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사진=뉴시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사진=뉴시스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 불완전판매로 중징계를 받은 우리금융과 금융당국 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문책경고’를 받은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연임 강행 의지를 밝힌 가운데, 금융위원회의 최종 징계 통보 시점에 관심이 집중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3일 DLF 사태와 관련해 손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에게 ‘문책경고’를, 지성규 하나은행장에 대해 ‘주의적 경고’를 처분한 바 있다. 다만 징계가 최종 확정되려면 금융위의 의결 절차를 거쳐야 한다. 

금융위에서 문책경고를 확정하면, 손 회장은 현재 임기는 마무리할 수 있지만 연임이 불가능해진다. 또한, 퇴임 후 3년간 금융권 취업도 제한된다.

손 회장과 우리금융 측은 이미 연임 강행 의지를 밝힌 상태다. 우리금융 이사회는 지난 6일 간담회를 열고 손 회장의 거취를 논의한 끝에 “기관에 대한 금융위원회의 절차가 남아 있고, 개인에 대한 제재가 공식 통지되지 않은 상황에서 의견을 내는 것은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고 판단하여 그룹 지배구조에 관해 기존에 결정된 절차와 일정을 변경할 이유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우리금융이 금융당국과 대립각을 세운 만큼, 금융위의 제재의결 시점이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만약 금융위가 오는 3월 24일로 예정된 주주총회 전 손 회장에 대한 제재의결을 마치고 징계를 최종 통보할 경우, 법적 싸움이 불가피하기 때문. 우리금융은 주총 전 징계가 통보될 경우 법원에 행정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행정소송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과 우리금융 사이에 법적 분쟁이 발생하면, 쟁점은 내부통제 준수 여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감원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우리금융이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기준을 갖추지 않았으며 이를 제대로 준수하지 않은 책임이 손 회장에게 있다고 판단하고 문책경고를 처분했다. 반면, 우리금융은 이미 마련된 내부통제기준을 직원들이 준수하지 않았다고 최고경영자를 징계하는 것은 법적인 근거가 미약하다는 입장이다. 

만약 금융위의 제재의결이 미뤄져 주총 이후 징계가 통보된다면 손 회장이 연임하는데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 다만 최근 DLF, 라임 사태 등으로 인해 관리·감독 부실을 비판을 받는 금융당국으로서는 자칫 ‘손 회장 봐주기’ 논란까지 불거질 수 있다는 점에서 주총 이후에 징계를 통보할 가능성은 작다. 

게다가 금감원은 지난 2018년 7월 발생한 우리은행 일부 직원의 고객 비밀번호 2만3000여건 무단 변경 사태를 신속히 제재심의위원회에 올릴 방침이다. 금감원은 DLF 문제로 제재일정이 미뤄졌다는 입장이지만, 1년이 넘은 시점에서 제재 절차를 시작하는 것은 손 회장에 대한 확고한 징계 의지를 보여주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손 회장 또한 DLF 사태에 이어 또다시 내부통제 이슈가 제재심에 오를 경우, 연임 강행에도 상당한 부담을 느낄 수 있다. 게다가 오는 14일에는 금감원의 라임 사태 실사 결과 발표도 예정돼 있다. 금융당국을 상대로 한 행정소송에서 승산이 있다 하더라도, 각종 불완전판매 이슈에도 연임을 강행한다는 비판 여론까지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또 하나의 변수는 금융위가 주총 직전 징계를 통보하는 경우다.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후 법원 결정까지 수일이 걸리는 점을 고려할 때, 우리금융이 법적 대응을 할 시간적 여유가 부족할 수 있기 때문. 이 경우 우리금융이 주주총회 일정을 연기할 가능성도 있다.

한편, 금융당국은 우리금융 지배구조 관련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신속하게 제재의결 절차를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금융위는 매주 수요일 증권선물위원회 및 금융위 정례회의를 번갈아 개최하고 있다. 이르면 오는 12일 증선위, 19일 금융위 회의에서 관련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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