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군인권센터 제공
자료=군인권센터 제공

 

국군간호사관학교 여생도들이 남생도들 사이에서 벌어진 단톡방 성희롱 사태에 집단 항의했으나 학교당국이 미온적으로 대처한 사실이 드러났다. 

군인권센터는 25일 ‘국군간호사관학교 성희롱 단톡방 사건 은폐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단톡방 내 성희롱 ․ 여성혐오 ․ 동기생 및 선배 생도, 장교들에 대한 모욕 행위 실태를 공개했다.

군 인권센터는 “군에서 절대 소수인 여군들은 여전히 일상적인 성차별과 성폭력에 노출돼 있다. 동료 ․ 선배 여군을 상대로 저열한 성범죄를 저지른 남생도들을 학교가 묵인, 방조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생도들의 제보에 따르면 국간사 2, 3, 4학년 전체 남생도는 22명이다. △3학년(61기) 일부가 모여 있는 방 △2~3학년생도 일부가 모여 있는 방 △2~4학년 전체가 모여 있는 방 세 곳의 단톡방을 꾸리고 있다”며 “원래 단톡방은 남생도 생활구역에 대한 공지 등을 위해 생성됐으나, 이후 각종 여성혐오와 성희롱 ․ 욕설이 난무하기 시작했고, 이러한 분위기에 동조하지 않은 남생도들은 대화에서 배제됐다”고 주장했다.

센터에 따르면, 남성 생도들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여러 개의 단톡방에서 여생도들을 성적으로 비하하는 발언을 수 차례 일삼았다. 이들은 자신보다 선배 기수인 여생도들을 성기에 빗대 표현하고, 간호실습을 성행위에 비유하며 조롱했다. 이들은 또 훈육관을 '허수아비 멍청이'라고 지칭하며 모욕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여생도들은 대화 내용 캡쳐와 고발문을 갖고 3학년 담당 훈육관 을 찾아가 신고했다. 하지만 신고를 받은 훈육관은 여생도들에게 ‘동기를 고발해서 단합성을 저해하려는 너희가 괘씸하다. 증거는 확보하고 말하는 거냐?’라고 야단을 쳤다. 이에 여생도들이 증거물을 제시하자 외면했다. 

이에 여생도들은 단톡방에 이름이 언급된 성희롱 피해 생도를 중심으로 학내 자치위원회인 명예위원회에 해당 사건을 정식으로 신고했고 비로소 훈육위원회가 조사에 착수했다. 

군인권센터는 “훈육위원회에서 주요 가해자로 지목된 11명 중 최종 퇴교를 심의하는 단계인 교육위원회에 회부된 것은 3학년 남생도 3명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퇴교는 단 1명에 그쳤고, 나머지 2명에 대해서는 ‘근신’처분만 내렸다. 하급 생도들에 대한 지도와 통솔의 책임이 있는 4학년 생도들은 오히려 3학년 생도들보다도 징계 정도가 더 약했다”고 밝혔다.

군인권센터는 “이번 국간사 단톡방 성희롱 사건은 아직까지도 여군에 대한 우리 군의 인식 수준이 매우 낮은 상태임을 보여주고 있으며, 아직까지도 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한 환경 속에서 복무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추어져있지 않음을 입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방부는 사관학교 내 성희롱, 성폭력 등 성범죄 재발 방지를 위해 국방부 양성평등위원회에서 관련 실태를 파악하고, 문제점을 면밀히 분석하여 각 군 사관학교의 성범죄 관련 징계·형사처벌 절차에 대한 개선안을 수립, 권고하고 대책을 세우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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