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법 수정안' 윤석열은 왜 반발할까
상태바
'공수처법 수정안' 윤석열은 왜 반발할까
  • 김정길 기자
  • 승인 2019.12.26 12: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검찰이 공수처법 수정안에 대해 강력 반발했다. 보고를 받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노했다는 보도도 나온다. 윤 총장은 공수처 설치에 대해선 반대하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수정안에 대해서는 왜 반발했을까. 먼저 검찰의 공식 입장부터 살펴보자. 

공수처법 수정안의 핵심은 '범죄 통보'다. 대검찰청은 26일 ‘공수처에 대한 범죄 통보조항은 중대한 독소조항’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냈다. 대검은 “공수처는 고위공직자 등의 중요 사안에 대해 수사하는 단일한 반부패기구일 뿐, 검경의 수사 컨트롤타워나 상급기관이 아니다. 그럼에도 수사 착수단계부터 내용을 통보받는 것은 정부조직체계 원리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대검의 이 주장은 겉으로는 수정안에 대한 반대이지만 속은 공수처가 검찰의 상급기관이 비쳐지는게 싫다는 것이다. 검찰이 고위공직자에 대한 범죄 혐의를 공수처에 통보하는 순간 하급기관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다시 대검의 주장을 들어보자. 대검은 “공수처는 검경의 수사착수 내용을 통보받아야 할 마땅한 이유가 없다. 공수처와 검경은 헌법과 법률의 테두리 안에서 수사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침범'이라는 단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검찰이 수사하는 사안에 끼어들지도 말고 끌어들이지도 말라는 뜻이다.

‘4+1협의체가 최종 합의한 공수처법 수정안 24조에는 “다른 수사기관이 수사 과정에서 고위공직자의 범죄를 인지한 경우, 곧바로 공수처장에게 통보해야 한다”는 조항이 담겼다. 이 조항은 지난 4월 발의된 원안에는 없었다.

대검은 수사의 중립성 훼손을 이유로 이 조항에 반발한다. 대검은 “대통령과 여당이 공수처장 내지 검사 임명에 관여하는 현 법안 구조에서 공수처에 대한 사건 통보는 수사 검열일 뿐만 아니라 청와대, 여당 등과 수사정보 공유로 이어져 수사의 중립성 훼손 및 수사기밀 누설 등 위험이 매우 높다”고 반발했다.

대검은 “수사착수부터 검경이 공수처에 사전보고하면 공수처가 입맛에 맞는 사건을 이첩받아가서 자체 수사개시해 ‘과잉수사’를 하거나, 검경에 맡겨놓고 싶지 않은 사건을 가로채 ‘뭉개기 부실수사’를 할 수 있다. 이는 수사의 신속성·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사건 관계인의 인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의 반발에 법조계나 정당, 다수 시민단체는 동조하지 않는 분위기다. 단 자유한국당은 예외다. 검사 출신인 한국당 권성동 의원은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공수처법 수정안과 공수처 검사의 자격 요건 완화에 대해 맹비난했다. 

권 의원은 "민주당은 군소정당들과 야합해 기존 공수처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완화하기는커녕 심각한 독소조항을 추가하고 일방적으로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며 "수정안은 다른 수사기관이 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고위공직자범죄를 인지한 경우 그 사실을 즉시 고위공직자 수사처에 통보하도록 했다. 이 경우 최근 조국 수사, 유재수 수사 등에서도 보듯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는 시작하기도 전에 묻히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공수처 검사의 자격요건에 있어 원래 '10년 이상의 재판, 수사, 조사 업무'의 경력을 요구하던 것을 '5년 이상'으로 대폭 완화시켰다. 이는 특정 성향을 가진 변호사를 대거 공수처 검사로 임명해 민변검찰화 하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심각한 독소조항이다"라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입장은 다르다.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수정안을 공수처법에 포함시킨 이유에 대해 "검찰·경찰과 달리 전국적인 인적·물적 조직망을 갖추지 않은 공수처가 전국 각지에서 발생하는 고위공직자 범죄 혐의를 파악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검찰·경찰이 나쁜 의도를 갖고 사건을 왜곡·암장하려 한다면 공수처가 이를 방지할 권한이 없게 된다"고 해명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이 자충수를 둔 결과라는 말도 나온다. 당초 원안으로 가려던 여당이 조국 수사에 이어 하명 수사로까지 확대되자 검찰 견제 차원에서 수정안을 포함시킨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는 것. 여당에서 추진 중인 특검 역시 검찰이 무소불위로 수사의 칼날을 휘두르고 있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