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게 물든 단풍나무.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붉게 물든 단풍나무.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올해 단풍은 평년과 비슷한 수준인 9월 27일 설악산을 시작으로 10월 중순이 지나면 우리나라 전국을 물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가을 산행의 낭만은 무엇보다도 울긋불긋 온 산에 곱게 물든 단풍이 아닐까. 단풍하면 떠오르는 나무인 단풍나무는 전 세계적으로 색깔과 모양이 다양해서 관상용으로 심는 가장 대표적인 수종이다.

우리나라에서 단풍나무라고 하면 잎이 손바닥 모양인 단풍나무과의 수종을 통틀어 이르거나 ‘단풍나무’라는 특정 수종을 지칭하는 단어지만, 정작 진짜 ‘단풍나무’는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없는 귀한 나무이다.

산림자원학과 3학년 수목학 수업에서 처음 배운 나무 종류가 바로 단풍나무과(Aceraceae)이다. 단풍나무 하면 주변 가로수나 공원의 조경수로 많이 심겨져 있던 터라 흔하고 평범한 나무라고 생각했었는데, 우리나라에 단풍나무가 무려 20여종이 있다는 점과, 진짜 ‘단풍나무’는 한번도 본 적이 없었다는 사실에 많이 놀랐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주변에서 흔하게 보아왔던 단풍나무는 무엇이었을까? 

노랗게 물든 단풍나무.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노랗게 물든 단풍나무.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이 나무들은 키가 크고 곧게 자라 가로수로 활용되며 잎 뒷면이 하얀 ‘은단풍’, 잎이 오리발처럼 3개로 갈라지고 나무껍질이 세로로 벗겨지는 ‘중국단풍’ 등으로 미국과 중국에서 들여온 나무이다. 또한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어 이제껏 ‘단풍나무’라고 알고 있었던 나무들은 진짜 ‘단풍나무’와는 가까운 친척뻘인 ‘일본왕단풍’이라는 수종이었다.

나무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일본왕단풍’은 일본이 원산지로 잎이 크고 씨앗이 잘 발아하는 특징이 있어 우리나라에 많이 보급 되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의 진짜 ‘단풍나무’는 제주도를 포함하여 내장산 이남의 남부지역 일부에서만 자라고 있는 귀한 나무이다.

진짜 ‘단풍나무’를 처음 만난 곳은 해남의 ‘두륜산’이었다. 대학원 시절 ‘두륜산’의 ‘대흥사’로 들어서는 길목에 터널처럼 자라고 있던 커다란 단풍나무를 본 것이 첫 만남이었다. 큰 나무에 비해 잎은 작고 아담한 모양이 인상적이었다. 우리나라 천연기념물 제463호로 지정된 ‘고창 문수사 단풍나무숲’에서는 100년 이상된 단풍나무 거목이 자라고 있다. 이  단풍나무 또한 작고 아담한 모양의 잎을 가지고 있어서 이곳의 단풍나무를 애기단풍라고 부르기도 한다. 우리의 진짜 ‘단풍나무’가 생김새가 아기자기하여 더 정감이 가지만 씨앗을 얻기가 쉽지 않고 싹을 틔우는 데 별도의 처리를 해야하는 등 증식에 어려움이 있어 아쉽게도 조경수로 널리 보급되지 못했다.

고로쇠나무 잎과 열매.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고로쇠나무 잎과 열매.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단풍나무’와 더불어 모두에게 친숙한 우리나라 자생수목으로는 ‘고로쇠나무’와 ‘산겨릅나무’가 있다. 두 수종 모두 ‘단풍나무’와는 달리 관상적 가치보다는 식·약용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고로쇠나무’는 뼈를 이롭게 한다는 뜻(골리수, 骨利水)에서 이름이 붙여진 나무로서 이른 봄에 채취하는 나무의 수액은 임업인들에게 중요한 소득자원이다.

약간 단맛이 나는 고로쇠나무 수액은 남녀노소 좋아하는 먹거리로 널리 알려져 있다. ‘산겨릅나무’는 ‘벌나무’ 또는 ‘산청목’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이 나무는 항산화 및 간 기능 보호에 도움이 되는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 최근 기능성 식품으로 인정받은 소중한 우리나무 중 하나이다. 건강식품과 먹거리로도 중요한 자원이지만 ‘단풍나무’와 마찬가지로 관상용으로도 뛰어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나무이다. ‘고로쇠나무’는 ‘단풍나무’와 같이 손바닥 모양의 잎을 가지고 있는데, 가을이 오면 산을 노랗게 물 들이며 매력을 발산하기도 한다. 

산겨릅나무 잎과 열매.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산겨릅나무 잎과 열매.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이 세 수종을 가장 쉽게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은 잎 모양이다. ‘단풍나무’의 잎은 5-7개로 갈라진 손바닥 모양이며 가장자리에는 얕은 톱니 모양의 거치가 있다. ‘고로쇠나무’는 ‘단풍나무’와 비슷하지만 잎 가장자리가 밋밋한 것이 다르다. ‘산겨릅나무’는 우리나라 단풍나무 종류 중 가장 독특한데, 잎이 손바닥만큼 큼직하며 오각형에 가까운 형태를 띠고, 열매는 수 십개가 커튼처럼 달린다. 무엇보다 녹색빛이 감도는 나무 껍질이 매우 아름다워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단풍나무’ 중 하나이다.

이처럼 단풍나무 3형제는 아름답고 멋진 가을 풍경을 선사해 줄 뿐만 아니라 먹거리와 건강을 지키는 중요한 산림자원으로도 다양한 매력을 품고 있다. 울긋불긋한 가을산을 바라보며 우리나라의 소중한 단풍나무 3형제를 지금보다 우리 주변에서 더 친근하게 접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필자소개] 

임효인 박사·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명정보연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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