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26일 열린 시민과의 공개 대화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CNN 방송화면 갈무리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26일 열린 시민과의 공개 대화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CNN 방송화면 갈무리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지난 26일 시민들과의 대화에 나섰으나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한 채 물러났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람 장관은 26일 완차이 지역의 퀸엘리자베스 경기장에서 2만2000여명의 신청자 중 추첨을 통해 선정된 시민 150명과 공개 대화를 가졌다. 이날 대화에 참석하지 않은 홍콩 시민들은 공개대화가 진행된 행사장을 둘러싸고 홍콩 정부의 5대 요구사항 수용 및 람 장관 퇴진을 촉구하는 시위를 열었다. 

공개대화가 시작되자 시민들로부터 경찰의 과잉진압에 대한 비난이 터져 나왔다. 이날 공개대화에 참여한 한 홍콩 시민은 “내가 아는 사람들의 97%는 이민을 고려하고 있다. 사람들이 얼마나 경찰을 두려워하는지 알고 있나?”라며 “막내 아들이 경찰을 믿어도 돼냐고 내게 묻더라. 내 아들은 이제 겨우 4살이다”라고 람 장관을 질타했다.

또 다른 참여자도 “홍콩은 당신 때문에 암에 걸렸다”며 “당신은 시민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겠다고 말하지만, 100만명의 사람들이 시위에 나섰다. 그들의 목소리가 바로 시민들의 의견”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람 장관은 시민들의 질타에 ”여러분들이 저에 대한 신뢰를 상실했다는 것을 이해한다“며 “지난 2년간 홍콩 시민들 간에 분열이 발생했음에도 행정장관으로서의 책무를 잘 수행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잘못을 시인했다. 하지만 경찰 진압에 대한 독립적 조사 요구에 대해서는 “경찰의 민원처리위원회(IPCC)는 독립적인 기구”라며 “경찰 내부에서 충분히 조사할 수 있다”고 명확한 거부 의사를 밝혔다. 

람 장관이 시민들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면서, 이날 공개대화도 별다른 성과 없이 마무리됐다. 이날 대화에 참여한 시민들은 정치적 도구로 전락한 경찰을 감시할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IPCC의 조사를 신뢰할 수 없다며, 람 장관이 시민들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대화의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홍콩 정부와 시민들 간의 대화가 교착상태에 빠져들면서 홍콩 시위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홍콩 재야단체 민간인권전선은 지난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28일과 내달 1일 ‘우산혁명’ 5주년을 기념하는 집회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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