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금융소비자연맹, 녹색소비자연대 등 7개 단체가 지난 4월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실손보험 청구간소화 촉구를 위한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금융소비자연맹, 녹색소비자연대 등 7개 단체가 지난 4월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실손보험 청구간소화 촉구를 위한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실손의료보험의 청구 절차를 간소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정부 부처의 이기주의 때문에 가로막히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으로부터 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심평원은 자신을 중계기관으로 해 의료기관이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서류를 전자적으로 보험회사에 전송하도록 하는 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밝혀졌다.

가입자가 약 3400만명에 이르는 실손보험은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고 있지만, ▲진료 ▲진료비 납부 ▲청구서류 준비(본인 인증) ▲보험사 제출 ▲보험청구 심사 ▲보험 심사 등 복잡한 청구절차를 거쳐야 해 이를 포기하는 가입자가 많다. 보험업계와 시민단체 등은 업무효율화 및 의료서비스 소비자 편의성 제고, 보험사기 및 과잉진료 감소 등을 위해 청구절차 간소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반면 의료계에서는 개인정보 유출의 위험 및 의료기관 부담 가중 등을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

앞서 고 의원은 지난해 실손의료보험 청구 절차 간소화를 위한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보험계약자 직접 의료기관으로부터 서류를 발급받아 보험사에 제출하는 것이 아니라, 의료기관이 직접 서류를 전자적 방식으로 보험사에 발송하도록 청구절차를 변경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서 심평원은 9만1000여 곳이 넘는 요양기관과 20곳의 보험회사를 연결하는 중계자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하지만 심평원은 국민건강보험법(건보법) 개정 없이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심평원 업무 범위를 규정한 국민건강보험법 제63조 제1항 제5호는, 심평원이 “다른 법률에 따라 지급되는 급여비용의 심사 또는 의료의 적정성 평가에 관하여 위탁받은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심평원은 해당 조항의 ‘위탁업무’는 건강보험 이외의 다른 법률에 대해 급여비용의 심사 또는 평가업무로 한정돼 있어 개정안이 위탁하는 내용은 맡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고 의원 측은 “같은 법 제63조 제1항 제6호는 건강보험과 관련하여 보건복지부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한 업무를 심평원이 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는데, 이미 여기에 해당하는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 심평원은 건강보험 관련 보건의료빅데이터사업,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 사업, 요양기관 정기 현지조사 사업, 자동차보험진료수가의 심사 조정 업무 등을 담당하고 있다.

고 의원이 발의한 대로 보험업법이 개정되고 보건복지부장관이 본건 업무의 필요성을 인정한다면, 심평원은 별도의 건보법 개정없이 건보법 제63조 제1항 제6호를 근거로 하여 서류 전송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문제는 보건복지부 또한 실손보험 청구간소화에 소극적이라는 점이다. 금융위원회는 심평원 업무에 관한 건보법(제63조) 조항 및 의료법(제21조)과의 법 체계 합치 여부 및 동반 개정 필요성에 대한 해석을 보건복지부에 위임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 또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심평원을 활용하게 될 경우 청구 절차가 굉장히 간편해지는 효과가 분명히 있다”며 “의료계가 환자들 입장에서 생각을 해야 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이에 대해 “요양급여의 심사, 평가와 관계없이 실손보험계약자 등과 의료기관, 보험회사 간 서류의 전송과 관련한 업무를 위탁하는 것은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고 의원은 “실손의료보험은 국민건강보험의 급여 본인부담금을 보상하는 보험이고, 실손의료보험의 진료비 관련 증빙서류에는 급여와 비급여 정보가 모두 나타난다”며 “이를 전송하는 업무가 건강보험과 관련이 없다고 볼 수 없다. 오히려 매우 깊히 관련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고 의원은 이어 “이번 국정감사에서 국무조정실장을 상대로 실손의료보험 청구간소화와 관련하여 추가 법 개정 소요가 있는지 따져볼 예정”이라며, “국민이 편리하게 소액의 보험금라도 받을 수 있게 하루 빨리 절차가 개선되도록 앞장 서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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