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뉴시스

‘위대한 미국의 복귀’를 선언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2020년 국정연설(연두교서)을 두고 미 언론이 검증에 나섰다.

지난 4일(현지시간) 상원에서 탄핵 심판이 진행 중인 가운데 열린 이번 국정연설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임 기간 이뤄낸 수많은 경제적 성과를 과시하는 내용으로 가득 찼다. 탄핵 이슈로 흔들리는 지지율을 끌어올려 11월 대선을 대비하기 위한 시도로 분석된다.

정치적 성격이 강한 연설문인 만큼, 미국 내 언론들도 사실관계 검증에 열을 올리고 있다. 상대를 논리적으로 설득하거나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기보다는 과장되고 즉흥적인 수사로 대중의 감정을 흔드는 트럼프식 화법은 많은 논란을 일으켜왔다. 미 언론들은 이번 국정연설 또한 트럼프 특유의 ‘과장화법’으로 인해 사실과 다른 내용이 다수 포함됐다며 팩트체크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국정연설에서 가장 강조한 것은 경제적 성과다. 2016년 대선 슬로건이었던 ‘미국을 위대하게’를 인용한 ‘위대한 미국의 복귀’를 핵심 키워드로 제시한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밤 우리 경제가 어느 때보다 최고의 상황이라는 사실을 알리게 되어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5일 “트럼프 국정연설의 경제 관련 세 가지 거짓말”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자화자찬에 대해 비판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미국 경제가 11년간의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역사상 최고라는) 트럼프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지난 3년간 경제성장률은 트럼프 대통령이 약속한 3%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이어 “1990년대와 1950년대의 GDP 성장률은 각각 4%와 9%였다”며 “트럼프 재임 기간 실업률이 3.5%까지 하락했으나 이 또한 1953년의 2.5%에 비해 높다”고 덧붙였다.

일자리 창출에 대한 주장도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7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이는 이전 (오바마) 행정부보다 500만개 더 많은 수치”라고 강조했다.

반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 후 2017~2020년 창출된 일자리는 670만개이지만, 111개월간 고용시장이 확장 중임을 고려하면 예측 가능한 수준”이라며, “2016년 대선 전 3년간 창출된 일자리는 800만개”라고 지적했다. 

사실에 부합하는 수치를 밝힌 경우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예상에도 불구하고 제조업 역량이 회복되고 있다”며 “이전 두 행정부에서 6만개의 공장을 잃었지만, 내 행정부는 1만2000개의 공장이 새로 생겼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또한 미국 제조업이 되살아나고 있다는 증거로는 부족하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 “(트럼프가 제시한) 두 수치는 모두 맞다”면서도 “5인 미만의 소규모 작업장까지 포함한 수치”라고 지적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 또한 “지난해 12월 1만2000개의 제조업 일자리가 사라졌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하는 ‘제조업 부흥’은 사실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지난해 중반 이후 미국의 제조업은 침체기에 들어섰다”며 “세계 경기둔화뿐만 아니라 관세 분쟁으로 인한 가격 상승과 공급망 교란이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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