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뉴시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뉴시스

 

우리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25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대외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우리 경제의 위상, 대내외 여건, 경제적 영향을 두루 고려해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히고 "농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정책ㆍ재정지원에 대한 논의를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WTO 164개국 회원국 중 G22 및 OECD 국가 중 그리고 국가소득 3만 불 이상을 모두 충족한 국가는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전 세계에 9개 나라에 불과하다”며 “경제적 위상 감안 시 우리가 국제사회에서 개도국으로서 더 이상 인정받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개도국 지위 포기 배경으로 “최근 들어 WTO 내에서 선진국뿐 아니라 개도국들도 우리의 개도구 특혜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고,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 위상과 비슷하거나 낮은 싱가포르·브라질·대만 등 다수 국가들이 향후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개도국 포기와 상관없이 쌀 등 일부 농산물에는 예외적인 보호조치를 추진할 계획이다. 수입 쌀에 대한 513% 관세도 유지할 방침이다. 하지만 정부의 이번 결정으로 차기 WTO 협상에서 선진국에 상응하는 농업분야 관세 인하와 보조금 감축 이행이 불가피해졌다.

농민단체는 정부가 구체적인 대안없이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는 것은 식량주권을 포기하는 행위라며 강력 반발했다. 농민단체들은 이번 정부의 결정에 대한 후속 대책으로 공익형 직불제 도입과 전체 예산의 4% 수준의 농업예산 확대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32개 농민 단체로 구성된 'WTO 개도국지위 유지관철을 위한 농민공동행동'(공동행동)은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집회를 갖고 "WTO 개도국 지위 포기는 농업을 죽이는 처사"라며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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