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이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옛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다. 사진=제92회 아카데미 트위터 갈무리
영화 '기생충'이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옛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다. 사진=제92회 아카데미 트위터 갈무리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감독상·각본상·국제영화상 등 4관왕에 오르면서 외신에서도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특히 미국 언론들은 ‘기생충’의 수상이 아카데미 역사의 새 장을 열었다며 인상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타임지는 “역사적인 기생충의 오스카 작품상 수상은 영화의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의미하는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을 조명했다. 타임지는 “외국 영화가 알려질 기회가 일부 영화광들에게만 제한됐던 시대는 갔다. 기생충은 외국 영화도 블록버스터급 사건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기생충의 성공은 봉준호 감독의 말처럼 '자막이라는 1인치의 장벽만 넘으면 더 많은 놀라운 영화들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동안 수많은 비영어권 영화들이 아카데미에 도전했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특히 아카데미 최고상으로 꼽히는 작품상 후보에 오른 비영어권 영화는 기생충을 포함해 12편에 불과하다. 대사 전부가 일본어지만 미국에서 제작한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와, 중국·대만·홍콩·미국 합작으로 제작된 이안 감독의 ‘와호장룡’, 멕시코에서 제작했지만 실상 제작 주체는 미국의 ‘넷플릭스’였던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를 제외하면 비영어권 ‘외국’ 영화가 작품상 후보에 오른 것은 기생충이 9번째다.

이 같은 사실이 보여주듯 아카데미 시상식은 비영어권 영화에 대해 상당히 보수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기생충 이전에 비영어권 외국 영화가 작품상을 수상한 경우는 2012년 미셸 하자나비시우스 감독이 만든 프랑스 영화 ‘아티스트’ 뿐이지만, 이는 프랑스어 자막으로 된 흑백 무성영화다. 비영어권 언어로 제작된 유성영화가 작품상을 거머쥔 것은 기생충이 사실상 처음이다. 

아카데미의 시상 경향이 이렇다 보니 타임지가 “영화의 새로운 시대”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기생충의 성공을 조명한 것이 놀라운 일은 아니다. 타임지는 그동안 아카데미의 문을 두드려온 수많은 외국 영화의 기여를 비롯해 ▲한국 영화의 황금기를 이끈 박찬욱, 김지운 감독 등 새로운 세대의 등장 ▲설국열차·옥자 등을 제작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산업에 대한 날카로운 이해 ▲소셜미디어와 스트리밍 서비스 등 미국 영화팬들이 외국 영화를 접할 수 있는 채널의 다양화 등을 이번 수상의 원인으로 꼽았다. 

인디펜던트지는 기생충과 마찬가지로 ‘계급갈등’이라는 주제를 다룬 ‘조커’의 작품상 수상 가능성이 더 높았지만, 아카데미가 비영어권 영화인 기생충을 선택함으로서 영화팬들의 신뢰를 회복했다고 전했다. 인디펜던트지는 조커는 무거운 사회적 주제를 다루면서도 그에 대해 무엇을 이야기해야 할지 잘 모르는 상태로 탁자 위에 그저 던져버렸다면, 기생충은 타협 없는 계급갈등과 구조적 불평등을 영리하고 지적이며 빈틈없이 묘사했다고 평가했다. 

이 밖에도 다수의 미국 내 주요 언론들이 기생충이 아카데미에서 전해온 승전보를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기생충이 외국 영화로서는 최초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데 이어 감독상·각본상·외국어영화상 등을 휩쓸며 아카데미 시상식을 지배했다고 전했다. CNBC 또한 기생충이 작품상 포함 4관왕을 달성하며 아카데미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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