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지난 5월 22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한국여성의전화 주최로 진행된 '김학의 전 차관 성폭력·고 장자연씨 사건 등 권력층에 의한 반인륜적 범죄 진상 규명 촉구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규탄 피켓을 들고 있다.

배우 고(故) 장자연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전직 기자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0단독 오덕식 부장판사는 22일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전직 기자 조모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조씨는 2008년 8월 장자연 소속사 대표 생일파티가 열린 술집에서 장씨를 강제로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당시 성접대 의혹에 대해 모두 무혐의 처분을 내렸지만, 지난해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재수사해 지난해 6월 조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오 부장판사는 무죄를 선고한 이유로 당시 파티에 함께 참석했다고 주장한 윤지오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결여된다고 봤다.  오 부장판사는 “정황상 (피고인이 성추행을 했을 것이라는) 강한 의심이 든다. 하지만 윤지오의 진술만으로는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혐의가 입증됐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특히 윤씨가 당시 술자리에 있던 조씨를 지목하지 않은 부분에 의문이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윤 씨가 (사건 발생) 7개월 뒤 경찰 조사에서 가해자를 정확히 특정하지는 못해도 ‘일행 중 처음 보는 가장 젊고 키 큰 사람’ 정도로 지목할 수는 있었을 것”이라며 “(당초 가해자가) 50대 신문사 사장이라고 진술한 것에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공개된 장소에서 추행이 벌어졌다면 최소한 피고인이 강한 항의를 받았어야 하는데 한 시간 이상 자리가 이어졌다”는 설명도 했다. 하지만 재판부의 이런 지적은 피해자의 처지를 고려하지 못한 판단으로 보인다. 장자연씨가 평소 소속사 대표로부터 술자리 강요 등을 압박받아왔다는 점에서 성추행이 있었더라도 자리를 지킬 수 밖에 없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판단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여성·시민단체는 이번 판결에 대해 “고 장자연 배우의 죽음을 헛되이 한 재판부”라고 규탄했다.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운동’은 이날 성명을 내고 “조씨의 강제추행 및 접대강요 행위는 2009년 사건 당시 경찰조사단계에서부터 문제가 됐던 사안”이라며 “법원은 ‘직원들이 수시로 왔다갔다하는 곳에서의 강제추행은 가능하기 어렵다’, ‘성추행이 있었으면 생일파티 분위기는 안 좋았을 것’이라는 식의 납득할수 없는 판단 근거를 들어 무죄를 선고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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