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유튜브 '박막례할머니'채널) 영상 '막례는 가고 싶어도 못가는 식당'에서 박막례할머니가 키오스크 주문에 도전하고 있다.

'막례는 가고 싶어도 못가는 식당’. 인기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 채널에 올라온 한 영상의 제목이다. 식당에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이유는 바로 무인 판매기, 일명 키오스크 때문이다. 간편한 주문을 위해 만들어진 기계지만, 오히려 노년층은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키오스크는 성인의 신장에 맞추어 스크린을 설치한 기계다. 사람과 직접 대면하지 않아도 큰 화면을 통해 여러 메뉴를 확인해 결제까지 한 번에 끝낼 수 있다. 

최근 최저임금 인상의 여파로 인건비를 줄이고자, 국내 키오스크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증권에 따르면 국내 키오스크 시장은 2006년 600억원에서 2017년 2,500억원으로 4배 이상 커졌다. 커진 시장만큼이나 패스트푸드점, 영화관, 대형마트, 기차역 등 다양한 곳에서 키오스크를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키오스크가 보급될수록 주문 자체가 어려워 노년층은 되려 소외를 겪고 있다. 

먼저 키오스크에는 우리말로 순화할 수 있는 단어도 외래어로 표현되고 있다. 패스트푸드점의 경우, 첫 화면에 ‘포장’ 대신 ‘테이크아웃’ 항목이 자리하고 있다. 언어를 선택하는 부분이 한국어로 되어있음에도 불구하고 영어 표현을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음식의 이름도 영어 표현이 허다하며, 글씨 크기도 작다. 실제 ‘막례는 가고 싶어도 못가는 식당’ 영상에서는 콜라인줄 알고 시킨 음료가 커피여서 당황해하시는 장면이 등장한다. 글을 읽기 어려우니 사진을 보고 주문했다 일어난 상황이었다.

(사진= 유튜브 '박막례할머니'채널) 영상 '막례는 가고 싶어도 못가는 식당'에서 박막례할머니가 음식 사진을 통해 메뉴를 파악하고 있다.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 주문 화면도 문제가 된다. 큰 화면 앞에서 원하는 음식을 찾기 위해 모든 분류를 눌러봐야 한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라 각 분류 항목에도 여러 페이지가 존재해 다 찾아보려면 시간이 꽤 소요된다. 하지만 키오스크 특성상 일정한 시간 이상을 지체할 경우, 사람이 없는 것으로 간주해 초기화면으로 되돌아간다. 이에 노인들은 음식을 하나하나 확인하고 있는 도중 화면이 전환돼, 당황함을 느낄 수 밖에 없다.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자니,  뒤로 길게 줄 선 사람들을 보고 결국 포기해버리는 것이다.

또한 노년층에 익숙치 않은 거래방법도 문제다. 현금으로 계산하고자 해도 키오스크 기계는 카드만 가능할 뿐더러, 카드가 있다고 해도 카드투입구를 찾지 못해 분주해지는 상황이 벌어진다. 그리고 “IC칩이 아래로 향하도록 카드를 넣어주세요”라는 안내음까지 들리면, 결제를 바로 앞에 두고 당혹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 

키오스크로 주문하는 경우, 대기번호를 따로 부여받아 손님이 직접 음식을 받아오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카운터 쪽에 설치된 화면을 통해 자신의 대기번호가 뜨길 기다린 후, 음식을 받아와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은 음식을 가져다주는 문화에 익숙한 노인분들께 커다란 벽으로 느껴지게 된다.

키오스크에 직접 도전한 박막례 할머니는 “돋보기, 의자, 카드, 영어공부”가 준비돼야만 주문에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글씨를 보다 선명히 확인할 수 있는 돋보기와 화면 상단까지 손이 닿을 수 있도록 도와줄 의자, 유일한 결제수단 카드. 그리고 영어 독해 능력이다. 

남길우 한국정보화진흥원 수석연구원은 “키오스크를 도입할 때 인건비 절감만 생각하고 이용자 관점의 배려가 부족했다”며 “노년층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큰 아이콘을 쓰거나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게 하는 등 키오스크에도 취약계층을 위한 표준이 있지만 권고안이라 기업들이 잘 지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남 연구원은 이어 “어르신들은 지금까지 사람간의 소통으로 의사를 전달했다. 이런 과정에서 사람이 사라지고 기계가 대체하게 될 때, 어르신들의 입장을 배려하지 않으면 디지털 포용을 이루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