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쇼트트랙 낭자들이 8년 만에 세계를 품었다.

박승희(22·화성시청)-심석희(17·세화여고)-조해리(28·고양시청)-김아랑(19·전주제일고)으로 구성된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18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2014소치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결승에서 4분09초498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0년 밴쿠버 대회에서 가장 먼저 레이스를 통과하고도 석연찮은 판정에 실격 처분을 받았던 여자 대표팀은 8년 만에 금메달을 되찾았다.

여자 대표팀은 최근 6차례 올림픽에서 5번이나 가장 시상대 높은 곳에 오르며 세계 최강의 실력을 입증했다. 올림픽 개막 후 예상 밖 난조를 보였던 한국 쇼트트랙의 대회 첫 금메달이다.

한국은 500m 동메달리스트인 박승희를 1번 주자에 놓은 뒤 마지막을 책임질 2번 주자에 심석희를 배치했다. 조해리와 김아랑은 3,4번 주자로 출격했다.

출발은 좋았다. 시작과 함께 선두를 꿰찬 한국은 맨 앞에서 초반 레이스를 이끌었다.

금메달로 가는 길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17바퀴를 남기고 중국에 선두를 내준 한국은 오래 지나지 않아 캐나다의 추격까지 허용해 3위로 밀려났다.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던 한국은 김아랑이 캐나다를 제치면서 2위로 올라섰다. 9바퀴를 남겼을 때에는 박승희의 인코스 공략이 성공, 1위 자리를 되찾았다.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승부는 마지막에 가서야 갈렸다. 한국은 마지막 3바퀴를 앞두고 중국 저우양에게 선두를 허용해 위기에 봉착했다. 3000m 계주를 위해 1000m까지 포기한 저우양은 폭발적인 스피드로 박승희를 앞질렀다.

 
은메달로 굳어지던 한국의 메달색을 바꾼 이는 '막내' 심석희였다. 마지막 주자의 중책을 맡은 심석희는 침착하게 중국 선수와의 격차를 줄여나갔다.

심석희는 마지막 바퀴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자 더욱 힘을 내기 시작했다. 심석희는 중국 최종 주자 리지안루가 인코스를 막자 과감하게 아웃코스로 질주해 승부를 뒤집었다.

레이스를 초조하게 지켜보던 선수들은 심석희가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자 참았던 눈물을 쏟아내며 기쁨을 만끽했다. 최광복 코치는 두 손을 번쩍 들고 환호성을 지르며 노메달의 스트레스를 확 날려 보냈다.

 
심석희와 박승희, 김아랑은 1000m에서도 준준결승에 올라 2관왕 등극의 여지를 남겨뒀다.

캐나다가 4분10초641로 은메달을 차지했고 이탈리아는 4분14초014로 뒤를 이었다. 막판까지 한국과 경합을 벌였던 중국은 2위로 골인했지만 비디오 판독에서 페널티를 받아 실격됐다.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의 간판 이승훈(26·대한항공)은 1만m에서 13분11초68로 4위를 차지했다.

4년 전 밴쿠버 대회에서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이 부문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이승훈은 막판 급격한 체력 저하로 메달권에서 벗어났다. 3위 밥 데용(13분07초19·네덜란드)과의 격차는 4초49다.

하지만 이승훈은 아시아 선수들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1만m에서 세계적인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존재감을 맘껏 뽐냈다.

마지막 7조에 배정된 이승훈은 함께 출전한 스벤 크라머(네덜란드)와 가벼운 하이파이브를 나눈 뒤 인코스에 올라탔다. 열흘 전 5000m에서 12위로 주춤했던 이승훈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부드럽게 얼음판을 미끄러졌다.

이승훈은 2000m 구간을 통과할 때까지 선두 요리트 베르그스마에게 2초71이나 앞섰다. 4400m를 지나면서 30초를 유지하던 랩타임이 31초대 중반으로 떨어졌지만 재차 30초대를 회복하며 메달 가능성을 밝혔다.

