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트 부티지지 전 미국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 사진=피트 부티지지 선거캠프 홈페이지 갈무리
피트 부티지지 전 미국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 사진=피트 부티지지 선거캠프 홈페이지 갈무리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는 아이오와주 코커스(당원대회)에서 두각을 드러낸 피트 부티지지(38)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6일(현지시간) 현재 아이오와주 코커스에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을 0.1%의 근소한 차이로 앞서며 선두를 달리고 있는 부티지지 전 시장은 샌더스를 비롯해 조 바이든, 엘리자베스 워런 등 70대 후보가 3강을 형성한 경선 구도에서 젊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중해 몰타 출신인 이주민 부모에게서 태어난 부티지지 전 시장은 하버드 대학교에서 역사·문학을,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철학·정치·경제를 전공했다. 대학 생활 중 존 케리, 버락 오바마 등 민주당 대선후보의 선거캠프에 참여하는 등 정치에 관심을 보였던 부티지지는 졸업 후인 2007년부터 맥킨지 앤 컴퍼니 시카고 지부에서 컨설턴트로 일했다.

2010년에는 회사를 나와 인디애나주 재무장관 선거 출마했으나 낙선하고, 이듬해 고향인 사우스벤드 시장에 도전해 당선됐다. 시장으로 재직 중에던 2014년에는 7개월간 아프가니스탄에 파견돼 정보장교 및 운전병으로 근무했고, 이후 합참 표창을 받은 뒤 2017년 중위로 전역했다.

경쟁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치경력이 부족한 부티지지 전 시장이 민주당 경선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은 침착하고 논리적인 언변과 젊고 신선한 이미지 때문이다. 하지만 ‘반짝’ 돌풍에서 끝나지 않고 경선 레이스에서 선두권까지 치고 올라온 것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그의 행보 때문이다. 

부티지지는 낙태와 마리화나 합법화에 찬성하고, 미국의 파리기후협약 복귀 등 환경 문제에도 높은 관심을 보이는 등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는 진보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워런, 샌더스 등 상대적으로 급진적인 성향의 후보들과 비교하면 오히려 민주당 지지자들이게 온건중도 성향의 후보로 여겨지고 있다. 두 후보가 모두 국가가 보장하는 단일건강보험인 ‘메디케어 포 올’을 공약으로 내세운 것과 달리, 부티지지는 현 보험체계를 유지하면서 원하는 사람부터 선택적으로 공적 보험에 가입하도록 하는 ‘퍼블릭 옵션’을 주장하고 있다.

사회 문제에는 진보 성향을 보이면서도 정치·경제·안보 등의 문제에는 점진적인 접근을 취하는 부티지지의 온건중도 성향은 오바마 전 대통령과 닮았다. 게다가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었던 오바마와 마찬가지로 동성애자인 부티지지가 당선된다면 최초의 ‘게이 대통령’이 탄생하게 된다. 중도 성향의 젊은 마이너리티 출신 후보의 출현은 ‘오바마 향수’에 빠진 민주당 유권자들에게는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사건이다.

특히 부티지지는 워런·샌더스 등 급진 후보들에 부담을 느끼는 전통적 민주당 지지자들에게는 상당히 매력적인 후보로 여겨진다. 중도 성향의 후보라면 오바마 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낸 조 바이든도 있지만, 부티지지는 그와 달리 38세의 젊은 후보다. 세대교체를 원하는 중도성향 지지자들에게 부티지지는 최적의 선택지인 셈이다.

부티지지 또한 오바마 전 대통령과의 유사성이 자신이 가진 최고의 무기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실제 그는 지난해 말 오바마 전 대통령의 수행비서였던 레지 러브와 오스턴 굴스비 전 백악관 경제자문위원, 오바마 전 대통령의 선거 자문이자 백악관 건강보험 개혁 홍보책임자였던 린다 더글러스 등으로부터 공식적인 지지를 얻어낸 바 있다.

미 언론들도 부티지지와 오바마의 유사성에 주목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6일 “부티지지는 ‘오바마의 복제인간 되기’라는 명확한 성공 공식을 찾아냈다”며 “그는 의도적으로 자신을 오바마의 잠재적 후계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WP는 “워런과 샌더스는 오바마 정부를 비판하며 젊은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는데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다”며 “하지만 아이오와주 코커스 결과는 민주당 지지자들이 당을 그처럼 급진적인 정치적 단체로 재조직할 준비가 아직 돼있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오바마 따라잡기’로 민주당 지지자들의 표심을 흡수한 부티지지에게도 약점은 있다. 바로 유색인종 유권자들의 지지율이 높지 않다는 것. 그는 사우스벤드 시장 재직 중이던 2012년 흑인 경찰서장을 부하 경찰의 통화내용을 불법 도청한 혐의로 좌천시켰는데, 그는 부하들의 인종차별적 대화를 기록하기 위해서였다고 항변한 바 있다.

또한 지난해 1월에는 사우스벤드에서 백인 경찰관이 칼을 든 채 차에 침입하려던 흑인 남자를 총으로 쏴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부티지지의 인종문제에 대한 입장에 의구심을 품는 사람들은 그가 사우스벤드 내에서 발생한 경찰과 흑인 공동체 간의 갈등을 적절하게 중재하지 못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오는 22일 코커스가 예정된 네바다주의 경우 유색인종 및 보수 성향 개신교, 카톨릭계 유권자들이 많아, 인종차별 이슈에 약점을 가지고 있는 동성애자 후보인 부티지지의 고전이 예상된다. 부티지지가 아이오와주에서 일으킨 돌풍에 어디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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