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이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자택을 나서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조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재가했다. <사진=뉴시스>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과 관련된 언론의 보도행태에 대해 시민사회와 지식인들의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언론계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이준웅, "한국 언론, 맥락없는 관행적 기사 작성방식 문제"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이준웅 교수는 8일 경향신문에 게재한 ‘조국 사태와 언론 개혁’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조국 사태’를 겪으면서, 재확인한 언론개혁의 요점을 한 가지 강조해서 말하고 싶다. 우리 언론은 언론의 가장 중요한 임무인 권력비판에 특별히 취약하다”며 “내가 말하는 취약성이란 권력비판 임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서 그 방법이 부실하고, 양식은 허접하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어 “구체적으로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이 도식적 관행을 따르고, 관행을 따른 사실적 근거가 곧 기사라는 듯이 글을 쓴다. 도식적인 관행이란 관련자나 전문가에게 육성이나 문서로 확인을 받는 방식 같은 것”이라며 “이렇게 확인한 내용이 기사 전체가 되는 것이 관행적 글쓰기에 속한다. 그 결과, 하나의 사건이 발생하는 배경과 맥락을 검토해서 그 사건이 발생한 이유를 찾아 제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조 장관의 딸에 대한 언론 보도를 예로 들었다. 사건의 배경이나 맥락이 배제된채 이뤄져 독자로 하여금 단편적인 평가밖에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고 비판한 것. 

◇ 김언경, "조국 언론보도, 어뷰징 기사 천국"

민주언론시민연합 김언경 사무처장은 조 장관 관련 언론보도가 대부분 ‘어뷰징’ 기사로 가득 찼다고 비판했다. 어뷰징 기사는 조회수를 올리기 위해 자극적인 제목을 바꿔 달며 같은 내용의 기사를 반복적으로 내보내는 행위를 말한다. 

김 사무처장은 7일 YTN라디오 ‘열린라디오 YTN’에 출연해 “우리 언론의 소비 방식이 국민들이 민주주의를 위해서 봐야 하는 다양한 정보를 접하는 구조가 아니라, 실시간 검색어나 많이 본 기사 위주다. 포털이나 SNS도 사람들이 많이 보고 자극적인 뉴스 위주로 많이 노출된다”며 “그러다 보니 언론사 입장에서는 기사 하나라도 누군가가 봐서 클릭해야 돈을 버는데, 시민들은 (언론의) 상업성과 상관없이 그런 기사만 보게 된다”고 조 장관 사태와 관련해 어뷰징 기사가 양산된 원인을 분석했다. 

김 사무처장은 이어 “그러면 우리 사회가 그 많은 기사를 우리가 다 필요로 했는가? 그게 아니다. 그 정도의 기사는 정말 필요 없었다”며 “언론 전체가 과잉으로 돈을 벌기 위해서 그런 보도를 쏟아내고 우리는 그 홍수 속에서 정말 다른 정보는 거의 보지 못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김 사무처장은 이러한 어뷰징 기사 위주의 보도행태로 인해 다른 중요 뉴스는 묻혀버리게 되고 여론이 왜곡되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비판했다. 

◇ 정준희, "조국 사태, 언론과 국민 사고 간극 드러나"

지난 2일 열린 조 장관의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주요 언론이 보여준 모습도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강유정 교수는 8일 KBS '저널리즘 토크쇼 J’에서 “보통은 언론사가 구성한 현실들만 우리가 보았는데 언론사가 어떤 식으로 현실을 구성하는지가 저한테는 관전 포인트였다”며 “영화 올드보이에서 ‘질문을 바로 해야지 답이 바로 나오는 거야’라는 명대사가 있는데, 이번에 (간담회를) 보면서 올드보이의 그 대사가 생각이 났다”고 말했다. 

한양대학교 정보사회미디어학과 정준희 겸임교수 또한 “언론이 어떻게 현실을 구성하는가는 보통 잘 안 드러나는데, 이번 간담회는 언론이 국민들과 함께 동시 생중계로 보고 있는 장면들을 언론이 나중에 어떻게 보도하는지를 검증해볼 수 있는 기회였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어 조 장관 간담회에 대한 언론 보도가 천편일률적으로 부정적인 논조였다며 “남들도 다 본 생중계 장면인데 마치 자기들만 본 것처럼, 자기들만 현실 창조의 힘이 있는 것처럼 대단히 오만하게 작성된 기사”라고 꼬집었다. 

또한, 정 교수는 조 장관의 간담회를 시청한 이후 생각이 바뀌었다는 국민들의 비중이 높았다고 주장하며 “언론의 집단 사고와 (간담회를) 목격한 국민의 사고가 엇갈리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처럼 언론과 국민의 사고가 엇갈리게 된 이유에 대해 “‘내가 만든 판에서 내가 현실을 구성할 수 있다’는 기자들의 강한 사고방식이 국민들의 사고와 충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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