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야생화] 쥐띠 해, 빛나는 쥐오줌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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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야생화] 쥐띠 해, 빛나는 쥐오줌풀
  • 졍연권
  • 승인 2020.02.03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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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오줌풀
쥐오줌풀

 

침묵하는 산하에 새해가 밝았다. 신정과 설날이 지났다. 두 번이나 새해인사와 덕담을 나누었고 다짐을 하였다. 대한민국은 복이 많은 나라인가 보다. 두 번씩이나 복을 받으니까. 그러나 다른 점이 있다. 양력의 신정은 한해를 결산하고 마무리 하며 맞이한다. 제야의 종소리에 새해가 시작된다. 해맞이를 하면서 소원을 빌고 새로운 마음을 다지는 축제 분위기다. 음력의 설날은 명절 분위기다. 선물을 주고받고 덕담을 한다. 고향을 찾아 차례를 모시고 성묘한다. 부모님께 세배를 드리고, 친척과 친구들을 만난다. 가족이 모여 음식을 만들고 나누어 먹으며 정담을 나눈다. 만나면서 동질감과 소속감을 다진다. 신정보다는 설날이 되어야 한 살 더 먹었다는 기분이 드는 것은 농사문화의 연유일 것이다. 이제 설을 쉬었으니 진짜 경자년(庚子年)이다. 성스러운 하얀 쥐띠 해를 맞이하였다. 

쥐의 이미지가 있는 야생화를 찾아보았다. 어찌 이런 이름을 지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가지게 되는 마타리과의 ‘쥐오줌풀’이다. 학명은 Valeriana fauriei Briq 이다. 속명 발레리아나(valeriana)는 라틴어 ‘건강하다의 발레레(valere)’ 비롯되었고, 종소명 파우리아이(fauriei)는 프랑스 식물 채집가 포리(Urbain Jean Faurie)신부를 기념하기 위해 붙였다고 한다. 좀쥐오줌풀, 설령쥐오줌풀 등 8종이 대한민국에 서식하고 있다. 쥐오줌풀이란 뿌리에서 쥐오줌 같은 지린내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옛날에는 집주위에서 쉽게 접하는 역겨운 냄새 때문 이였을 것이다. 쥐는 징그럽고 곡식을 축내고 물건을 망가뜨리는 부정적인 이미지이다. 그러나 12지간에 제일 먼저 등장하는 영리하고 재빠른 행동과 부지런한 동물로 여겨진다. 그리고 귀여운 캐릭터도 있다. 올해 92세의 미키마우스, 고양이 앞에서도 기죽지 않는 쥐 제리, 요리하는 쥐 레미 등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쥐구멍에도 볕들 날이 있다”는 긍정적인 속담도 있고, 시골 쥐와 서울 쥐 등 다양하고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다.

쥐오줌풀
쥐오줌풀

 

초장이 40∼80cm정도이다. 속이 비었으며 10여 개의 마디가 있다.꽃은 7∼8월에 연분홍색으로 피고, 가지와 줄기 끝에 산방꽃차례를 이룬다. 화관은 통 모양이며 안쪽이 약간 부풀고 끝이 5개로 갈라진다. 연분홍색의 꽃송이가 뭉쳐서 피어나 예쁘고 향기도 좋은 편인데 뿌리에서는 쥐오줌 냄새와 비슷한 고약한 취기(臭氣)가 나는지 알 수 없다.

꽃과 뿌리가 너무나 다르다. 줄기에 달린 가는 뿌리줄기가 옆으로 뻗어가며 수염뿌리의 형태이다. 뿌리를 길초근(吉草根)이라고 하는데 진정효과, 긴장완화, 불면증에 좋다고 한다. 천연 수면유도제인 발레리안 루트(Valerian Root)는 ‘서양쥐오줌풀’ 뿌리를 분말화 하여 캡슐로 만들었다. 취침 전 2알씩 먹으면 숙면을 할 수가 있다고 하여 잠 못 드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한다. 고약한 냄새의 뿌리가 숙면유도를 하다니 멋진 반전이다. 또한 뿌리에서 정유를 추출하여 담배 잎에 살짝 뿌리면 담배 맛이 한층 좋아지고 향도 그윽하여 신경과민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하니 아이러니 하다. “꽃을 사랑하려면 담배를 피우지 말라” 는 가르침 덕분에 담배를 피우지 않아서 좋다. 담배 바이러스가 꽃에 감염될 수 있어 담배를 피우고 꽃을 만지려면 비누로 2번 이상 씻은 후 만져야 한다. 사람도 꽃도 담배를 싫어한다.

쥐오줌풀
쥐오줌풀

 

꽃말이 재미있다. ‘허풍쟁이’ ‘정열’ 이다. 담배 맛을 좋게 하여 많이 피우게 하고 몸을 망가지게 해서 그런가. 냄새와 약효가 달라서 인가. 꽃 향과 뿌리향이 달라도 너무 달라서 그런가. 신묘한 야생화라 허풍쟁이라는 꽃말은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고 가혹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정열이하는 것은 이해가 된다. 냄새와 약효로 정열적인 삶을 살게 해주고 그 정열로 역사가 이루어지니까. 설도 쉬었으니 철조망 너머 북녘에서는 허풍쟁이가 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허풍을 떠는 벼랑 끝 전술을 하지 말고, 모든 것 내려놓고 남북이 함께 잘살아 보자. 아무 걱정 없이 편안하게 숙면을 취하도록 하자. 정열적으로 민초들을 살펴서 진정한 사랑으로 한반도에 평화가 오기를 소망한다.

[필자 약력] 

30여년간 야생화 생태와 예술산업화를 연구 개발한 야생화 전문가이다. 야생화 향수 개발로 신지식인, 야생화분야 행정의 달인 칭호를 정부로부터 받았다. 구례군 농업기술센터소장으로 퇴직 후 한국야생화사회적협동조합 본부장으로 야생화에 대한 기술 나눔과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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