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합동조사단, 학교측 반대로 부실 조사"

경상여고 과학실 시약장에 방치된 채로 백화현상이 일어난 폐시약 (사진=안실련)
경상여고 과학실 시약장에 방치된 채로 백화현상이 일어난 폐시약 (사진=안실련)

지난해 9월 2일 발생한 대구 경상여고 가스 유출 사고에 대한 합동조사가 부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이코리아> 취재 결과 확인됐다.

앞서 지난 10일 경상여고 가스흡입사고 합동조사단(단장 백성옥 영남대교수)은 사고 원인에 대해 “사고 초기 (누출가스) 시료를 채취하지 못했고, 인근 산업단지 주변을 모니터링 했으나 명확한 원인물질을 밝히지 못했다”며 원인불명으로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합동조사단으로 참여한 시민단체 ‘대구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안실련)’은 “학교 과학실의 부실한 폐시약 관리가 주요 원인이다”라고 주장했다. 

안실련은 13일 <이코리아>와의 통화를 통해 “합동조사단이 발표한 내용은 편향적이며, 조사 당시 의견이 일치하지 않았다”라며 “합동조사단 회의는 11월 13일을 마지막으로 단 3차례만 이뤄졌고 나머지는 이메일을 주고받는 형식으로 진행됐을 뿐이었다”고 밝혔다. 

시민단체 외에도 일부 조사위원들은 사고의 원인으로 강당 아래 과학실을 지목했다. 하지만 합동조사단은 학교측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게 시민단체의 설명이다. 

안실련은 과학실을 지목한 근거로 ‘학교의 폐시약 부실 관리’를 꼽았다. 폐시약으로 인해 과학실 내 고농도의 악취가 발생했고, 이 악취가 과학실 위에 위치한 강당 2층 창문으로 유입됐다는 것이다. 

안실련은 “학교 과학실 내 폐시약에서 악취가 발생한다는 조사 결과에도 불구하고 합동조사단이 이를 밝히는 과정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경상여고 과학실에 방치된 채로 쌓여있는 폐시약 병(사진=안실련)
경상여고 과학실에 방치된 채로 쌓여있는 폐시약 병(사진=안실련)

실제 경상여고 과학실 내 보관중인 폐시약들은 장기방치로 인해 백화 현상이 발생한 상태였으며, 폐 시약장의 배기장치는 고장상태로 방치됐다. 뿐만 아니라 흡착탑 등 별도 정화장치도 설치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합동조사단은 10일 조사결과 발표 당시 해당 내용을 언급하지 않았다. 

조사 결과, 사고당일과 가장 유사한 기상조건이던 9월 6일에는 과학실과 강당2층에서 고농도 물질 인 아세트알테히드, 아세토니트릴 등이 농도 이상으로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달리 경상여고 인근 공업지역은 대기질 평균농도가 최소 감지농도를 초과하지 않았으며, 학교도 일시적으로 일부물질이 검출됐을 뿐 대기질이 양호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근거로 안실련은 “(학교 내) 특정장소에서만 발생한 것은 공장에서 배출된 오염원보다는 학교 자체에서 발생한 유해물질이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사건이 발생한 경상여고 강당 외부 모습. 강당2층과 과학실의 창문이 나란히 위치해, 과학실에서 악취가 발생시 강당 2층으로 쉽게 유입될 수 있다.(사진=안실련)
사건이 발생한 경상여고 강당 외부 모습. 강당2층과 과학실의 창문이 나란히 위치해, 과학실에서 악취가 발생시 강당 2층으로 쉽게 유입될 수 있다.(사진=안실련)

안실련은 “주변공장에서 평상시에도 저농도 악취가 있었다. 이 악취와 과학실의 고농도 물질이 유입된 상태에서 에어컨을 가동하자 악취기류가 강당의 상부인 2층으로 옮겨가 해당 위치에 있던 학생들이 피해를 호소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상여고의 강당 내부는 외부에 비해 기압이 낮아 외부에서 발생한 악취가 쉽게 유입될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때문에 강당2층 창문 아래 위치한 과학실의 폐시약 악취도 쉽게 유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안실련은 “과학실에서 고농도 검출된 염화메틸렌은 인체에 노출될 경우, 피부와 눈에 자극을 일으키고 중추신경계를 손상시킨다. 아세토니트릴의 경우, 고인화성 물질로서 신체 유입시 중추신경계에 손상을 일으키며, 장기간 반복 노출될 경우 폐, 신장 등에 손상을 일으켜 학교당국의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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