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노조 윤종원 행장 반대, 수출입은행노조 방문규 행장 찬성

윤종원 신임 IBK 기업은행장(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3일 오전 서울 중구 IBK 기업은행 본점에서 출근길에 오르고 있다. 이날 윤 신임 행장은 노동조합이 '낙하산 인사'에 반대하며 출근 저지 투쟁을 펼쳐 출근하지 못한 채 발걸음을 돌렸다. 사진=뉴시스
윤종원 신임 IBK 기업은행장(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3일 오전 서울 중구 IBK 기업은행 본점에서 출근길에 오르고 있다. 이날 윤 신임 행장은 노동조합이 '낙하산 인사'에 반대하며 출근 저지 투쟁을 펼쳐 출근하지 못한 채 발걸음을 돌렸다. 사진=뉴시스

신임 IBK기업은행장으로 임명된 윤종원 청와대 전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이 노조의 반대에 부딪혀 취임 첫날 출근을 포기하고 발길을 돌렸다.

윤 신임 행장은 3일 오전 서울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에 도착해 건물에 들어가려 했으나, 미리 대기 중이던 노조원들의 반대에 부딪혀 10분여 만에 발길을 돌렸다. 

기업은행 노조는 지난해 11월부터 ‘낙하산 행장 선임 반대’를 외치며 정부가 관 출신 인사를 신임 행장으로 선임할 경우 출근저지 및 총파업 등 강경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특히 국책은행 중 유일하게 지난 2010년 이후 세 차례 연속 내부 출신 행장을 배출한 전통이 깨졌다는 점에서도 노조의 반발이 거세다. 

노조는 윤 행장이 거론되기 전인 지난달 9일 발표한 성명에서도 “3기 연속 자행 출신 은행장을 배출해오며 사상 최고의 경영 성과를 냄과 동시에 정책금융 역할에 충실해왔다”며 “그런 기업은행에 10여년 만에 외부 낙하산 인사를 은행장에 임명해 ‘신(新)관치금융’의 그림자가 드리우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밝힌 바 있다.

정통 경제관료 출신인 윤 행장은 이날 출근길에서 노조원들을 만나 “노조가 저를 함량 미달의 낙하산이라고 말했지만,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대화를 이어가려고 했으나 사퇴를 요구하는 노조의 반발에 “다시 오겠다”며 발길을 돌려야 했다. 노조와의 관계에 대해 묻는 취재진에게는 “노조의 이야기를 잘 듣고 풀어나가겠다”고 답했다.

일각에서는 윤 행장이 사전에 노조와 만나 갈등 해결을 위해 노력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 취임 과정에서 노조의 반발에 부딪혔던 방문규 수출입은행장의 경우, 임명 당일 노조와 만나 대화의 자리를 갖고 8시간 동안 마라톤 토론을 거쳐 주요 현안에 대한 합의점을 도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 금융에 정통한 인사가 수출입은행장에 임명된 관행과 달리 방 행장은 기획재정부 예산실장과 보건복지부 차관 근무가 주요 이력이어서 임명 당시 노조에서는 방 행장의 업무 전문성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했다. 게다가 수출입은행 노조는 신임 행장 선임 시 관례적으로 출근저지 운동을 벌여왔다는 점에서 취임 첫날 심각한 갈등이 예상됐다. 

하지만 방 행장은 임명이 발표된 지 6시간만인 지난해 10월29일 오후 4시 노조와 상견례를 갖고 임금 및 처우 문제를 논의하며 대화의 노력을 기울였다. 이후 노조는 출근저지 현수막을 철거했으며, 방 행장 또한 노조에 내부 의견을 정리할 시간을 주기 위해 11월1일 취임식까지 본점 출근을 피하고 외부활동을 이어갔다. 

윤 행장 또한 노조와 자주 만나 대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사전 조율에 실패하면서 첫 출근이 무산됐다. 기업은행이 수출입은행과 달리 3기 연속 내부 승진을 통해 행장을 배출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낙하산 논란에 휘말린 윤 행장이 노조와의 갈등을 해소하는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날 윤 행장의 출근저지에 나선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금융공기업으로서의 기업은행의 미래와 자율경영의 꿈을 후배 조합원들에게 심어주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이번 투쟁에서 승리하겠다”고 밝혔다. 박홍배 신임 금융노조 위원장 당선인 또한 “금융노조 새 집행부의 첫 사명은 기업은행의 낙하산 행장 저지”라며 “청와대가 금융노동자의 정당한 요구를 묵살한다면 총선에서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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