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청이 6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에 제 74주년 광복절을 맞아 태극기와 함께 일본제품 불매와 일본여행 거부를 뜻하는 '노(보이콧) 재팬-No(Boycott) Japan' 배너기를 가로변에 설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본 제품 불매운동 확산에 발맞춰 ‘노 재팬’(No Japan) 깃발 설치에 나선 서울시 중구청이 여론의 역풍에 부딪혀 깃발을 내리기로 결정했다.

서양호 중구청장은 6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일본정부의 경제보복에 국민과 함께 대응한다는 취지였는데 뜻하지 않게 심려를 끼처드려 죄송하다"며 "중구청의 NO재팬 배너기 게첨이 일본 정부와 일본 국민을 동일시해 일본국민들에게 불필요한 오해를 줄수 있다는 우려와 불매운동을 국민의 자발적 영역으로 남겨둬야 한다는 비판에 대해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서 구청장은 이어 "일본정부의 부당한 조치를 향한 우리 국민들의 목소리가 다시 하나로 모여지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이유 불문하고 설치된 배너기는 즉시 내리겠다"고 덧붙였다. 

서양호 중구청장이 6일 '노 보이콧 재팬' 깃발 설치 사업을 철회하겠다며 사과 의사를 밝혔다. <사진=서양호 중구청장 페이스북 갈무리>

서울시 중구청은 지난 5일 광복 74주년을 맞아 태극기와 함께 ‘노, 보이콧 재팬’(No, Boycott Japan)이라는 문구가 적힌 깃발 1100여개를 관내 22개 대로 가로등에 내거는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중구청은 6일 약 700여개의 배너를 먼저 설치하고 이후 남은 분량을 추가 설치하는 계획을 시행 중이었다.

하지만 중구청의 ‘노 재팬’ 깃발 걸기 사업에 대한 싸늘한 여론의 반응으로 중구청은 '노 재팬' 깃발 설치 사업을 접게 됐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확산된 일본 불매운동에 ‘관’이 참여할 경우 의도의 순수성이 훼손될 수 있는 데다, 중구가 일본인 관광객이 자주 찾는 명소가 집중된 지역이라는 점에서도 우려가 제기됐다. 아베 내각에 대한 반발에서 시작된 불매운동이 한국을 찾은 일본인들에 대한 공격으로 비춰져서는 안된다는 것.

반일 여론이 강한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지자체의 불매운동 주도에 대한 우려가 높다. 한 누리꾼은 중구청의 “시민들이 시작한 불매운동에 중구청장이 자기 깃발을 꽂으려는 것 아닌가”라며 “일본 언론들이 이번 사태를 이용해 여론을 호도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일본 관광객에 크게 의존하는 지역 상인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점도 지적받고 있다. 실제 중구청은 5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사전에 시민이나 상인들의 의견을 듣는 과정은 없었다. 그러나 시민들이 이번 취지를 잘 이해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신재립 남대문시장 상인회 회장 또한 6일 같은 매체를 통해 “중구청은 우리와 상의한 적도 없다. 솔직히 시장 상인들에게 피해가 올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서울시 중구의 '노. 보이콧 재팬' 깃발 설치 사업을 중단시켜 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갈무리>

중구청의 무리한 사업 추진에 대한 반발 여론이 확산되면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날 ‘서울 한복판에 NO Japan 깃발을 설치하는 것을 중단해 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청원인은 “서울 중심에 저런 깃발이 걸리면, 한국을 방문하는 일본 관광객들이 모두 불쾌해 할 것이고 일본과의 관계는 더욱 악화될 것이다. 일본의 무역도발에 찬성하는 일본 시민들이 더 많아질 것”이라며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진행하는 불매운동을 정부에서 조장하고 있다는 그림이 생길 것이며, 이는 향후 정부의 국제여론전에도 나쁜 영향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해당 청원에는 1만4878명이 참여한 상태다.

당초 서양호 중구청장은 지자체가 나서서 ‘노 재팬’ 깃발을 내거는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며 사업 강행 의지를 밝혀왔다. 서 구청장은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화이트리스트 배제 이후에는 양상이 완전히 달라졌다"며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여러가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노 재팬' 깃발 설치 사업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하지만 이에 반대하는 국민청원에 1만명 이상이 동참하는 등 전방위적인 비판이 이어지자 서 구청장도 결국  사과 의사를 밝혔다. 서 구청장은 "배너기를 내리도록 하겠다"며 "다시 한번 염려하신 국민들께 머리숙여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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