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오전 인텍스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공식환영식에서 의장국인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 악수한 뒤 행사장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장기화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오는 21일 열리는 참의원 선거가 경제보복의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이 지난 4~5일 유권자 175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아베 내각에 대한 지지율은 51%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달 28~30일 조사결과보다 2%p 하락한 수치. 이는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이 아베 내각에 대한 지지율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경제보복 이후에도 지지율이 상승하지 않는 것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로선 큰 고민거리다. 이번 수출규제 조치가 단순한 무역갈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기 때문. 전문가들은 일본의 경제보복 배경에는 지지율 상승과 개헌 동력 확보라는 국내정치적 목적이 놓여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평화헌법’으로 불리는 헌법 9조 개헌을 통해 전쟁 수행이 가능한 ‘정상국가’로의 변신을 목표로 해온 아베 내각은, 반한 감정을 통해 지지층을 결집시켜 개헌 가능 의석을 확보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사고 있다. 특히, 아베 내각의 수출규제 조치가 참의원 선거 고시일(선거운동 개시일) 4일 시작됐다는 점은 이러한 의혹을 더욱 짙게 한다.

문제는 여전히 개헌 반대 여론이 찬성 여론보다 높다는 것. 아베 내각은 이미 지난 2017년 개헌을 추진한 바 있으나 여론의 지지를 얻지 못해 실패한 바 있다. 현재 일본 하원 격인 중의원에서는 연립여당이 465석 중 311석으로 개헌 발의에 필요한 의석 수(총 의석의 3분의 2)를 확보한 상태다. 하지만 참의원 통과를 위해서는 참의원 242석 중 3분의 2인 164석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이 때문에 만약 참의원 선거에서 연립 여당이 164석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수출규제 조치가 단기간에 철회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송재경 흥국증권 리서치센터장은 9일 “반한 감정을 기반으로 개헌 가능 의석을 확보한다면 개헌 여론 몰이를 위해 보복 전략을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반면 개헌 의석 확보에 실패한다면 보복 전략의 유효성 상실로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전략을 수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일본 내부에서는 수출규제에 대한 언론과 기업의 반발 여론이 거센 상황이다. 일본 경제매체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1일 아베 내각이 수출규제 조치를 발표하자 “아시아 반도체산업의 공급망에 손상을 입힐 가능성도 있는 데다, 일본이 무역의 룰을 자의적으로 운용한다는 비판도 살 우려가 있다”며 정부 결정을 비판했다. 이 매체는 이어 “한국 기업들이 반도체 재료의 안정적 조달이 어렵다고 판단할 경우 중장기적으로 다른 거래처를 확보하는 탈(脫)일본 움직임을 초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지율에 뚜렷한 변화가 없는 데다, 재계와 언론의 비판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아베 내각이 소득 없는 경제보복을 계속하기는 부담스럽다는 것. 게다가 WTO 패소 및 연금 논란 등 지지율 하락 요소가 겹쳐 있어, 오는 12월 중의원 선거까지 고려 중인 아베 내각이 무리한 선택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이번 수출규제 조치가 중의원 선거까지 내다본 수라며, 경제보복이 연말까지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일본 게이센여학원대 이영채 교수는 9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지금 한국에 대한 무역제재 조치는 이번 참의원 선거가 아니고 다음 중의원 선거까지 겨냥한 장기적인 포석”이라며 “(수출규제가) 쉽게 풀릴 것 같지는 않고 올해 연말까지는 지속된다고 보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일본의 추가 경제보복 가능성에 대해 “18일은 일본이 한국에 제안한 징용공 중재위원회가 만기가 하는 날”이라며 “(아베 내각은) 18일에 마지막으로 한국에 대해 강력한 모습을 보이면 보수표가 다시 결집한다고 생각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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