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왼쪽)과 지성규 KEB하나은행장. 사진=뉴시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왼쪽)과 지성규 KEB하나은행장. 사진=뉴시스

금융당국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가 본격 시작되면서, 해외금리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원금 손실 사태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손태승 우리은행장과 지성규 KEB하나은행장에 대한 증인 채택은 불발돼, 반쪽 국감으로 마무리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여야 위원들은 금융위원회(4일)와 금융감독원(8일) 대상 국정감사를 앞두고 일반증인 명단을 논의했으나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감에 증인·참고인의 출석을 요구하려면, 7일 전까지 당사자에게 출석요구서가 송달돼야 한다.

앞서 정무위는 지난달 25일 전체회의를 열고 국감 증인·참고인 명단을 논의했으나 274명의 기관증인 명단만 채택하고, 일반증인 명단은 확정하지 못했다. 지난달 30일에도 일반증인 채택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지만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야당은 최고책임자인 행장이 직접 출석해 손실 보전 및 재발 방지 대책에 대해 밝혀야 한다는 입장이었으나, 여당은 행장에게 상품 판매 전결권이 없는 만큼 실무담당자를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증인 채택 절차를 거치지 않더라도 출석을 요청할 수 있지만 강제성이 없어, 사실상 8일 금감원 국감에서도 손 행장과 지 행장의 모습을 보기는 어렵게 됐다. 두 행장에 대한 증인 채택이 불발되면서 국감에서 DLF사태 진상파악 및 재발 방지 대책에 대한 논의는 피상적인 수준에 머무를 수밖에 없게 됐다. 

특히 두 행장은 공교롭게도 국감 기간 중 해외 일정을 소화 중이어서 더 큰 비난을 받고 있다. 손 행장은 해외 기업설명회(IR)를 위해 7박8일 일정의 중동·유럽 순방에 나섰으며, 지 행장 또한 올해 1조원 규모의 지분을 인수한 베트남 국영상업은행(BVID) 관련 실무협의를 위해 지난 1일 출국했다. 지 행장은 4일 귀국했으며, 손 행장은 금감원 국감 다음날인 9일 귀국할 예정이다. 

두 은행은 국감을 피하기 위해 해외 일정을 계획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결권이 없다고 하더라도, 큰 피해를 초래한 두 은행의 최고책임자가 국내 피해자를 뒤로 한 채 해외투자자들을 만나기 위해 국감 기간 중 자리를 비운 것에 대한 비판 여론은 피하기 어렵다.

다만 두 행장이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소환될 가능성은 아직 남아있다. 오는 21일 금융위·금감원에 대한 종합국감이 남아있기 때문. 하지만 종합감사 특성 상 심도깊은 논의와 대책 마련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국회 정무위 소속 김정훈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 “해외금리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에서 가장 큰 피해가 발생한 우리은행장과 하나은행장이 해외 출장 중”이라며 “금융위 국정감사 날만 피해 해외출장을 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어 “이런 도피성 해외출장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잘못을 시인하는 것”이라며 “조국 사태로 예민한 증인들이 있겠지만, 덜 예민한 분들은 채택해서 종합국감 때는 DLF사태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하고 피해자들과 구제할 방안을 강구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소속 민병두 정무위원장은 “앞서 일반증인 채택 없이 국감이 시작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고 우려를 표한 바 있는데, 일단 우리·하나은행 부행장급 2명이 증인으로 채택된 상황”이라며”(증인 채택과 관련해) 여야간 협의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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