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해부대 작전해역 및 인근 지역. 자료=국방부
청해부대 작전해역 및 인근 지역. 자료=국방부

호르무즈 파병 문제를 두고 미국과 이란 사이를 저울질하던 정부가 '독자 파병'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국방부는 21일 “현 중동정세를 감안해, 우리 국민의 안전과 선박의 자유 항행 보장을 위해 청해부대 파견지역을 한시적으로 확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청해부대 파견지역은 아덴만 일대에서 오만만, 아라비아만 (페르시아만) 일대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청해부대는 확대된 파견지역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IMSC(국제해양안보구상·호르무즈 호위연합)의 지휘를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작전을 수행하게 된다. 다만 국방부는 “필요한 경우에는 IMSC와 협력할 예정이며, 정보 공유 등 제반 협조를 위해 청해부대 소속 장교 2명을 IMSC 본부에 연락장교로 파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미국-이란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호르무즈 파병을 요청하는 미국과 파병 시 단교도 고려할 것이라는 이란 사이에서 정부는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 이번 독자 파병 결정은 미국과 이란의 입장을 모두 고려한 절충안으로 평가된다. 청해부대 파견지역을 확대해 미국의 파병 요청에 응하면서도, IMSC에 참여하지 않음으로서 이란의 입장도 배려한 것.

실제 국방부 관계자는 이번 결정 이전에 미국·이란 측과 사전 협의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이어 미국은 이번 독자 파병 결정에 대해 환영의 뜻을, 이란은 이해한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한편 청해부대 파견지역 확대를 두고 국회 동의가 필요한 지에 대한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이날 국회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청해부대 파병 연장 동의안을 (국회가) 승인할 때는 해적 퇴치의 목적이었다”며 “청해부대를 호르무즈로 파병하는 취지로 배치하는 것은 이란과 적대하는 것이라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국회 국방위원장은 “국민의 안전 보장과 선박의 자유항행 보장을 위해 작전 범위 일부를 확대한 것”이라며 “국회 동의가 필요 없다”고 주장했다. 안 위원장은 이어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파병동의안에는 유사시 작전 범위를 확대시킨다는 법적 근거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군부대의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 파견연장 동의안 원문 일부. 자료=국회의안정보시스템
국군부대의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 파견연장 동의안 원문 일부. 자료=국회의안정보시스템

지난해 12월 10일 국회를 통과한 청해부대 파견연장 동의안은 파견지역을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 일대”로 규정하면서도, “유사시 우리 국민 보호 활동 시에는 지시되는 해역 포함”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국방부 또한 해당 국민 보호를 위해 파견 지역을 확대할 수 있다는 해당 조항에 근거해 국회 동의가 필수적이지 않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 관계자는 “중동 지역은 약 2만5000명의 우리 교민이 거주하고 있으며, 호르무즈 해협 일대는 우리 원유 수송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지역”이라며 “우리 선박이 연 900여 회 통항하고 있어, 유사시 우리 군의 신속한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이어 “이번 결정을 통해 중동지역 일대 우리 국민과 선박의 안전을 확보하는 한편, 항행의 자유 보장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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