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여왕' 김연아(24)의 이름을 딴 '김연아빙상장'은 세워질 수 있을까.

지난달 25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열린 2014소치동계올림픽 선수단 해단식 기자회견에서 최동철 스포츠 평론가가 "문체부는 2016년까지 올림픽공원에 콤플렉스를 짓게 돼 있는데 많은 부분에서 국격을 높여준 김연아 선수를 위해 새로 조성될 스포츠콤플렉스에 김연아 선수의 이름을 딴 전용 피겨 경기장을 건립하는 게 어떠냐"고 질문했다.

이에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다소 당황한 기색을 보이다가 이내 "스포츠콤플렉스를 짓는 것은 국가 기밀사항인데 어찌 알았느냐"는 농담으로 재치있게 넘긴 뒤 "시설 명칭을 어찌할 것인가를 지금부터 고민해 나가겠다. 좋은 의견 받아들여 열심히 하겠다"는 말로 마무리했다.

또 김재열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은 "김연아 선수는 한국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실력을 인정받는 최고의 스케이터다. 정부 관계자와 힘을 맞춰서 돕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생방송과 언론 보도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이 전해지자 상당수 국민은 정부가 김연아빙상장 건립 계획을 내부적으로 추진하는 것으로 이해했다. 소치올림픽이 끝나고 2018평창동계올림픽 준비를 서둘러야 할 시점이니 당연한 판단이었다.

그러나 19일 현재 김연아빙상장은 그야말로 희망사항일 뿐이다.

문체부의 한 관계자는 이날 "김연아빙상장 관련 대화는 그 자리에서 최동철 평론가와 (유진룡)장관이 덕담을 주고받은 정도로 이해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빙상장 건립은 상당한 예산이 소요된다. 이곳저곳 투자할 곳이 많은 정부로서는 마음은 있어도 바로 나설 수 없는 처지"라고 밝혔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적 성원을 받고 있는 김연아 등 소치올림픽 선수단을 위한 선물로 김연아빙상장 건립 계획을 내놓을 수 있었던 지난 5일 청와대 선수단 격려 오찬에서도 그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던 것도 그런 이유라고 본다"고 전했다.

실제로 빙상장의 경우 동계 스포츠 인구가 적은 한국 실정에서는 건립 비용은 물론 운영 및 유지 보수 등에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

김연아가 중고교를 다닌 경기 군포시는 지역을 피겨 메카로 만든다는 목표로 지난 2006년 빙상장 건립을 추진하다가 1300억원에 달하는 예산 때문에 포기했다.

서울시 역시 2010년 당시 오세훈 시장이 서울시 글로벌 홍보대사였던 김연아의 요청을 받아들여 2013년을 건립 목표로 피겨 전용 경기장 건립을 추진했지만, 26조원에 육박하는 부채 부담 탓에 역시 두 달 만에 계획을 백지화했다.

문체부가 2016년 말까지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일대를 복합 스포츠 시설로 개발하는 계획을 갖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곳에 빙상장을 건립할 지 여부는 아직 결정된 것도 없고 계획조차 수립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다만 이 관계자는 "태릉에서 현재 피겨, 쇼트트랙, 아이스하키 등의 선수들이 교대로 운동하다 보니 선수들의 이용 불편은 물론 부상 위험까지 겪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김연아 선수의 잦은 부상 뿐만 아니라 쇼트트랙의 안현수 선수나 노진규 선수의 치명적인 부상 등이 좋은 예"라면서 "빙상연맹 등과 더불어 좋은 해법을 찾아보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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