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민주당 지지층의 지지율이 최근 CNN 여론조사 결과 10%p 가량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CNN 방송화면 갈무리>

2020년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내에서 가장 유력한 주자로 점쳐졌던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지지율이 급락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CNN이 여론조사업체 SSRS에 의뢰해 지난달 28일부터 30일까지 161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바이든 전 부통령은 민주당원 및 민주당 지지층 유권자의 22%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이번 조사에서도 민주당 대선 주자 중 1위 자리를 수성했지만, 지난 5월 CNN 조사 결과보다는 10%p 떨어진 지지율을 기록해 위기감을 느끼게 됐다.

반면 바이든 전 부통령,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등 3강을 추격하며 여러 여론조사에서 4~5위권을 유지해온 카말라 해리스 상원의원은 지난 조사보다 9%p 오른 17%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2위로 올라섰다. 워런 의원은 8%p 오른 15%로 3위, 샌더스 의원은 4%p 하락한 14%로 4위를 기록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26~27일 이틀간 치러진 민주당 경선후보들의 첫 TV 토론회 이후 시행된 조사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특히 독보적인 지지율을 기록하며 독주 중이던 바이든 전 부통령의 기세가 한풀 꺾였다는 점은 경선 판도가 급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바이든 전 부통령의 하락과 해리스 의원의 부상은 지난달 27일 두 후보의 TV토론회에서 거론된 인종문제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이날 해리스 의원은 인종 분리주의를 주장한 정치인들과의 교류관계를 회상한 바이든 전 부통령의 발언과, 1970년대 시행된 강제버스통학제도에 반대한 그의 이력을 집중 공략했다.

강제버스통학제도는 흑인 아동을 백인학교로, 백인 아동은 흑인학교로 버스에 태워 통학시키는 제도로 인종 간 통합을 상징하는 정책적 시도로 여겨진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해리스 의원의 지적에 대해 “교육부가 버스 통학을 강제한 것에 반대한 것 뿐”이라고 반박하며 인종주의자가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한 바이든 전 부통령은 지난 18일 열린 한 모금행사에서 제임스 이스틀랜드(1904∼1986) 전 상원의원과 허먼 탈매지(1913∼2002) 전 상원의원을 회고하며 서로 의견이 달라도 존중할 줄 아는 관계였다고 말한 바 있다. 문제는 이들이 흑인인권운동에 반대한 것으로 유명한 정치인들이라는 것.

오바마 전 정부에서 부통령으로 일한 경력을 내세워 진성 민주당원들의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는 만큼, 바이든 전 부통령은 흑인 유권자들로부터도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따라서 인종문제와 관련해 약점이 부각될 경우, 이에 민감한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외면받을 가능성도 있다.

반면 이날 토론에서 강한 존재감을 과시한 해리스 의원은 높은 상승세를 보이며 일약 차기 대권주자로 올라섰다. 해리스 의원의 지지율은 각종 여론조사결과를 통합한 ‘리얼클리어폴리틱스’에서도 7.8%에서 10.0%로 상승하며 4위 자리를 확고히 했다. 반면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이번 CNN 조사의 여파로 31.4%에서 29.9%로 하락하며 2위권과의 격차가 좁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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