 이틀의 시간이 남았다. 국민연금이 이 회장 재선임건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릴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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