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여성 A씨(35세)는 인터넷 대출광고를 보고 12회에 걸쳐 약 1200만원을 대출했다. 하지만 연 210%~3200%에 달하는 높은 이자로 인해 대출을 제때 갚지 못했다. 그러자 불법대부업자인 조직폭력배 B씨 등은 영업 중인 식당에 상습적으로 무단 방문하고 수백 차례 전화 폭언을 하는 등 악질적인 채권추심 행위로 약 850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A씨는 심리적 압박을 견디다 못해 넥타이로 목을 매어 자살을 기도했지만 마침 퇴근한 남편에 의해 발견돼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자료=금융위원회
자료=금융위원회

A씨처럼 불법사금융을 이용했다가 법정이자율을 초과한 고금리와 악질적인 불법추심 행위로 피해를 당한 경우, 오는 28일부터 정부가 무료로 지원하는 채무자대리인 및 소송변호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법률구조공단·서민금융진흥원은 21일 금융감독원 금융민원센터에서 ‘채무자대리인 및 소송변호사 무료지원 사업’ 협약(MOU)을 체결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현재 국내 불법사금융 이용규모는 2018년 말 기준 약 7.1조원(41만명), 대부업 이용규모는 지난해 상반기 기준 16.7조원(200만7000명)으로 추정된다. 특히, 청년·주부·노령층 등 추심에 취약한 계층의 불법사금융 이용이 증가하면서 불법추심 등으로 인한 피해도 증가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실제 노령층과 주부의 불법사금융 이용비중은 2017년 26.8%, 12.7%에서 2018년 41.1%, 22.9%로 크게 증가했다. 

금감원 불법사금융신고센터에 신고·접수된 피해규모만 연간 4700여건에 달하고 있으며, ‘제3자에게 빚을 내어 변제를 강요’하거나, ‘가족 및 지인에게까지 채무변제를 강요’하는 등 악질적인 불법추심 행위도 지속하여 발생하고 있다. 

정부는 불법추심 차단을 위해 2014년부터 채무자 대신 변호사를 통해서만 채권추심이 가능한 채무자대리인 제도(채권추심법)를 시행했으나, 피해자 대부분이 제도를 몰라 이용하지 못하거나, 변호사 고용에 따른 경제적 부담 때문에 잘 이용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또한, 불법추심이나 고금리로 인한 피해가 발생한 경우, 원상회복을 위해서는 별도의 소송이 필요한데, 법적지식이 부족하고 경제적으로 넉넉지 못한 서민피해자들이 소송을 쉽게 진행하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이번 협약을 통해 28일부터는 불법추심·최고금리 위반으로 인한 피해자에 대해 법률구조공단 소속 변호사가 채무자대리인 및 소송대리인으로 나서서 무료로 피해구제를 지원하게 된다. 

우선 피해자가 불법추심 등에 노출되지 않도록 법률구조공단 변호사가 채무자를 대신해 추심과정 일체를 대리하고 불법성 검토 등 법률서비스를 지원한다. 또한 최고금리 초과 대출, 불법추심 등으로 입은 피해에 대한 반환청구·손해배상·채무부존재확인 소송 등을 대리한다.

아울러 이번 사업의 지원을 받게 되는 불법사금융 피해자들은 서민금융진흥원의 자활(자금) 지원과 자동으로 연계해 고금리 대안상품, 채무감면 및 만기연장 지원 등의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지원대상은 미등록·등록 대부업자로부터 불법추심피해를 입었거나 그럴 우려가 있는 사람, 연 24%의 최고금리 초과 대출을 받은 사람 등이다. 수익자 부담원칙 및 재정여력 등 감안해 기준중위 소득 125% (1인 가구 기준 월 220만원) 이하인 경우만 해당된다.

다만, 미등록대부업 피해자에 대한 채무자대리인 선임 사업은 범죄피해자 보호 측면에서 소득요건 없이 전원 지원할 방침이다. 

불법추심 및 최고금리 위반 피해자는 28일부터 금감원(불법사금융신고센터 ☏1332), 법률구조공단(☏132)을 통해 채무자대리인 및 소송변호사 지원을 신청할 수 있다. 정부는 오는 3월까지 온라인 신청시스템을 구축하는 한편, 지자체콜센터 및 일선 경찰서 등을 통해서도 신청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한편, 이날 협약식에 참석한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은 “불법추심은 채무자 개인뿐 아니라 그 가족 전체를 극단으로 내모는 민생 침해범죄”라며 “다음 주부터 새롭게 시작되는 ‘채무자대리인 및 소송변호사 무료 지원 사업’이 불법금융에 시달리는 국민들에게 든든한 힘이 되어 드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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