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위안화의 미국 달러당 환율이 7위안 아래로 떨어진지 하루만인 5일(현지시간)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다. 이는 1994년 이후 25년만이다. 6일 오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에 전시된 위안화의 모습. <사진=뉴시스>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서 무역갈등이 환율전쟁으로 심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로 글로벌 경제에 불확실성이 더해질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5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스티븐 므누신 장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권한으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다”며 “이번 결정에 따라 므누신 장관은 국제통화기금(IMF)와 협력해 중국의 최근 조치로 발생한 불공정 경쟁우위를 제거할 것”이라고 밝혔다.

◇ 환율조작국이란?

미국의 이번에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것은 1988년 제정된 종합무역법에 따른 것이다. 미 재무부는 30여년전 제정된 종합무역법에 따라 상당한 규모의 경상수지 및 대미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한 국가에 대해 환율조작 여부를 검토해왔다.

다만 종합무역법 상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지난 2015년 교역촉진법을 제정해 ①대미 무역흑자 200억 달러 이상 ②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3% 이상 ③GDP 대비 2% 이상의 달러 매수 등 세 가지 기준을 만족할 경우 환율조작 여부를 판단하기로 했다.

지난 5월에는 여기서 경상수지 흑자 비중을 GDP 대비 3% 이상에서 2% 이상으로 조정하고 외환시장 개입 여부 판단 기준도 1년 중 8개월에서 6개월로 변경하는 등 기준을 대폭 완화했다.

◇ 美中 환율전쟁 선전포고, 이유는?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것은 최근 이어지고 있는 위안화 약세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 위안화는 최근 미·중 고위급 무역 협상이 별다른 성과없이 종료된 이후 계속된 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5일 중국 인민은행이 달러당 위안화 기준환율을 전 거래일 대비 0.33% 올린 6.9225위안으로 고시했으나, 이후 홍콩 역내시장에서는 곧 7.0을 넘어섰다. 1달러당 7위안을 넘는 `포치(破七)`는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지난 2008년 5월 이후 처음이다.

미국은 중국이 무역갈등의 보복 조치로 환율조작에 나선 것이라 의심하고 있다. 재무부는 이날 성명에서 “최근 중국이 자국 통화 가치를 떨어뜨리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취했다”며 “중국이 외환시장에서 지속적인 개입을 통해 통화가치 절하를 해온 오랜 역사가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 또한 이날 트위터를 통해 “중국이 거의 역사상 최저 수준까지 환율을 떨어뜨렸다. 이는 ‘환율 조작’이라고 불린다”며 “이는 중국을 매우 약화시킬 수 있는 중대한 위반 행위”라고 비난했다.

반면 중국은 미국의 일방적 관세조치가 글로벌 경제에 미친 영향 때문에 위안화 가치가 떨어졌을 뿐 환율조작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인민은행은 이날 “(미국의) 일방주의와 보호무역주의 조치 및 대중 추가관세 부과 예상 등의 영향으로 달러당 위안화 환율이 7.0위안을 넘어섰다”며 “이는 시장의 수급과 국제 환율 시장의 파동을 반영한 결과”라고 말했다.

◇ 환율조작국 지정, 영향은?

일단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미국으로부터 환율 저평가 및 과도한 무역흑자에 대한 시정을 요구받게 된다. 그러나 1년이 지나도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교역촉진법에 따라 ①해당국에 대한 미국 기업의 투자에 금융지원 금지 ②해당국 기업의 미국 조달시장 진입 금지 ③IMF를 통한 환율압박 ④FTA 등 무역협정 협상 시 압박수단으로 활용 등 네 가지 실질적 제재조치를 취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교역촉진법에 따른 규제가 실효성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 보고 있다. NH투자증권 노동길 연구원은 6일 “첫째, 미국은 중국에 투자하는 기업에 대해 금융지원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 둘째, 중국의 미국 조달시장 내 비중이 작다. 조달시장은 국방 관련 비중이 70%에 육박하므로 중국 수주 기회는 제한적이다. 셋째, IMF 제재 조치는 2009년 중국을 대상으로 실패한 전례가 있다. 넷째, 미중 무역마찰은 이미 최고조에 달해 있다”며 “(환율조작국 규제가) 실효성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러한 제재가 갖는 상징적 효과 때문에 미중 갈등이 더욱 첨예화할 가능성은 크다. 키움증권 서상영 연구원은 “이 제제들이 강제성이 없다는 점에서 효과는 크지 않다”면서도 “그러나 상징성을 가질 수 있으며, 이로 인해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더욱 격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미중 무역갈등이 환율전쟁으로 확산되면서 글로벌 불확실성이 가중된 것은 문제다. 실제 이날 전세계 증시는 전반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편, 인민은행은 6일 달러당 위안화 기준환율을 전일 대비 0.66% 절하한 6.9683위안으로 고시하면서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에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사를 보였다.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고 있는 미중 양국의 환율전쟁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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