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이상득 전 의원,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 박희태 전 국회의장. 뉴스1
【서울=이코리아】결국 이명박 대통령(71)만 홀로 남았다.

최시중, 박영준 등 현 정권 최측근 실세가 파이시티 인허가 로비혐의로 구속된 지 얼마되지 않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77)까지 10일 저축은행들로부터 수억 원대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현직 대통령의 친형이 구속된 건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날 이 전 의원의 구속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이 거의 모두 사법처리되는 과정에 정점을 찍었다는 평가다.

올해 초 이 대통령은 신년 국정연설을 통해 불거지고 있는 측근비리에 대해 철저한 반성과 관리를 하겠다고 밝혔지만 이곳저곳에서 터져나오는 수많은 의혹들이 실타래처럼 얽혀 목을 옭아매고 있다.

이번 정권들어 상왕(上王)으로 군림하던 이 전 의원은 저축은행들로부터 저축은행 구명 로비 청탁과 함께 금품을 수수한 의혹(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과 정치자금법 위반혐의 등으로 지난 6일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이 전 의원의 사법처리는 지난해부터 일찌감치 예견됐다. 지난해 12월 구속된 이 전 의원의 보좌관인 박배수(46)씨가 이국철 SLS회장(49)으로부터 금품을 제공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면서 처음으로 이 전 의원도 도마 위에 올랐다.

당시 이 전 의원은 박 전 보좌관을 통해 영업정지된 저축은행 구명 로비와 관련된 청탁과 함께 금품을 수수한 의혹을 받았다.

수사과정에서 검찰은 여비서 계좌에서 나온 뭉칫돈 7억원 중 일부가 한 저축은행에서 들어온 정황을 포착해 이 전 의원의 각종 비자금 의혹과 관련된 모든 사건을 대검찰청 산하 저축은행비리 합동수사단(단장 최운식 부장검사)으로 이첩해 수사를 진행했다.

이 전 의원이 그렇듯 최근 발견되는 다수의 MB 측근비리는 영-포라인(경북 영일·포항)과 대구·경북(TK) 출신, 고려대 출신 등이 눈에 많이 띈다.

'방통대군'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75)은 2006년 7월부터 2008년 2월 사이 파이시티 사업의 인허가 알선 명목으로 고향 후배인 브로커 이씨로부터 13회에 걸쳐 총 8억원을 받은 혐의로 현재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또 최 전 위원장은 친이계 의원들에게 돈봉투를 전달하고 EBS 이사 선임과정에 수억원의 뇌물을 수수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최 전 위원장은 경상북도 포항이 고향이고 전 동아일보 부국장 출신이다.

'왕(王)차관' 박영준 전 기획재정부 차관(52)은 2006년 8월부터 2008년 10월 사이 파이시티 사업 인허가 알선 명목으로 브로커 이씨로부터 9차례에 걸쳐 총 1억6478만원을 받고 2008년 7월 산업단지 승인 알선 등 명목으로 코스닥등록 제조업체 S사 대표로부터 1억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박 전 차관은 민간인 불법사찰을 지시하고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업체인 CNK 주가조작과 관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전 차관은 경상북도 칠곡이 고향이고 고려대 법학과 출신이다.

또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조직된 안국포럼, 6인회,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등에서 인연을 맺었던 인사들도 다수 측근비리에 얽혀있는 상황이다.

당시 이 대통령 캠프 자문그룹 '6인회' 멤버였던 박희태 전 국회의장(74)은 2008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전당대회 당시 고승덕 의원에게 돈봉투를 건넨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1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또 이 대통령 경선캠프였던 '안국포럼' 멤버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60)은 박 전 의장과 같은 혐의로 원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역시 안국포럼 멤버였던 신재민 전 문화관광부 차관(54)은 SLS 이 회장의 청탁대가로 수억원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6개월 등을 선고받았다.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51)은 부산저축은행 로비 대가로 1억7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2심에서 징역 1년6월을 선고받은 상태다.

이 대통령의 일가 친척들도 측근비리로부터 자유롭지는 못했다.

지난해 말 '내곡동 사저 불법 매입'사건에 연루돼 야당으로부터 검찰에 고발당한 이 대통령의 장남 이시형(34)은 최근 검찰조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의혹이 말끔히 가시지는 않은 상태다.

세방학원 이사로 재직하며 제일저축은행 유동천 회장(72)으로부터 4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돼 재판 중인 김재홍(72)씨와 한나라당 비례대표 자리를 주겠다며 김종원 서울시버스운송조합 이사장으로부터 30억원을 받은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김옥희씨는 모두 영부인 김윤옥 여사의 사촌들이다.

이밖에 이번 정권 측근 비리의 시작을 알렸던 대통령 친구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69)은 워크아웃 대가 등으로 46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2년에 추징금 32억원을 선고받았지만 최근 검찰이 대법원에 상고를 포기하며 '봐주기' 의혹을 산 적이 있다.

또 이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55)은 부산저축은행 로비대가로 1억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1심서 징역 1년6월형을 선고받았다.

장수만 전 방위사업청장(62)도 이른바 '함바비리'와 관련해 수천만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처럼 퍼내도 퍼내도 마르지 않는 우물을 연상시키는 MB정권의 측근비리는 말 그대로 권불오년(權不五年)을 실감케한다는 지적이다.

5년마다 반복되는 대통령 측근비리는 유독 정권 말기로 갈수록 크게 불거지며 정권을 레임덕의 위기로 몰아넣는 악재로 작용해 왔다.

이 전 의원 구속이후 시작될 검찰의 용처 수사에서 혹여 이명박 대통령의 이름이 거론될 가능성도 지금으로선 전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검찰 칼끝에는 눈이 없다'는 서초동의 속설이 다시 한번 주목받는 이유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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