이승훈은 멀어져간 크라머를 앞에 둔 채 페이스를 유지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초반에 힘을 쏟은 이승훈이 남은 레이스를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이승훈은 6000m를 넘어서면서 랩타임이 급격히 늘어났다. 7600m 구간을 밥데용보다 13초 가량 앞선 9초53초12로 통과했지만 두 선수의 격차는 눈에 띄게 줄었다.

힘든 기색을 감추지 못하던 이승훈은 한 바퀴를 남기고 밥데용의 기록에 밀렸다. 이승훈은 남은 힘을 짜봤지만 밥데용을 넘어서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유독 강점을 보이고 있는 네덜란드는 다시 한 번 시상대를 휩쓸었다.

베르그스마는 12분44초45의 새로운 올림픽 기록으로 '최강자' 스벤 크라머(12분49초02)를 밀어내고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종전 올림픽 기록은 이승훈이 세운 12분58초55다.

밴쿠버 대회에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고도 인코스를 두 번 타는 실수로 실격됐던 크라머는 베르그스마에 이어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이승훈이 금메달을 따낼 당시 목마를 태워주며 훈훈함을 연출했던 밥데용은 동메달을 가져갔다. 한국 나이로 39살 노장인 그는 1998년 나가노 대회에 이어 16년 만에 이 부문 두 번째 동메달을 차지했다.

쇼트트랙 남자 선수들은 500m 첫 관문을 무사히 통과했다. 이한빈(26·성남시청)은 500m 예선 3조에서 41초982로 2위를 차지했다.

박세영(21·단국대) 역시 무난히 준준결승에 합류했다. 1조에서 출발한 박세영은 시작부터 선두로 올라선 뒤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기록은 41초566.

러시아 쇼트트랙의 영웅으로 떠오른 빅토르 안(29·한국명 안현수)은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5조에 배정됐던 빅토르 안은 41초450으로 조 1위에 올랐다.

사상 첫 올림픽에 출전한 여자 봅슬레이팀은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파일럿 김선옥(34·서울연맹)과 브레이크맨 신미화(20·삼육대)로 구성된 여자 봅슬레이팀은 2인승에서 1·2차 레이스 합계 2분00초09를 기록했다. 출전한 19개 팀 중 최하위다.

1차 레이스에서 1분00초09를 기록, 최하위로 떨어진 여자 봅슬레이팀은 2차 레이스에서는 1분00초02로 좀 더 힘을 냈지만 순위를 끌어올리지는 못했다. 3차 레이스는 20일 오전 1시15분에 진행된다.

노르웨이의 바이애슬론 선수 에밀 헤글 스벤슨(29)은 사진판독까지 가는 접전 끝에 값진 금메달을 손에 넣었다.

스벤슨은 바이애슬론 남자 15㎞ 단체출발에서 42분29초1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하지만 42분29초1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끊은 것은 스벤슨 혼자가 아니었다. 바이애슬론 남자 12.5㎞ 추발과 20㎞에서 이미 금메달을 목에 건 프랑스의 마틴 푸어카드(26) 역시 스벤슨과 소수점 한자리까지 똑같았다.

스벤슨은 사진판독 끝에 금메달을 수확, 푸어카드의 올림픽 3관왕을 저지했다. 밴쿠버대회에서 개인 20㎞·계주 금메달 그리고 남자 10㎞ 스프린트 은메달을 수확했던 스벤슨은 이날 올림픽 3번째 금메달이자 4번째 메달을 수확했다.

3위는 42분42초9를 기록한 체코의 온드레이 모라베치(30)가 차지했다.

티나 메이즈(슬로베니아)는 알파인스키 여자 대회전에서 1·2차 레이스 합계 2분36초87로 금메달을 가져갔다. 여자 활강에서 도미니크 지신(스위스)과 함께 공동 금메달로 화제를 모았던 메이즈는 2관왕에 올랐다.

세계적인 전자 바이올니스트인 바네사 메이는 태국 대표로 여자 대회전 출전해 3분26초97로 67위를 차지했다.

한편 모처럼 금메달 1개를 보탠 한국은 금 2·은 1·동 1개로 중간 순위 15위로 올라섰다. 독일이 금 8·은 3·동 4개로 선두를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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