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코 배상, 우리은행 '적극적' 타 은행 '관망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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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코 배상, 우리은행 '적극적' 타 은행 '관망 중'
  • 임해원 기자
  • 승인 2020.02.05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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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웅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가 지난해 12월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통화옵션계약(키코) 관련 금융분쟁조정위원회 개최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성웅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가 지난해 12월 13일 통화옵션계약(키코) 관련 금융분쟁조정위원회 개최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뉴시스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의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분쟁조정안 수용 여부를 두고 각 은행의 행보가 엇갈리고 있다. 대부분의 은행이 쉽게 입장을 정하지 못하는 가운데 우리은행이 가장 먼저 수용 의사를 밝혀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 우리은행 ‘수용’ VS 5개 은행 ‘장고’

우리은행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금감원 분조위 권고에 따라 키코 사태로 피해를 입은 재영솔루텍, 일성하이스코 등 2개 기업에 대해 총 42억원을 배상하기로 결정했다. 분조위가 지난해 12월 13일 조정안을 제시한 지 약 2달 만이다.

당시 분조위는 우리은행을 비롯해 신한·하나·산업·대구·씨티은행 등 6개 은행에 대해 키코 사태로 피해를 입은 기업 4곳에 손실액의 15~41%를 배상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은행별 배상액은 신한은행이 150억원으로 가장 많으며, 우리은행 42억원, 산업은행 28억원, 하나은행 18억원, 대구은행 11억원, 씨티은행 6억원의 순이다.

분조위 권고 수용을 결정한 우리은행과 달리 다른 5개 은행은 아직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가장 배상액이 큰 신한은행은 4일 이사회에서 키코 관련 안건을 상정하지 않고 다음 이사회까지 미루기로 했다. 하나은행 또한 3일 이사회에서 해당 안건을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 배임 우려, 추가 배상 변수로 쉽게 결정 못해

우리은행을 제외한 5개 은행이 분조위 권고 수락 여부에 장고를 거듭하는 것은 ‘배임’ 우려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 2013년 대법원에서 키코 상품 판매에 문제가 없다는 판결을 내린 데다, 손해액 청구권 소멸시효(10년)가 지난 상황에서 배상하면 주주 이익을 침해하는 업무상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

반면 금감원은 키코 배상과 관련해 주주들이 배임소송을 하는 것은 제도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난해 12월 23일 “고객을 도와주겠다는 경영 의사 결정은 배임이라고 할 수 없다”며 은행의 주장을 반박한 바 있다. 전갑석 분쟁조정2국 은행팀장 또한 같은달 13일 브리핑에서 “한국은 이중 소송제도가 도입되지 않아 지주사의 개인 주주가 은행의 특정 이슈에 대한 배임소송을 하는 것이 제도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은행권은 금감원의 해석이 꼭 법원의 판단과 일치하리라는 보장은 없다며 조정안 수용을 망설이는 분위기다. 

은행들이 고민하는 또 다른 이유는 배상을 결정할 경우 분조위가 권고한 배상액 외에도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현재 키코와 관련해 소송 및 분쟁조정을 신청하지 않은 피해기업은 총 147곳. 금감원은 이들에게 키코 상품을 판매한 은행 11곳이 협의체를 구성한 뒤, 분조위의 조정안을 토대로 자율조정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147개 피해기업의 피해액은 약 1조원. 금감원은 6개 은행이 분조위 권고를 수락한 뒤 협의체를 구성해 추가 배상에 나설 경우에 배상 규모가 약 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 DLF 사태 겹친 우리은행, 배상에 가장 적극적

이런 상황에서 우리은행이 처음으로 분조위 조정안 수용 의사를 밝힌 것은 최근 불거진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 불완전 판매 논란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미 DLF 사태로 경영진에 대한 중징계가 결정된 데다 고객 신뢰도 급락한 만큼, 피해복구에 전력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 또한 지난달 8일 이사회를 열고 키코 추가 분쟁 조정을 위한 11개 은행 협의체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아직 분조위 권고 수락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상태지만, DLF 사태에 연루되지 않은 다른 은행에 비해서는 배상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손태승 우리은행장은 지난달 17일 열린 경영전략회의에서 DLF 사태를 의식한 듯 “올해는 고객 신뢰의 회복을 넘어 더욱 탄탄하고 두텁게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우리 스스로 깊이 반성하고, 철저히 개선해 나가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키코 배상을 시작으로 ‘불완전판매’ 이미지를 떨쳐내기 위한 우리은행의 움직임이 소비자에게 전달될지 주목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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