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누리당 의원들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임시회 본회의 개회를 기다리고 있다. 뉴스1
【서울=이코리아】여야가 국회 원구성을 놓고 평행선을 달리면서 국회 파행이 사법부 마비 등 국정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9대 국회 법정 개원일인 지난 5일을 일주일 이상 넘긴 13일 현재 여야는 법제사법위원장을 포함한 18개 국회 상임위원장 및 특별위원장 배분 문제를 놓고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당장 내달 10일로 임기가 끝나는 대법관 4명의 후임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지난 5일 고영한 법원행정처 차장, 김병화 인천지방검찰청장, 김신 울산지방법원장, 김창석 법원도서관장 등 4명을 새 대법관 후보자로 임명 제청했다.

이들 대법관 후보자들이 내달 10일 이전에 임명 절차를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이달말까지는 인사청문회가 진행되고, 본회의에서 인준 동의안 표결을 거쳐야 한다.

인사청문회가 늦어질 경우 자칫 14명의 대법관 중 4명의 대법관 자리가 비면서 대법원 기능이 사실상 마비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 질 수 있다.

대법원은 3개 재판부가 있으며 각 부에는 4명의 대법관이 배치되는데 이중 김능환· 안대희 대법관이 포함돼 있는 1부는 두 대법관이 퇴임하면 사실상 재판 업무가 불가능하다.

또 전수안 대법관과 박일환 대법관이 각각 포함돼 있는 2부와 3부도 대법관 4명 중 1 명이 빠지게 돼 업무 차질이 불가피하다.

기존 판례를 변경하는 전원합의체 역시 3분의 2가 참석하면 합의할 수 있게 돼 있지만 4명의 재판관이 빠지면 진정합 합의라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6월1일부터 올해 5월31일까지 대법원에 접수된 사건은 3만4517건으로 대법관 1인당 평균 사건처리건수는 2876건에 달한다.

대법원 관계자는 "대법원 3개 재판부 가운데 두명이 빠지는 1부의 경우 재판 업무가 불가능하고 나머지 2개 부도 1명씩 공석이 생겨 업무에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또 "대법관 1명당 처리하는 사건이 많은 상황에서 대법관 4명의 공백이 생기게 될 경우 업무 부담은 더 가중될 것"이라고 밝혔다.

원구성 전이라도 여야 합의에 따라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인사청문회를 실시할 수 있지만, 국회의장단도 구성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같은 '원포인트 국회' 합의는 어렵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여야도 대법관 임명 절차의 시급성은 인식을 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방안을 찾지 못하는 분위기다.

홍일표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대법관 4명의 자리가 비게 되면 대법원의 업무가 마비된다"며 "대법원 사정을 고려해 업무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는 인식을 가지고 접근하겠다"고 밝혔다.

이언주 민주통합당 원내대변인은 "인사청문회를 열게 되더라도 본회에서 인준 동의가 있어야 한다"며 "원구성 협상 전에 본회의를 여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특히 민주통합당 18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과 법조계 출신 의원들은 지난 3일 대법관 후보자 추천 명단에 대해 "국민들이 기대했던 대법관 인적구성의 다양화, 보수와 진보의 균형은 아무리 찾아봐도 찾을 수가 없다"고 지적한 바 있어 인사청문회와 본회의 절차가 진행 되더라도 진통이 예상된다.

대법원 뿐만 아니라 1년 가까이 공석 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헌법재판관 1인에 대한 선출안 처리도 19대 국회의 시급한 현안이다.

지난해 7월 8일 임기가 만료된 조대현 재판관의 후임으로 민주통합당은 조용환 변호사를 추천했지만 여당이 지난 2월 9일 본회의에서 부결처리 하면서 공백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당시 조 변호사에 대한 선출안이 국회에서 부결된 뒤 민주통합당은 19대 국회에서 조 변호사를 재추천 할 뜻을 밝혔다.

이에 따라 헌법재판관 선출을 두고 여야가 또다시 대립 할 경우 민감한 사안의 판결이 미뤄지고 있는 헌법재판소의 재판관 공백 상태가 1년을 넘어 설 수 있다. 이전의 최장기 헌법재판관 공백 상태는 지난 2006년 8월 전효숙 헌법재판관의 헌재 소장 지명이 무산되면서 발생한 140일(약 5개월)이다.

원구성이 난항을 겪으면서 국회 본연의 임무인 민생 법안 심사 기능 역시 정지된 상황이다. 지난달 30일 19대 국회 임기가 시작된 이후 2주 동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은 130여건에 달한다. 대부분이 여야가 지난 4·11총선 과정에서 내걸었던 공약과 관련된 민생 법안들이다.

새누리당은 지난달 30일 4·11총선 공약인 '국민행복 5대 약속' 실천을 위해 비정규직 근로자 차별 해소 등의 내용을 포함한 '희망사다리 12개 법안'을 발의했다.

12개 법안은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고용정책기본법 개정안 △사내 하도급 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 △상법 개정안 △하도급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신용보증기금법 개정안 △기술신용보증기금법 개정안 △중소기업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 △영·유아보육법 개정안 △사립학교법 개정안(대학회계투명화법) 등 민생과 직결된 법안들로 구성 됐다.

민주통합당 역시 △반값등록금 △고용안정 △어르신 효도 △서민주거안정 △친환경 무상급식 및 무상보육 △중소기업 소상공인지원 △서민금융 지원 및 금융소비자 보호 △국민의 먹거리 안전과 건강주권을 지키기 위한 광우병 예방 등을 내세우며 19개의 민생 법안을 19대 국회 임기 시작 첫날인 지난달 30일 제출했다.

이같이 여야 모두 19대 국회 임기 시작을 기다렸다는 듯 4·11 총선 공약의 입법화에 속도를 내며 각종 민생 법안을 쏟아 냈지만, 결국은 원구성 협상의 덫에 걸려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한 것이다. 뉴스1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