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본 논란] 배익기, 국가 상대 꽃놀이패
상태바
[상주본 논란] 배익기, 국가 상대 꽃놀이패
  • 배소현 기자
  • 승인 2019.07.18 09: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배익기 제공), 사진=뉴시스>

문화재청은 17일 훈민정음 상주본 소장자로 알려진 배익기씨에게 상주본 반환을 거부할 경우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문화재청 도중필 안전기준과장과 한상진 사범단속반장은 이날 경북 상주에서 배씨를 만나 상주본 반환 요청 문서를 전달하고 조속한 반환을 촉구했다.

문서에는 상주본 소유권이 국가에 있다는 대법원 판결문과 함께 반환을 거부할시 문화재 은닉 및 훼손 혐의로 처벌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배씨는 "법적으로 할 테면 하라"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재청이 검토 중인 “법적 조치는 상주본 회수를 위한 강제집행이다. 하지만 상주본의 소재지는 배씨만 알고 있어 강제집행을 해도 실제로 회수하기 어렵다. 문화재청은 이런 점을 고려해  배씨를 계속 설득할 방침이다. 

앞서 상주시장과 시의회 관계자 등도 지난달 27일 배익기씨를 만나 보상금 수십억원과 상주본을 전시하는 명예박물관장 직책을 제안했지만, 배씨가 이를 거절했다. 

배씨가 상주본을 반환하지 않고  배짱을 부리는데는 믿는 구석이 있다. 

고서적상인 배씨는 2008년 7월 “집수리를 하던 중 발견했다”며 상주본의 존재를 세상에 알렸다. 그러자 경북 상주에서 골동품상을 하던 조모씨가 “내 가게에서 상주본을 훔쳐갔다”며 배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대법원은 2011년 조씨가 낸 민사소송에서 상주본의 소유권이 조씨에게 있다고 확정 판결했다. 조씨는 문화재청에 상주본을 기부하겠다는 유언을 남긴 뒤 타계했다. 

하지만 2014년 대법원이 배씨의 상주본 절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면서 문제가 복잡해졌다. 항소심 재판부와 대법원이 배씨가 책을 훔쳤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것. 앞서 배씨는 상주본 절도 혐의로 구속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0년형을 선고받았다. 대법원 무죄 선고 후 배씨는 기세등등해졌다. 배씨는 형사재판에서 무죄가 확정됐으니 상주본의 소유권은 자신에게 있다며 지금까지 반환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훈민정음 상주본을 두고 내린 대법원의 각각 다른 판결은 이런 의미에서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민사소송에서 대법원은 상주본의 소유권이 국가에 있다고 확정판결했지만, 형사소송에서 대법원은 배씨의 손을 들어줬다. 이 판결로 국가가 배씨를 강제할 수단은 없어졌다. 문화재청은 다급해졌고 배씨는 느긋해졌다. 어찌보면 배씨가 상주본을 쥐고 국가를 상대로 꽃놀이패를 하는 형국인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